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복비'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반값 시대가 열렸다. 한때 고가주택 기준이었던 9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는 수수료가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같은 금액의 임대차 거래는 72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반값 복비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중개수수료 부담은 덜었지만, 주택을 주로 소개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정부의 대출규제로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줄어들게 된 탓이다.19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날 공포와 함께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새 개정안은 매매 6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 3억원 이상의 최고 요율을 내린 것이 핵심이다.매매는 6억~9억원 구간 요율이 기존 0.5%에서 0.4%로 0.1%p 낮아졌다. 9억원 이상 요율도 새로 생겼다. 이전에는 0.09% 이내에서 협의였지만 이날부터는 △9억~12억원(0.5%) △12억~15억원(0.6%) △15억원 이상(0.7%)으로 세분돼 적용된다. 10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요율로 중개수수료를 낸다고 가정해보자. 새 개정안 시행 전에는 중개수수료로 900만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현재는 500만원을 내면 된다. 수수료가 400만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15억원 주택 수수료는 1천350만원에서 1천50만원으로 300만원 덜 낸다.임대차계약 수수료도 손질됐다. 3억~6억원 구간 요율도 0.1%p 내려 0.3%가 됐다. 매매처럼 6억원 이상 구간 요율도 세분화됐다. △6억~12억원 0.4% △12억~15억원 0.5% △15억원 이상 0.6%다. 종전에는 6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은 최대요율 0.8% 내 협의가 전부였다. 수수료가 세분되면서 전세보증금이 6억원인 주택 임대차 거래 수수료는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절반 줄어들게 됐다.최고 요율이란 말처럼 이러한 요율은 공인중개사가 최고로 받을 수 있는 요율이다. 수요자는 매매나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와 협의해 요율 내에서 협의할 수 있다. 정부는 중개사가 수요자에게 최고 요율만 요구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마련 중이다. 사무소에 중개보수 요율을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게시하고, 이를 고지하도록 하는 방식의 중개보수 협상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개사무소가 간이과세자이면서도 부과세 10%를 별도로 요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사업자가 일반과세자인지 간이과세자인지를 알 수 있도록 사업자등록증을 게시하라는 내용의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의 시행규칙은 국토부가 별도로 입법 예고하는 등 도입 절차를 밟고 있으며,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면 곧 시행될 전망이다. 중개수수료 손질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덜었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앞길이 막막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로 중개하는 물건이 아파트인 중개사들이 그렇다.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 물건을 다루는 중개사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정부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올라가 중개수수료가 덩달아 올라간 것인데, 공인중개사들의 임금과도 같은 중개수수료를 손질하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A 대표 공인중개사는 "지금까지 대부분 금액 조정을 해서 수수료를 받아왔다. 문제는 여기서 더 조정된다는 것"이라면서 "반값 수수료를 외치는 중개업소, 플랫폼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도 문제다. 반값복비 이후에는 그 반의반을 외치는 플랫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씁쓸해했다. A 대표는 이어 "9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일부 내는데, 경비로 중개수수료가 공제된다. 부동산에 중개수수료를 주냐 양도소득세를 많이 내느냐의 차이일 뿐 거래 당사자는 같거나 오히려 세율이 줄어 비용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며 "아마 중개수수료 인하로 정부는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텔과 원룸 매물을 다루는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는 집값이 오르면 같이 오르는 구조다. 정부정책과 경제적인 것들이 맞물려서 지금 수수료도 같이 오르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한 개의 매물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중개사들의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어가는데, 소비자들은 달랑 매물 하나 보여주고 수수료를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중개사들의 노력과 시간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신다"며 "당장 일반 회사만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연봉이나 임금이 비싸다고 기본급을 깎지 않는다. 단순히 비싸다는 이유로 비용을 깎는 건 문제"라고 토로했다.