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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내 공급면적 216㎡ 아파트자식 독립 후 158㎡와 58㎡로 나눠작은 집, 인근보다 저렴하게 월세임대 주택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세워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1주택을 2개 가구로 분리해 세를 놓는 '세대 구분형 주택'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 신도시의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9일 찾은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한 대형 아파트. 14층에 위치한 이 집 대문 앞에는 2대의 인터폰이 설치돼 있다. 대문을 열자 안쪽에 또 다른 입구 2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1주택을 분리해 2가구가 거주하는 '세대 구분형 주택'이다. 공급면적이 216㎡인 해당 주택은 이달 초 본래 가구가 거주하는 158㎡의 아파트와 58㎡의 또 다른 아파트로 분리했다.58㎡ 아파트에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70만원을 내는 세입자가 입주했다. 같은 크기의 인근 아파트는 월세는 같지만 보증금이 2억원으로 세대 구분형 주택보다 10배나 높고, 같은 평수의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보증금은 같지만 월세가 10만원 가량 높아 세대 분리형 주택이 가격 이점이 있다.지난 2002년 아파트를 분양받아 줄곧 이곳에서 거주해 온 A(70)씨는 지난해 모시던 아버지가 별세하고, 30대에 접어든 딸이 독립하면서 세대 분리를 택했다. A씨는 "아내와 둘이 사는데 방 5개가 다 필요하지 않아 집을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이 아파트 단지에만 세대 구분형 주택이 모두 7채다. 그 중 4채의 세대 구분 공사를 맡아 진행한 리디자인 하우스 이대수 대표는 "옆 동에선 자녀가 결혼하며 세대 구분 주택을 준 경우도 있다. 시부모와 같은 공간에 사는 불편함을 피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이어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40건 이상의 세대 구분 인테리어 상담이 몰려들었다"고 덧붙였다.세대 구분형 주택은 지난 2017년 연말, 국토교통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실무를 맡은 구청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세대 구분 신청을 반려하는 등의 해프닝도 벌어지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를 거치며 제도가 정착됐다. /신지영기자 sjy@biz-m.kr9일 세대분리 공사를 마치고 2가구가 살고 있는 용인시 상현동 한 아파트. 본래 중문 위치에 2가구의 출입문이 나란히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
출산·부모 부양 ↓… 큰 집 필요없어분당, 1천100가구 '소형임대' 가능학군·교통 좋은 수지등 보편화 단계'세대 분리형' 주택의 부상은 경기도 1기 신도시의 특성과 연관돼 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이 건설된 1989~1995년에는 현재보다 대형 면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1990년대의 합계출산율은 1.5명으로 1 이하로 떨어진 현재보다 높았고,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도 유지됐기 때문이다.이후 해당 지역에서 20년 이상 장기 거주해 온 노년 부부가 자녀 세대의 분가나 부모 세대의 별세 등의 이유로 더이상 넓은 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세대 분리형 주택 대두의 배경이 됐다. 대표적인 1기 신도시인 분당의 경우, 대형 아파트로 분류되는 135㎡ 초과 면적이 전체 아파트의 3.9%(5천283호)를 차지했다. 이를 1기 신도시 최초 물량 21만 호에 대입하면 1기 신도시의 대형 아파트는 모두 1만1천호 정도로 추정된다. → 그래픽 참조국토교통부의 '기존 공동주택 세대구분 설치 가이드라인'은 전체 세대의 10분의1만 세대 분리를 허용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1천100호 이상의 소형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 가이드라인은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포함되지 않게 하기 위해 세대 구분 허용을 10%로 한정했다. 일부만 세대 구분이 허용되기 때문에 해당 동에 세대 구분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전체 실소유자 중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정부는 지난 2017년말, 공동주택 세대구분의 공사 방법과 분리 기준 등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이를 통해 세대 구분형 주택이 공식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에 일부 구청에 세대 구분 신청이 들어갔지만, 관련 행정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일선 행정기관이 반려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금호공인중개사 김경애 대표는 "경기도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의 소형 임대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며 "주변보다 낮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학군과 교통망이 탁월한 수지의 인프라는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세대 구분형 주택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리디자인 하우스 이대수 대표는 "선례가 없다보니 몇 차례 공사를 하며 행정 절차를 익혔다. 공사비는 3천500만~4천만원 사이가 들고, 공사에 3개월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또 "내력벽 철거가 가능한지 구청을 통해 국토부에 질의한 뒤 공사를 한 적도 있다. 보편화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한편 세대 구분형 주택은 분리된 형태지만 법적으로는 1개의 주택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9억원 이상의 종부세 대상 대형 아파트에 불거지는 편법 증여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신지영기자 sjy@biz-m.kr9일 세대분리 공사를 마치고 2가구가 살고 있는 용인시 상현동 한 아파트. 본래 중문 위치에 2가구의 출입문이 나란히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