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혁신도시·신행정수도
법제처 "기존법률 토대 부과 적법"
1·2심도 "도시개발법 요건 충족"
대법원 "법률에 없다" 단순 이유학교용지부담금은 신도시 조성에 따른 인구유입으로 새로운 학교가 필요할 때 지자체가 아파트 건설사 등 사업시행사에게 징수하는 학교개발사업 경비를 뜻한다.
신도시가 조성되면 지자체는 시행사에 부담금을 징수해 교육청으로 전출, 교육청은 새로운 학교를 짓거나 기존학교를 증축하는 경비로 부담금을 사용한다.
교육청은 별도의 세수가 없기 때문에 시행사가 개발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금 일부를 학교시설 확보를 위해 환원한다는 취지로, 지자체는 학교용지법에 따라 시행사에 학교용지부담금을 징수한다.
LH-지자체 간 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학교용지법이 적용되는 개발사업의 범주다. 학교용지법 제2조는 개발사업을 ▲건축법 ▲도시개발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주택법 ▲택지개발촉진법 ▲산업입지법에 따른 지구조성사업에 따라 시행하는 100가구 이상 건설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주택건설법(보금자리주택지구), 혁신도시법(혁신도시지구), 행복도시법(신행정수도) 등 특별법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개발사업이 생기자 지자체들은 학교용지부담금 관련 혼란을 겪었고 법제처에 판단을 요청했다.
이에 법제처는 혁신도시지구(2010년 9월), 보금자리주택지구(2011년 2월), 신행정수도(2013년 3월)의 시행사가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별법이 도시개발법·택지개발촉진법·주택법 등 기존의 법률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도 앞선 1·2심에서는 보금자리주택지구·혁신도시지구·신행정수도 등은 인·허가 요건이 도시개발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봤다. 법제처의 해석을 존중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자체가 보금자리주택지구·혁신도시지구·신행정수도 등에서 개발사업을 하는 시행사에 학교용지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행정처분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으로 규정했다.
학교용지법 제2조에 열거된 법률 중 공공주택건설법·혁신도시법·행복도시법 등은 없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이유다.
지자체들은 앞선 모든 결정을 뒤집은 대법원의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가 나온 만큼 다른 재판에서도 자자체의 패배가 예상되고 파기환송심에서 재차 번복되는 사례도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소송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다른 지역도 폭탄을 안게 됐다. 의정부시(민락지구)·화성시(봉담지구)·시흥시(목감지구) 등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개발돼 경기지역에서 돌려줘야 할 비용만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법제처 해석까지 받으며 안전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한 행정처분이 잘못됐다니 할 말을 잃었다"며 "얼마나 많은 비용을 돌려줘야 하는지 계산조차 안돼 지자체가 '빚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는 "판결을 그대로 따를 뿐이지 다른 의견은 없다. 내부적으로 해당 판결에 대한 언론 대응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김명래·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