상가만 다루는 C 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비주택을 막론하고 지금도 최고 요율 내에서 협의하는 경우가 태반인 만큼 차라리 고정 요율을 정하는 것이 소비자와 중개사 모두 '윈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개수수료는 보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닝과 그랜저의 보험 서비스는 같다. 차량가액에 따라 보험료만 달라질 뿐이다. 중개수수료도 그렇다. 대상 물건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억원 짜리 매물과 10억원짜리 매물이 중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처리해야 할 난이도는 확실히 다르다. 그 책임도 중개사에게 온다.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는 이가 중개사"라며 "차라리 고정 요율로 가야 분쟁의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경기도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붙어있는 이전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 2021.10.19.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부동산 중개보수 상한요율을 절반까지 낮춘 새 중개보수 기준이 19일부터 적용된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정책 규탄 안내문. 2021.10.19 /연합뉴스아파트 단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수원시내 일대 모습. /경인일보DB
2021-10-19 윤혜경
최근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선에 나선 것을 두고 중개사들끼리도 환영과 반발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환영한다는 중개사들은 "'협의'라는 조건 때문에 흠집을 잡아 수수료를 깎는 고객이 많은데, 고정요율이 적용되면 잡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반발하는 중개사들은 "과당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중개수수료를 무작정 낮추는 것은 생존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는 중개서비스 대비 중개보수 부담이 크다는 대다수 국민의견과 국민권익위원회 '주택의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권고안을 적극 검토해 중개서비스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권익위의 권고안을 조사, 연구용역 등을 거쳐 6~7월 중으로 최종 개선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중개수수료가 손질되는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현행 수도권의 매매 중개보수요율은 총 5단계로 나뉜다. △5천만원 미만 0.6%(최대 수수료 25만원) △5천만원 이상~2억원 미만 0.5%(최대 수수료 80만원) △2억원 이상~6억원 미만 0.4% △9억원 이상 0.9% 이내에서 협의 등이다. 2억원 이상 주택 수수료 구간부터는 별도의 한도액이 없고 상한요율만 있다.권익위는 중개보수 요율체계와 관련해 4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거래구간별 누진차액(공제/가산) 활용방식 △'구간별 누진공제액' + '초과분, 상·하한요율 범위 내 협의' 혼용방식 △단일요율제 매매(0.5% 이하, 전월세 0.4% 이하) △상·하한요율(0.3~0.9%) 내에서 중개사가 결정 등이다.권익위의 권고안 중 가장 유력시된 안은 1안이다. 매매의 경우 현재 5단계인 거래금액 요율을 7단계로 세분화하는 안이다. △6억원 이하(0.5%) △6억원 초과~9억원 이하(0.6%)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0.7%) △12억원 초과~18억원 이하(0.4%) △18억원 초과~24억원 이하(0.3%) △24억원 초과~30억원 이하(0.2%) △30억원 초과(0.1%)다. 금액이 커질수록 요율이 작아지는 구조다. 여기서 누진차액이 적용된다. 12억원 이하 주택은 일정 금액이 공제되는 반면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가산된다. 6억원이 넘고 9억원 미만 주택은 60만원이, 9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주택은 150만원이 공제된다. 6억원 이하 주택은 공제되지 않는다.가산은 주택이 고가일수록 더 붙는다. 12억원 초과 18억원 이하는 210만원, 18억원 초과 24억원 이하 390만원, 24억 초과 30억원 이하 630만원, 30억원 초과 930만원 등이다.수도권에서 12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한다고 가정해보자. 현행 중개보수요율은 9억원 이상 주택일 때 최대 0.9% 이내에서 협의다. 이때 요율을 0.9%로 협의했다면 매수인이 중개인에게 줘야 하는 수수료는 1천80만원이다. 똑같은 조건을 권익위 첫 번째 안을 적용하면 수수료가 달라진다. 12억원 주택의 요율은 0.7%고 150만원이 공제되므로 690만원을 주면된다.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30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도 권익위 1안을 적용하면 수수료가 절반 이상 싸진다. 현행 중개보수요율에서는 9억원 이상 주택은 무조건 0.9% 이내에서 협의이므로, 중개사와 0.9%로 협의했을 경우 내야 할 수수료는 2천700만원이다. 권익위 권고안의 보수요율을 적용하면 0.1%고 930만원이 가산돼 수수료는 1천230만원이 된다. 권익위 1안을 적용하면 임대차 수수료도 줄어든다. 현행 임대차 수수료는 △5천만원 미만 0.5%(최대 수수료 20만원) △5천만원 이상~1억원 미만 0.4%(최대 수수료 30만원) △1억원 이상~3억원 미만 0.3%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0.4% △6억원 이상 0.8% 내 협의로 책정한다. 1안의 임대차 수수료는 △3억원 이하 0.3%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0.4%(30만원 공제)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0.5%(90만원 공제)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0.4% △12억원 초과~18억원 이하 0.3%(120만원 가산) △18억원 초과~24억원 이하 0.2%(300만원 가산) △24억원 초과 0.1%(540만원 가산)로 책정한다.3억원짜리 주택을 임대한다면 현행방식의 중개수수료는 120만원이고 제1안은 90만원으로, 30만원 저렴해진다. 