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의도하는 목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일일이 다 따질 수 없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적용한다면 그거야말로 적폐 행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지모(64) 씨는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 택지개발 사업지구에 지은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기존의 신용대출을 이자가 저렴한 담보대출로 바꾸고자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벌써 2개월째다.
해당 건물은 지난 2월 준공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위례사업본부에 토지 대금을 모두 치러 세금관계가 말끔해 은행도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정도인데도 대출이 어려운 것이다.
이유는 LH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양도 승낙'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지지구는 사업준공이 난 뒤 6개월여에 걸쳐 지적을 정리한 다음에야 개별 건물의 소유자 앞으로 등기를 내어주는데, 위례 사업지구는 최초 준공이 올해 말이어서 이곳 건물주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등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건물주들은 건물 담보대출 등의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 사업시행자인 LH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양도'를 승낙받거나 '채권양도'승낙을 받아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데, 지 씨의 경우 LH로부터 이를 받지 못해 대출이 안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사 규정에 '(토지) 사용승낙이 나간 이후에는 은행을 바꿀 수 없다'고 돼 있으며, 이는 담보로 잡히는 건물의 수분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LH의 설명에 따르면,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 4조 6항과 7항은 건물을 분양하려고 할 때 대지에 저당권이 잡혀 있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는데 LH가 나서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승낙이나 채권양도승낙을 함으로써 건물주가 법을 위반토록 할 수는 없기에 내규에 이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 씨의 건물은 분양하지 않고 임대를 놓고 있어 LH가 보호해야 할 수분양자가 없다. 그런데도 위례사업본부가 엉뚱한 조항을 적용해 담보대출을 막고 있어 건축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 씨는 "신용대출(이율 5.1%)에서 담보대출(2.9%)로 전환을 못 해 한 달 손해 보는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른다"며 "LH의 귀책사유로 등기를 못 내고 있는데도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행사를 이렇게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답답해했다.
성남/장철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