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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인천 옹진군 북도면 한 마을에 폐업한 컨테이너 분양사무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북도면은 최근 수년 사이 법원 경매시장으로 내몰린 땅이 급증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영종~신도 다리 개발 흐지부지
빚내서 산 땅 경매시장 내몰려
부동산 '폐업' 관광객마저 줄어
신도·시도·모도와 장봉도 등 4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천 옹진군 북도면. 영종도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이곳 북도면의 부동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수년 사이 법원 경매시장으로 내몰린 땅이 급증했고,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북도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1일 오전 영종도 삼목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신도로 향했다. 신도 선착장 초입에 부동산중개업소가 2개 있지만, 주인 없이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리로 연결된 시도로 넘어가 면사무소 앞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갔다. 역시 주인은 없었다. 면사무소 도움으로 마을 이장을 겸한다는 이 복덕방 주인을 오후가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
"지금 북도면에 거래가 하나도 없어요. 처분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죠. 부동산은 폐업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복덕방 주인 김영진(59)씨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북도면은 2000년 중·후반 무렵 부동산 투기 과열이 있던 지역이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상황은 반전됐다. 김씨는 "섬은 결국 다리 아니겠느냐"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영종대교 개통 이후 2000년 중반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다리가 연결된다는 개발 계획이 알려지면서 외지인의 투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다리 건설 사업은 흐지부지됐고 부동산 거품도 가라앉았다. 은행 빚을 내서 땅을 산 사람들은 큰 손해를 봤고 이 땅은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2010년 19건밖에 없던 북도면의 경매 물량은 2011년 56건, 2012년 128건으로 급증했고, 2015년에는 200건이 넘어섰다. 이는 옹진군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연륙 지역인 영흥면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면(백령·대청·연평·덕적·자월)의 경매 물량은 반대로 2010년 161건에서 2015년 78건으로 감소했다.
북도면에서는 '현 위치 토지 매매'라고 적힌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수막 주인 A씨도 한창 경기가 좋았던 10년 전 모도 조각공원 인근 땅 1만6천500여㎡를 사들였다고 한다. A씨는 "6개월 전 땅을 내놨는데 문의 전화가 오긴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개발 계획에 현혹된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땅을 샀고, 결국 개발이 지연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관광객도 줄어드는 등 악재가 겹쳐 여러모로 섬의 가치를 올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