6억원은(현행 480만원·1안 210만원) 270만원, 9억원은(720만원·360만원) 360만원, 12억원은(960만원·480만원) 480만원, 15억원은(1천200만원·570만원) 570만원 차이가 난다. 권익위 1안대로 중개수수료 요율이 바뀐다면 중개수수료는 반토막 나는 상황이지만 중개사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의 한 대표 공인중개사는 "협의라는 조건 때문에 무조건 중개수수료를 깎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9억원 넘는 주택 계약을 하게 돼 수수료를 0.5%만 달라고 해도 '당신이 한 게 뭐가 있냐'고 하며 0.4%, 0.3%로 깎으려고 하거나 안 주려고 한다"며 "수수료가 많든지 적든지 정액으로 정리돼 협의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이 치솟아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많아 중개수수료를 협의로 깎는 상황이 빈번해 고정요율이 적용되면 손님과의 마찰이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요율이 고정된 주택들도 협상하려는 경우가 많다. 0.5%, 0.6% 수수료가 나왔는데도 그걸 다 받느냐는 식으로 얘기하며 고객들이 요율을 제시한다. 나중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재벌이 아닌 영세상인들이다. 고객이 중개수수료를 주지 않았을 때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한탄했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소속 공인중개사는 "중개보수를 단순히 낮추면 그 피해는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직업보수가 떨어지면 진짜들이 떨어지고 공부도 제대로 안 하는 가짜들이 판쳐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개업공인중개사 및 소속공인중개사는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해야 하지만, 직업의식 없이 대충 하는 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반응이 엇갈리는 공인중개사들과 달리 소비자들은 정부의 개선 의지를 일관되게 반기고 있다. 받은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게 느껴진다는 이유다. 이사를 앞둔 배모(29)씨는 "2억짜리 전셋집을 구했는데 수수료가 80만원이었다. 집을 여러 곳 본 것도 아니고 단 한 곳만 봤는데, 80만원을 줘야 한다. 지금 집에 곰팡이 등 하자가 있어서 문제가 많은데, 크게 조율이 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천시에서 집을 구했다는 전모(28)씨는 "중개수수료 요율 조정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사람들이 요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수료가 비싸서라기보다는 내는 돈만큼의 정보나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다. 기브 앤 테이크가 적절하게만 이뤄졌더라면 이런 논의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품질이 개선돼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는 이미 중개사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데는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무소에 소속돼 중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들로, 중개대상물에 대한 현장 안내 등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홍기원 의원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건수는 43건으로, 이중 29건(67.4%)이 중개보조원 사고 건수였다. 부동산 중개사고 3건 중 2건은 중개보조원이 낸 사고다. 한 공인중개사는 "자격증을 가진 중개사인지 자격증이 없는 보조원인지 일반인은 알기 어렵다. 중개사들은 행여 자격증이 박탈될까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그들은 돈만보고 과감하게 움직인다. 전문성이 없다"며 "업태부터 바꾸고 의식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 시험이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다. 이제는 중개일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격증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본다. 중개보조원도 일정 기한 내 자격증을 따지 못하면 일을 못 하게 해야 한다"며 "자격자만 할 수 있도록해 신뢰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부동산 매매 중개수수료율 현황과 개선안. /박소연기자parksy@biz-m.kr수원시내 아파트 숲.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수원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수원시내 아파트 숲.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
2021-02-18 윤혜경
