서부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신설이 확정됐다. 김포 장기역에서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잇는 구간이 신설되며,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GTX-B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신도림, 여의도역을 거쳐 용산역 등 서울 도심까지 직결 운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강남 직결 또는 하남 연장을 외쳐온 김포, 인천 검단 주민들의 염원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29일 국토교통부는 GTX-D 신설 등이 담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그간 국토부는 GTX-D 노선을 비롯해 다양한 지자체 건의안을 두고 고심해왔는데, 결국 이날 결론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GTX-D 노선을 기존 연구안대로 유지하되, GTX-B 노선을 공유해 신도림역, 여의도역을 거쳐 서울까지 직결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직결 운행시 김포 장기역에서 여의도까지는 24분, 김포 장기역에서 용산까지는 28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서울 5호선 김포·검단 연장도 추진된다. 서울 5호선의 김포·검단 연장은 노선 계획 및 차량기지 등 관련 시설에 대한 지자체 간 합의와 타당성 분석을 거쳐 추진하기로 하고,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검토 사업으로 반영했다. 당초 지자체 간의 노선협의 지역 등으로 지난 4월 공청회에서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지역의 지속적인 요청과 교통문제 해소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추가 반영된 것이다. 사실 이번 4차 철도망 계획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김부선'으로 불리는 GTX-D 노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4월 22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는 GTX-D 신설사업이 포함됐는데, 김포 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구간에만 GTX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성과 기존 철도노선과의 수요 분산 등을 고려해 이같이 노선을 결정했다고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GTX-D 노선 발표 후 김포와 인천 검단 주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2기 신도시인 김포와 검단은 현재 서울 강남을 한 번에 갈 수 있는 철도망이 없다.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교통 인프라가 부실해 GTX-D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인구가 50만명에 달하는 김포만 보더라도 현재 철도망은 양촌에서 김포공항을 잇는 '김포골드라인'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반 중전철보다 작은 경전철이고, 2량밖에 되지 않아 한때 출·퇴근 시간 혼잡률이 285%에 달하기도 했다. '지옥철'로 손꼽히는 수도권 지하철 9호선 혼잡률(237%)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비즈엠이 지난 5월에 만난 김천기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GTX-D가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는 김포에서 서울을 거쳐 하남까지 이어지는 형태를, 인천시는 청라~영종 노선과 검단~김포 노선이 Y자로 만나는 형태를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당시 김천기 공동대표는 "김포의 교통상황은 산골 오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에 5호선 연장이나 광역버스에 대한 부분이 한 건이라도 해결됐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5호선이 됐든, 2호선이 됐든, 평면 환승이 됐든 다른 전철과 연계될 수 있는, 서울로 갈 수 있는 라인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이 갈수록 '김부선'에 대한 반발은 거세지는 추세다. 최근 하남시와 인천시, 김포시 등은 GTX-D 노선을 원안대로 추진해달라는 주민 서명부 등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바 있다. 또 지난 4일에는 김포·검단 주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하며 GTX-D 노선 강남 직결과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 국토부는 지난 4월 GTX-D 노선에 GTX-B 노선을 함께 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이 외쳐온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안도 함께 내놨다. 이 같은 내용은 결국 이날 확정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지역 국회의원들은 서부권 교통문제를 개선해나겠다는 입장이다. 신동근·김주영·박상혁 의원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번 발표는 비록 강남 직결이라는 신청안에는 못 미치는 미완의 결과물이지만 서울 도심 직결과 지난 교통연구원 발표에서 언급조차 되지 못했던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을 되살려낸 의미 있는 결과"라면서 "남은 과제인 광역급행철도망이라는 장기적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더욱 정교한 중·단기 과제 대응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서부권 교통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김포골드라인 사우역 인근에 붙어있는 현수막. GTX-D 강남 직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1. 5. 25.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김포한강·인천검단 신도시 연계 교통망. /국토교통부 제공인파로 가득한 김포골드라인 내부. 2021.5.25. /이혜린기자leehele@biz-m.kr김포시 걸포동에 소재한 오스타파라곤 아파트 인근에 'GTX-D 원안'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2021. 5. 25.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2021-06-29 윤혜경
