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린 25일 오전 7시 30분 김포골드라인 사우역 2번 출구 앞. 이른 시간인데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김포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서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걷거나 뛰어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이도 보인다. 이용객들 다수가 분주해 보였다.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발열 체크를 한 뒤 7시 49분께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김포공항 방면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바로 직전에 만차인 상태로 차량이 출발한 터라 비교적 승강장은 한산했다. 2~3분 뒤 지하철이 도착했다. 배차간격이 짧다고 느끼며 경전철에 몸을 실었다. 탈 때만 하더라도 공간이 있어 보였던 차량 내부는 곧 콩나물시루로 변했다. 객차의 크기가 1호선 등 일반 중전철보다 작은 경전철이고, 2량밖에 되지 않아 앞·뒤는 물론이고 양옆에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중심이라도 잃으면 무조건 옆사람 발을 밟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찼다.한 정거장 뒤인 풍무역에 정차했을 때부터는 여기저기서 '악'하는 소리가 났다. 탑승객들이 이미 포화상태인 차량이었지만, 어떻게든 타겠다며 밀고 들어와서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더욱 비좁아졌다. 몸이 구겨지다시피 움츠러들었다. 민망할 정도로 앞·뒷사람과 밀착됐다. 다음 역인 고촌역까지는 불과 4분 거리지만 승객들 틈바구니에 끼어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졌다.고촌역 문이 열렸지만 내리는 이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반면 여기서도 타는 이가 많았다. 또 한 번 곳곳에서 '악 소리'가 났다. "다음 차 타세요!"라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 '얼마나 몸이 구겨질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문이 닫혔다.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앞·뒤·양옆 사람과 가까워졌다. 종이 한 장이 들어갈 틈도 없었다. 손에 쥔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졌으나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천장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왔지만, 탑승객들이 내뿜는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불편한 자세로 6분을 버티자 종점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썰물처럼 탑승객들이 빠져나갔다. 사우역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3분. 13분 만에 온 몸에 진이 빠져버렸다.잠시 넋을 놓고 있었을까. 다음 차가 김포공항역에 당도했다. 문이 열리자 승객들이 또 다시 쏟아졌다. 2량짜리 경전철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사람이 내리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들은 빠르게 위층으로 사라졌다.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 사우역으로 돌아갔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28분. 2분 후 다시 김포공항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탑승한 영향인지 전보다는 승객이 적었다. 풍무역은 물론 고촌역에서도 탑승객들이 제법 탔지만, 비교적 쾌적하게 느껴졌다. 전과 동일하게 13분 뒤 김포공항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김포시민 대다수는 해탈한 모습이었다. 서울 마곡지구에서 근무한다는 서모(49)씨는 "오전 7시 45분에 구래역에서 타는데, 최소 한 번은 보내야 탈 수 있다"며 "배차 간격은 괜찮은데, 차량이 2량으로 너무 작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길에는 무조건 서서 간다"고 덧붙였다. 서씨가 타는 구래역은 기점인 양촌역 기준 두 번째 역이다. 자녀의 집으로 가는 길이라던 한 할머니는 "딸한테 들어보니 다 서울로 출근해 사람이 많아 다 못 탄다고 들었다"며 "그 얘기 듣고 일부러 그 시간은 피한다. 노인들이 그 틈에 껴서 다니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사우역에서 만난 이들도 마찬가지. "항상 사람이 붐벼 일찍 나온다", "1~2대는 보내야 탈 수 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2019년 9월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률이 285%에 달한다. 인구 50만명 돌파가 목전인 김포시에서 철도 교통망은 김포골드라인이 유일해서다. 서울을 가려면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나 5호선, 9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지난 17일 장기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을 탑승, 김포공항역에서 환승해 국회의사당까지 출근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날마다 두 번씩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즉석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전달하기도 했다.김포시민들은 GTX-D 노선이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김포에서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연결하는 노선을, 인천은 청라~영종 노선과 검단~김포 노선이 Y자로 만나는 형태를 건의했다.그러나 지난달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연구 공청회에서 발표된 GTX-D 노선은 김포 장기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 연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김포에서 강남까지 직결될 것이라 기대했던 김포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실망감은 범시민 서명운동으로 이어졌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GTX-D 강남 직결과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온라인 10만3천명, 오프라인 11만3천명 등 21만명의 김포시민이 참여했다. 김포 인구가 48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김포시민 2명 중 1명이 참여한 것이다.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 김천기 공동대표는 "김포의 교통상황은 산골 오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에 5호선 연장이나 광역버스에 대한 부분이 한 건이라도 해결됐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렇다 할 교통망이 없으니까 GTX-D가 더욱 부각됐다"며 "우리는 5호선이 됐든, 2호선이 됐든, 평면 환승이 됐든 다른 전철과 연계될 수 있는, 서울로 갈 수 있는 라인을 원한다"고 강조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인파로 가득한 김포골드라인 내부. 2021.5.25. /이혜린기자leehele@biz-m.kr사람으로 꽉 찬 김포골드라인 내부.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으나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2021. 5. 25. /이혜린기자leehele@biz-m.kr인파로 가득한 김포골드라인 내부. 2021.5.25. /이혜린기자leehele@biz-m.kr김포골드라인 사우역 인근에 붙어있는 현수막. GTX-D 강남 직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1. 5. 25.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2021-05-26 윤혜경