300만원과 900만원. 수도권에서 공인중개사를 끼고 6억원짜리 아파트와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 줘야 하는 중개수수료다.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간의 입장차이는 극명하다. 소비자들은 집값이 상승하면서 수수료가 덩달아 올라 부담이 된다며 인하를 말하고, 중개사들은 과당경쟁으로 수익을 내는 중개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는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정부가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선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소비자와 중개사 모두 만족할 만한 개선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1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장관은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시 부동산 수수료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개선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이 6년 만에 개편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중개수수료율은 지역과 거래 유형(매매·임대차)에 따라 다르게 계산한다. 수도권에서는 대부분 수수료율이 비슷하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와 인천에서 5천만원 미만의 주택을 매매할 땐 최대 수수료가 25만원(수수료율 0.6%), 5천만원 이상 2억원 미만은 최대 수수료 80만원(0.5%)이다. 2억원 이상 주택 수수료 구간부터는 한도액이 따로 없고 상한요율만 있다.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주택에는 0.4%의 상한 요율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주택에는 0.5%가 적용된다. 9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서울과 경기, 인천 모두 상한요율 0.9% 이내에서 중개인과 중개의뢰인이 서로 '협의'하는 것으로 정했다.각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한요율을 토대로 수도권에 시세 6억원인 아파트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매수인은 상한 요율 0.5%를 적용해 중개사에게 300만원을 줘야 한다. 이때 중개사는 매수인뿐만 아니라 매도인에게도 중개수수료를 받으므로 총 600만원을 가져가게 된다. 서울과 경기도에 시세 9억원짜리 집을 거래할 때는 매수인과 매도인 각각 810만원씩 중개사에게 수수료를 내야 한다.전세나 월세 등 임대차계약 수수료도 비슷한 방식으로 책정한다. △5천만원 미만은 최대 수수료 20만원(수수료율 0.5%)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30만원(0.4%)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 상한요율 0.3%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0.4% △6억원 이상 0.8%내 협의다. 예컨대 수도권에서 보증금이 1억원인 전세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과 임대인이 중개사에게 줘야 할 수수료는 각각 30만원인 셈이다.문제는 집값 상승에 따라 중개수수료가 덩달아 상승한다는 점이다. 수수료를 결정하는 요율이 거래금액에 따라 책정돼서다.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천503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월(8억3천173만원) 보다 18.43%(1억5천330만원) 증가한 수준이다. 수수료율 0.9%를 적용받는 아파트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도내 아파트 평균가도 상승했다. 지난해 8월 3억5천872만원에서 올해 8월 4억2천189만원으로 평균 매매가가 1년 새 17.61%(6천317만원)나 뛰었다.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소재, 해마다 매매가가 꾸준히 오른 '자연앤힐스테이트(2012년 11월 준공)'의 전용 84.49㎡을 예로 들어보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해당 단지의 전용 84.49㎡는 2013년 12월 5억4천400만원에 매매됐다 2014년 12월 5억9천500만원, 2015년 10월 평균 6억3천900만원, 2016년 12월 6억8천만원, 2017년 12월 평균 7억8천900만원, 2018년 10월 평균 10억3천만원, 2019년 12월 평균 11억7천250만원, 2020년 7월 평균 13억3천333만원에 거래됐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상한요율 0.5%가 적용됐으나 그 이후부터는 0.9%가 적용된 것이다.이를 중개보수로 계산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7년 12월 매매 당시 중개보수는 394만5천원(상한요율 0.5%)이었으나 올해 7월은 보수가 1천199만9천700원(0.9%)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동일한 집의 수수료가 3년도 채 안 돼 204.17% 증가한 것이다.소비자들은 중개수수료가 높아진 것에 비해 서비스는 달라진 게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수원시 소재 세무사 사무소에서 일한다는 신세경(가명·26)씨는 "통상적으로 면적이 커질수록 복비가 더 비싸지는데, 이것부터가 솔직히 모순"이라며 "음식점이나 제조업의 경우, 만드는 데 걸리는 과정과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금액을 내는데 거부감이 없는데, 중개는 집주인에게 매물을 받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복비를 받는 거다. 받는 서비스에 비해 비용이 높게 책정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고 말했다.신씨는 이어 "세무일 하다 보면 부동산중개업자들이 돈을 제일 잘 버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 복비를 현금으로 결제를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 탈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예지(가명·27)씨는 "집을 구하러 다닐 때마다 받는 서비스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실 계약에 대해서도 중개인이 지는 책임은 큰 거 같지도 않은데, 말 그대로 중개 역할밖에 안 하면서 왜 그리 많이 가져가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공인중개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부동산 플랫폼 등을 통해 광고비를 내고 나면 가져가는 게 많지 않은 영세한 중개업자도 많다는 이유다. 