부동산 공부를 갓 시작한 일명 '부린이'도 알고 있는 공식이 있다. 바로 '교통 호재가 집값을 견인한다'는 것.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놓이는 곳의 집값이 꿈틀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통념 때문인지 김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GTX-D 노선이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김포시민의 염원과는 달리 김포에서 부천을 잇는 '김부선'으로 전락해서다. 이미 김포 집값에는 GTX-D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집값 하락 우려도 쏟아졌다. 김포시민들이 GTX-D 노선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집값을 띄우려는 행위로 간주했다. 하지만 김포시민과 지역 중개사들은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집값이 아니라 불편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 현재 김포는 인구가 50만명에 육박 하는데, 전철은 김포골드라인이 유일하다. 김포골드라인은 경전철로 일반 중전철보다 작은 데다 2량에 그쳐 출·퇴근 시간 혼잡률이 285%에 달한다. GTX-D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교통문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의 절실함을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포시민과 지역 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지난 25일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 인근에서 만난 윤모(43)씨는 '김포시민에게 GTX-D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생존"이라고 답했다. 10년째 김포에서 거주 중인 윤씨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교통분담금을 걷어 만든 것이 김포골드라인인데, 시민들을 수송하기엔 너무 작다"며 "GTX-D 얘기가 나오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너무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민은 "강남뿐 아니라 안양 등 다른 곳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다들 새벽 4~5시에 일어나 출근한다"며 "교통이 확충되기는 커녕 계속 소외됐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공인중개사들도 교통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GTX-D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김포 집값'과 연결이 되는데, 김포 집값이 상승한 배경에는 GTX-D 보다는 '풍선 효과'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앞서 정부는 2020년 6월 17일 김포, 파주, 연천, 동두천 등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대다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6·17 대책에서 수도권 대부분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때 김포가 제외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고, 결국 정부는 11월 19일 가격불안이 계속된다며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걸포동의 한강메트로자이 공인중개사 최남훈 대표는 "13년 전 오스타파라곤 3.3㎡당 분양가가 1천250만원이었는데, 2017년 분양한 한강메트로자이 분양가가 똑같았다. 10년 동안 가격이 안 올랐다는 얘기"라며 "김포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배제된 이후에 잠깐 떴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어 "집으로 투자해 성공을 거둔 것은 1년이 채 안 된다"며 "김포골드라인도 이제 생겼고, 계속된 호재도 그다지 없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인근 파주 인구가 47만명이고 김포가 48만명이다. 파주 등 서울 주변 지역을 보면 GTX로 서울이 연결되지 않은 곳은 김포 뿐이다. 김포시민들이 화를 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양촌읍에서 5년째 중개일을 하고 있다는 진짜부동산 김준경 대표는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본인의 경험담을 사례로 들었다. 강남역에서 오후 7시에 약속이 있어 5시에 광역버스를 탔지만 약속에 늦었다는 얘기었다. 이후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 탓에 예상시간을 훌쩍 넘겼다고 했다.김 대표는 "향후 GTX-D가 다닐 것이란 기대감에 꾸역꾸역 참고 견디던 시민들인 만큼 실망감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안 지킨 부분들이 너무 많다. 원안대로 빠르게 신속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검토되길 바란다"며 "김포시민들에게 GTX는 집값을 올리는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김포골드라인 사우역 인근에 붙어있는 현수막. GTX-D 강남 직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1. 5. 25.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김포시 걸포동에 소재한 오스타파라곤 아파트 인근에 'GTX-D 원안'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2021. 5. 25.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김포시 걸포동에 위치한 '한강메트로자이3단지' 전경. 2021.5.25.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2021-05-27 윤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