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공인중개사가 정말 많은데, 왜 방 한 칸짜리 집을 구하려 할 때에도 믿고 갈 만한 곳이 없을까?"홀로서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일 것이다. 세입자가 허위매물에 '낚이는' 일이 빈번한 중개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비슷하다는 것을.세입자에게 중개수수수료를 받지 않아 여러 차례 화제가 된 '집토스'도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광고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닌, 믿을 수 있는 부동산 기업은 왜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20대 청년 세명은 '중개'라는 본질에만 초점을 둔 공인중개사무소 집토스를 지난 2015년에 개업, 이듬해 1월 주식회사 집토스를 설립했다.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직접 발로 뛰어 확보한 매물을 토대로 중개보수 없이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중개를 한 결과, 20대 청년 세명이 시작한 집토스는 설립 4년 만에 중개사 40명, 총 1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 앱인 집토스도 월 방문자가 10만 명에 달한다. 올해 안으로 직영으로 운영하는 중개사무소도 14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쉼 없이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집토스는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을 비롯해 메가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43억 원의 시리즈 A 투자유치도 마무리했다.비즈엠은 지난 2일 공인중개사와 고객 모두 웃을 수 있는 중개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집토스를 이끌고 있는 이재윤 대표를 만나 현재까지의 발자취와 집토스의 청사진을 들어봤다.Q. 독자를 위해 본인 및 집토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린다.학교 다니다가 친구 집을 구해 주려 부동산 '집토스'를 차린 이재윤(29)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집토스'라는 앱을 바탕으로 직접 수집한 매물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를 보고 중개사무소로 오신 고객의 계약을 '무료'로 도와드리는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Q.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유는?군대에 있던 23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제대 후 복학 때문에 자취방을 구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집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방 한 칸짜리 구하는데도 믿고 찾아갈 만한 곳이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취방을 직접 구해주는 부동산을 개업하면 적어도 친구들은 우릴 믿고 쓰겠지'라고 말이다. 발로 직접 뛰고 중개를 해주면서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었다. 친구들한테는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계약하면 집주인에게는 수수료를 받으니까. 한쪽을 안 받아도 수익이 나니까 그렇게 했다. 원·투룸 중개는 향후에도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Q.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에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회사 운영이 가능한가.결론만 말하자면 운영은 된다. 그리고 조금 더 수익을 내기 위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박리다매고 두 번째는 경쟁력 향상이다. 궁극적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워서 한 건을 거래할 때 드는 비용을 점차 낮춰 계약률을 높이는 게 목표다. 현재는 매물수집부터 광고, 계약까지 중개사무소에서 거래 한 건을 성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때문에 현재 지점 확장 등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매물 수집이나 광고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더불어 초기비용 투자를 해 자체적으로 매물 수집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고객의 계약률도 올릴 수 있다고 본다.Q. 집토스의 매출이 궁금하다.자세히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매년 2배~2.5배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지점도 13곳으로 늘었고, 올해 안에 1~2곳 정도 지점을 더 오픈할 계획이 있다.Q. 운영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우리나라 중개시장은 굉장히 영세해 소속 공인중개사나 보조원이 도급계약을 한다. 기본급은 없고 인센티브를 몇 대 몇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집토스는 관행과 달리 중개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기본급(175만 원)과 인센티브15~30%)를 줘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고용된 분들이 지점에서 원·투룸 매물을 수집하면 사내 부서에서 온라인 사이트와 앱에다 직접 게시를 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문의하면 중개사분들이 상담, 방문, 계약을 도와드린다. 집을 구하시는 분은 중개보수 없이 서비스를 받는다.Q.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아 기존 중개업자들의 반발이 있을 듯한데.이런 말씀을 하신다. "자격증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보수를 올릴 생각을 해야지 보수를 낮추면 어떡하느냐. 너희가 낮추면 우리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생각한다.지금의 중개시장은 중개사도, 고객도 웃을 수 없다. 중개사는 많아지고, 광고업은 커져 월 수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개업 공인중개사를 하다 집토스에 합류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광고 앱에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에게 연락이 오게 만드는 등 단순 '모객'에 집중을 했다고 한다. 매물 수집, 광고, 중개 이 모든 게 파편화돼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이걸 풀기 위해선 부동산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큰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 그 회사가 해야 하는 역할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다. 체계적인 교육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고용된 인력은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고객의 만족을 우선으로 둔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그 브랜드를 믿고 중개사무소를 찾아 중개사로부터 만족할만한 중개서비스를 받는다. 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중개업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집토스가 중개보수를 안 받는 건 추구하는 가치의 극히 일부분이다. 궁극적으로는 중개하는 중개사도, 중개를 받는 고객도 행복한 시장을 만들고 싶다.Q. 부동산 앱이 등장하면서 고객의 편리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허위매물'이란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집토스에서는 허위매물을 어떻게 관리하나.집토스는 기존 서비스와 모델 자체가 다르다. 정보의 원천이 다르다. 매물정보를 올리는 주체가 다른 것이다.왜 기존 서비스에서 허위매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느냐면 우리나라는 한 매물을 한 부동산에만 내놓는 경우가 미미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월세가 60만 원인 'ㄱ'이라는 매물을 A부동산, B부동산, C부동산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부동산이 정확하게 60만 원으로 광고하면, 다른 부동산에서 가격을 55만 원, 50만 원 이렇게 가격을 조금씩 바꿔서 광고 앱에 올린다. 광고비가 무료가 아닌 만큼 어떻게 하면 모객할 수 있을 매물 정보를 올릴까에만 혈안이다.그런데 집토스는 큰 부동산이 자체 앱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직원이 발로 뛰어 집주인에게 받은 정보를 게시하는 거다. 구조상 광고 경쟁을 할 일이 없다.Q.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는 언제쯤 집토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현재 신대방, 관악 강남, 송파, 강동, 건대, 왕십리, 수유, 성신여대, 회기, 홍대, 영등포 등 원룸 밀집 지역 13곳에 집토스 공인중개사무소가 있다. 빨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천천히 직영으로 하려다 보니까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Q. 집토스의 향후 계획은.집토스는 아직 '번데기'다. 우리가 원하는 나비가 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집토스의 철학에 공감을 해주는 분들이 점점 모이고 있다. 저희는 그분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그분들이 행복하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는 게 목표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세입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인중개사 '집토스'의 이재윤 대표의 모습. /박소연기자parksy@biz-m.kr수수료 없는 공인중개소 '집토스' 모습.수수료 없는 공인중개소 '집토스' 차와 팜플렛의 모습.중개수수료 없는 공인중개소 '집토스' 댓글 서비스 모습.'집토스' 관악점의 모습.
2019-10-08 윤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