과다배출, 과당경쟁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수원에서 원·투룸 중개를 주로 한다는 공인중개사 A씨는 "지금도 매일매일 계약해야 일반 회사원 임금이랑 비슷한 수준"이라며 "광고료도 부담인 상황에서 일반 직장인 임금 맞추려면 정말 쉴 새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매물도 많이 없는 데다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매일 계약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지금도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생각이 매일 든다. 여기서 수수료를 인하하면 상황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한요율 인하를 전제로 개편하는 것은 중개사들의 생존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행 중개보수를 두고 국민은 비싸다고, 개업공인중개사는 저렴하다고 한다. 이런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지불할 의사가 부족해서다"라고 말했다. 서 회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도자가 6%의 중개수수료를 내고, 일본은 매도자와 매수가 각각 3%를 지불한다. 0.4~0.9%대인 한국의 상한요율보다 곱절은 높은 셈이다.그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커져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전문자격사의 보수에 대해 한 쪽에게만 피해를 요구해선 안 된다"라며 "중개사와 업계, 소비자 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전세대란 관련 부동산 사진. /비즈엠DB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서울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지난달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2020-09-02 윤혜경
"한국에는 공인중개사가 정말 많은데, 왜 방 한 칸짜리 집을 구하려 할 때에도 믿고 갈 만한 곳이 없을까?"홀로서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일 것이다. 세입자가 허위매물에 '낚이는' 일이 빈번한 중개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비슷하다는 것을.세입자에게 중개수수수료를 받지 않아 여러 차례 화제가 된 '집토스'도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광고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닌, 믿을 수 있는 부동산 기업은 왜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20대 청년 세명은 '중개'라는 본질에만 초점을 둔 공인중개사무소 집토스를 지난 2015년에 개업, 이듬해 1월 주식회사 집토스를 설립했다.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직접 발로 뛰어 확보한 매물을 토대로 중개보수 없이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중개를 한 결과, 20대 청년 세명이 시작한 집토스는 설립 4년 만에 중개사 40명, 총 1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 앱인 집토스도 월 방문자가 10만 명에 달한다. 올해 안으로 직영으로 운영하는 중개사무소도 14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쉼 없이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 집토스는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을 비롯해 메가인베스트먼트,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43억 원의 시리즈 A 투자유치도 마무리했다.비즈엠은 지난 2일 공인중개사와 고객 모두 웃을 수 있는 중개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집토스를 이끌고 있는 이재윤 대표를 만나 현재까지의 발자취와 집토스의 청사진을 들어봤다.Q. 독자를 위해 본인 및 집토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린다.학교 다니다가 친구 집을 구해 주려 부동산 '집토스'를 차린 이재윤(29)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집토스'라는 앱을 바탕으로 직접 수집한 매물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를 보고 중개사무소로 오신 고객의 계약을 '무료'로 도와드리는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Q.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유는?군대에 있던 23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제대 후 복학 때문에 자취방을 구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집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방 한 칸짜리 구하는데도 믿고 찾아갈 만한 곳이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취방을 직접 구해주는 부동산을 개업하면 적어도 친구들은 우릴 믿고 쓰겠지'라고 말이다. 발로 직접 뛰고 중개를 해주면서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었다. 친구들한테는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계약하면 집주인에게는 수수료를 받으니까. 한쪽을 안 받아도 수익이 나니까 그렇게 했다. 원·투룸 중개는 향후에도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Q.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에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회사 운영이 가능한가.결론만 말하자면 운영은 된다. 그리고 조금 더 수익을 내기 위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박리다매고 두 번째는 경쟁력 향상이다. 궁극적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워서 한 건을 거래할 때 드는 비용을 점차 낮춰 계약률을 높이는 게 목표다. 