"기존에 팔리지 않았던 매물들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팔겠다던 매물까지 거둬들이는 상황입니다."김포시 운양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6·17 부동산 대책이 호재로 작용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정부가 전날 경기도 대부분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이번에도 규제를 피한 김포, 파주 일대 부동산 시장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김포와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 가평, 양평, 용인 처인구 일부, 남양주 일부, 인천 강화와 옹진 등은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됐다.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루도 안 돼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김포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과 '한강신도시반도유보라2차'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김포한강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날 대책 발표 직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가 활발했고,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일부 집주인은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였다"면서 "김포 지역은 전반적으로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었는데, 김포가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김포한강신도시가 그동안 저평가돼 있어서 싸게 나온 물건을 잡으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분위기면 주말에 관광버스까지 동원한 투어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파주 운정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운정역 부지 근처에 있는 파주시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59㎡와 전용 60㎡는 전날 각각 4억8천만원, 5억원에 실거래됐다.이는 전용 59㎡가 지난 6일 4억3천500만원(23층), 전용 60㎡가 지난달 30일에 4억5천900만원(11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전날 대책 발표 후 가격이 4천100만∼4천500만원 상승한 셈이다.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대책 발표 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오늘 아침에도 매도인에게 확인 전화를 했더니 물건을 거둬들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는 강남과의 접근성과 교통 호재를 발판으로 한 판교·광교 신도시에 밀려 2기 신도시 중 상대적으로 소외당한 곳"이라면서 "유동자금이 풍부한 환경에 정부의 규제마저 비껴가면서 풍선효과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이상훈기자 sh2018@biz-m.kr김포 운양동의 모습. /강승호기자 kangsh@biz-m.kr파주시 동패동 운정 신도시에 조성 중인 GTX-A 노선 운정역 부지.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
2020-06-18 이상훈
"숲세권, 역세권, 학세권을 모두 갖춘 전원주택형 고급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김포 신도시에서도 가장 미래가치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지요."시원한 한강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배우 윤상현과 가수 겸 작사가 메이비 부부의 3층짜리 단독주택이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김포 한강신도시 일대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곳은 한강 조망권과 자연환경 뿐 아니라 교통과 교육, 생활편의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이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곳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오전 윤상현 부부가 사는 김포 운양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만난 방현석 이사는 "오는 7월 김포도시철도가 개통하는 데다 서울과 수도권의 접근성이 뛰어난 교통망을 갖추고 있는가 하면 녹지도 풍부해 최적의 주거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포 운양동의 제1종 일반주거지역(대지) 364㎡ 부지에 지상 2층(다락방) 규모로 지어진 윤상현 부부의 주택은 용적률 80%, 건폐율 50%로, 1층에는 넓은 거실과 주방이, 2층은 삼 남매가 쓸 3개 방이 있고, 구름다리를 건너가면 음악 작업실이 마련돼 있다. 한강 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다락방에는 가족의 힐링 장소로 꾸며져 있어 현재 땅값과 건축비 포함 대략 12억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윤상현 부부 집이 방송된 후 반짝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시장의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이죠."방 이사는 "윤상현 부부가 사는 운양동 주변 19·28단독 100평 기준 땅값은 입지에 따라 6억5천~7억5천만원이며, 건축비 또한 6~7억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며 "윤상현씨 집은 12억원, 이 집을 공동명의로 반반 지어진 땅콩주택은 6억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전했다.전원주택형 고급 단지가 하나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운양동 주변에는 한강뷰와 공원 등 자연환경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워 도보로 통학할 수 있으며, 김포도시철도(운양역 개통예정)를 이용해 5호선, 9호선,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운양역에서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역까지 20분대 진입 가능하며, 지하철 5·9호선 환승을 통해 여의도·마곡·광화문·강남·홍대 등 서울 주요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한강로와 올림픽대로를 통해 여의도까지 20분대 진입할 수 있고, 광역급행버스 M버스 역시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뛰어난 교통환경이 장점으로 꼽힌다. 방 이사는 "지난해 말 김포 운양동 1286-7에 전용면적 84㎡(서비스 면적 포함 시 총 사용면적 약 297㎡), 총 104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단지가 가구당 7억6천만원에 분양했는데 모두 완판됐다"며 "갈수록 아파트 못지않게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위치한 고급 단지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5년 내 투자비 대비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운양동 일대는 이처럼 뛰어난 입지적 장점을 기반으로 부동산 거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월 김포 운양동 1xxx 314㎡ 제1종 일반주거지역(대지)이 4억9천455만원에, 운양동 1xx 1천295㎡ 생산녹지지역(답)은 4억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이듬해 같은 기간에는 운양동 1xxx 381㎡ 대지가 7억2천141만원에, 운양동 1xxx 335㎡ 대지도 5억1천90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해 3월에는 운양동 1xxx 142㎡ 제1종 일반주거지역(대지)이 2억1천750만원에, 주변 대지 142㎡도 2억1천770만원에 손바뀜됐다.주변 아파트들의 경우는 전용면적에 따라 4~5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올 2월 한강신도시 e편한세상 전용면적 101.9㎡(중층)이 5억2천만원에, 3월에는 전용면적 121.7㎡(중층)가 5억2천만원에 거래됐으며, 같은 기간 풍경마을 한강 한라비발디 전용면적 105.2㎡(저층)이 5억1천500만원, 3월에는 전용면적 105.9㎡(저층)이 4억9천5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방 이사는 "공동주택과 달리 단독주택 단지의 경우 주변에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보안이 취약하단 생각 때문에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 나와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포 한강신도시 주변이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곳 역시 부동산시장의 미래가치는 좋게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영상편집/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사진은 배우 윤상현과 가수 겸 작사가 메이비 부부의 집이 위치한 김포 운양동.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사진은 김포 운양동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19-04-16 강승호·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