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원 사다리 밀입국 '또 뚫린 인천항' 왜?

따로 노는 보안·전문인력 부족 '총체적 난국'
  • 정운·신상윤 기자
  • 발행일 2016-02-29 제23면

인천세관, CCTV포착 불구 출입국사무소 통보 안해
울타리 주변 1시간 주기순찰… 사각시간대는 '무방비'
IPS 간부 '낙하산 인사'·경비직 낮은 연봉 이직 잦아


지난달 2차례의 밀입국사건 발생 이후, 해양수산부 장·차관이 잇따라 인천항을 찾아 보안강화를 주문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밀입국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26일 0시 56분께 중국인 선원 A(33)씨가 인천항 내항 4부두 인근 보안울타리를 넘어 도주했다. A씨가 선박에서 나와 울타리를 넘기까지 인천본부세관과 인천항보안공사가 운영하는 폐쇄회로(CC)TV에 각각 포착됐지만, 모두 A씨의 도주를 막지 못했다.

보안울타리는 2.7m 높이로 적외선 센서가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철제사다리를 이용, 적외선 센서 구간을 피해 울타리를 넘었다. 인천항의 보안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관·인천항보안공사, 공조체계 부족


인천본부세관은 선박에서 나가는 사람과 물품 등을 감시하기 위해 각 부두에 정박해 있는 선박 방향으로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6일 밀입국한 A씨는 인천항 내항 5부두에 정박해 있는 선박에서 나와 4부두 주변 울타리를 넘어 탈출했다. 선박에서 나오는 A씨의 모습이 인천본부세관의 CCTV에 담겼다.

상륙증이 없는 A씨가 밀입국한 시간은 26일 0시 56분. 선박에서 나온 시간은 이보다 조금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천본부세관은 이 사실을 인천항보안공사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통보하지 않았고, A씨는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보안울타리를 넘어 탈출했다.

인천세관이 A씨에 대해 인천항보안공사 등에 연락을 취하는 등 공조체계가 구축돼 있었더라면 밀입국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CCTV는 선원들이 물품을 밀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주요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밀입국과는 관련이 적다"며 "상륙증을 가지고 있는 선원도 많고, CCTV로는 선원의 얼굴을 식별하기 힘들어 특별히 수상한 경우가 아니면 선원의 승하선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항보안공사 전문성·인력 부족

인천항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항보안공사(IPS)의 전문성 부족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A씨는 세관과 IPS의 CCTV가 있는 구역을 지나서 2.7m의 울타리를 넘어 도주했다. 사다리를 이용해 적외선 감지구간도 피했다.

IPS는 이 울타리 주변을 1시간 주기로 순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순찰 인원이 없는 사각시간대는 사실상 선원들의 밀입국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동안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은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출신이 독점했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로 보직을 꿰찬 간부들이 자리보전에만 급급해 보안시설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뒷말이 인천항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나왔다.

또한 경비인력의 처우도 책임성을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 IPS 직원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특수경비원은 3조 2교대로 근무하지만, 연봉이 2천만원 중반 수준으로 근무 여건이 열악해 이직률이 높다.

/정운·신상윤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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