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터진 인천항 정박지… 뱃머리 돌리는 대형선박

깊이 13m이상 팔미도 북측 한곳뿐… 짐도 못내린채 떠돌아
한달 1~2차례씩 '악순환' 선사들 건의에 항만공사 준설 검토
  • 정운 기자
  • 발행일 2016-08-11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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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지난달 초 5만t급 곡물운반선은 검역을 마치고 인천항 앞 정박지에서 입항을 기다리다가 뱃머리를 돌려 팔미도 바깥 해역으로 나갔다.

다른 선박이 정박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준 것인데, 이 곡물운반선은 다음날이 돼서야 인천항에 입항했다. 정박지는 입항하려는 부두가 차 있을 경우 선박을 대기하도록 정해놓은 해역을 뜻한다.

인천항을 이용하는 대형 선박들이 정박지에서 머물다 짐을 내리지도 못한 채 먼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10일 인천 항만업계에 따르면 인천항에 있는 정박지 중 깊이가 13m 이상인 곳은 팔미도 북측에 위치한 E-1 한 곳 뿐이다. 이 때문에 곡물운반선이나 유조선 등 흘수(선박과 수면이 닿는 곳에서 배의 가장 아래 부분까지 깊이)가 13m 이상인 대형 선박들은 E-1 정박지만 이용할 수밖에 없다.

2~3년 전부터 대형 선박의 입항이 늘면서 이런 선박이 머무를 수 있는 정박지가 부족하게 됐다.

특히 곡물운반선의 경우 하역하는 데 2~3일이 걸려 이 기간에 해당 부두로 오는 선박은 정박지에서 대기해야 한다.

공교롭게 선박이 몰리는 경우에는 나중에 온 선박이 먼저 와 정박지에 머물고 있는 선박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도선료 등 30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급하고 정박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정해진 날짜에 화물 검역을 받기 위해서는 정박지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1달에 1~2차례씩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항만업계의 얘기다.

참다못한 선사들은 최근 대형 선박이 머물 수 있는 정박지를 늘려 줄 것을 인천항만공사에 건의했다. 뒤늦게 업계의 숨은 고충을 알게 된 인천항만공사는 정박지 준설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정박지가 부족해 선박이 먼바다로 나갔다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줄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선사들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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