현재는 매물수집부터 광고, 계약까지 중개사무소에서 거래 한 건을 성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때문에 현재 지점 확장 등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매물 수집이나 광고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더불어 초기비용 투자를 해 자체적으로 매물 수집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고객의 계약률도 올릴 수 있다고 본다.Q. 집토스의 매출이 궁금하다.자세히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매년 2배~2.5배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지점도 13곳으로 늘었고, 올해 안에 1~2곳 정도 지점을 더 오픈할 계획이 있다.Q. 운영시스템은 어떻게 되나.우리나라 중개시장은 굉장히 영세해 소속 공인중개사나 보조원이 도급계약을 한다. 기본급은 없고 인센티브를 몇 대 몇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집토스는 관행과 달리 중개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기본급(175만 원)과 인센티브15~30%)를 줘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고용된 분들이 지점에서 원·투룸 매물을 수집하면 사내 부서에서 온라인 사이트와 앱에다 직접 게시를 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문의하면 중개사분들이 상담, 방문, 계약을 도와드린다. 집을 구하시는 분은 중개보수 없이 서비스를 받는다.Q. 세입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아 기존 중개업자들의 반발이 있을 듯한데.이런 말씀을 하신다. "자격증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보수를 올릴 생각을 해야지 보수를 낮추면 어떡하느냐. 너희가 낮추면 우리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생각한다.지금의 중개시장은 중개사도, 고객도 웃을 수 없다. 중개사는 많아지고, 광고업은 커져 월 수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개업 공인중개사를 하다 집토스에 합류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광고 앱에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에게 연락이 오게 만드는 등 단순 '모객'에 집중을 했다고 한다. 매물 수집, 광고, 중개 이 모든 게 파편화돼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이걸 풀기 위해선 부동산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큰 기업이 나타나야 한다. 그 회사가 해야 하는 역할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다. 체계적인 교육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고용된 인력은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고객의 만족을 우선으로 둔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그 브랜드를 믿고 중개사무소를 찾아 중개사로부터 만족할만한 중개서비스를 받는다. 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중개업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집토스가 중개보수를 안 받는 건 추구하는 가치의 극히 일부분이다. 궁극적으로는 중개하는 중개사도, 중개를 받는 고객도 행복한 시장을 만들고 싶다.Q. 부동산 앱이 등장하면서 고객의 편리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허위매물'이란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집토스에서는 허위매물을 어떻게 관리하나.집토스는 기존 서비스와 모델 자체가 다르다. 정보의 원천이 다르다. 매물정보를 올리는 주체가 다른 것이다.왜 기존 서비스에서 허위매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느냐면 우리나라는 한 매물을 한 부동산에만 내놓는 경우가 미미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월세가 60만 원인 'ㄱ'이라는 매물을 A부동산, B부동산, C부동산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부동산이 정확하게 60만 원으로 광고하면, 다른 부동산에서 가격을 55만 원, 50만 원 이렇게 가격을 조금씩 바꿔서 광고 앱에 올린다. 광고비가 무료가 아닌 만큼 어떻게 하면 모객할 수 있을 매물 정보를 올릴까에만 혈안이다.그런데 집토스는 큰 부동산이 자체 앱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직원이 발로 뛰어 집주인에게 받은 정보를 게시하는 거다. 구조상 광고 경쟁을 할 일이 없다.Q.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는 언제쯤 집토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나.현재 신대방, 관악 강남, 송파, 강동, 건대, 왕십리, 수유, 성신여대, 회기, 홍대, 영등포 등 원룸 밀집 지역 13곳에 집토스 공인중개사무소가 있다. 빨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천천히 직영으로 하려다 보니까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Q. 집토스의 향후 계획은.집토스는 아직 '번데기'다. 우리가 원하는 나비가 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집토스의 철학에 공감을 해주는 분들이 점점 모이고 있다. 저희는 그분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그분들이 행복하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는 게 목표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세입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인중개사 '집토스'의 이재윤 대표의 모습. /박소연기자parksy@biz-m.kr수수료 없는 공인중개소 '집토스' 모습.수수료 없는 공인중개소 '집토스' 차와 팜플렛의 모습.중개수수료 없는 공인중개소 '집토스' 댓글 서비스 모습.'집토스' 관악점의 모습.
2019-10-08 윤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