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열려도 고립된 주민]차로 막혀 읍내도 못나가… 밤이면 바이크족 '소음 공포'

  • 윤설아 기자
  • 발행일 2017-07-31 제23면

"도로는 뚫렸지만 주민들은 고립됐어요."

석모대교 개통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석모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배를 타야만 육지에 나갈수있는 처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개통 후 한 달째, 석모도 주민들은 주말마다 차량 정체로 강화읍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집 앞 논밭조차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데다 소음 피해까지 겹치면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석모도에서 30년간 거주했다는 김순자(54·여)씨는 석모대교 개통 이후 농사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집 앞 왕복 2차로 도로만 건너면 논이 있는데 외지에서 온 차량이 도로를 점령하면서 짐을 지고 도로를 건너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강화읍을 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대교 개통 전만 해도 배를 탈 때 '거주민 우선' 차량이면 쉽고 빠르게 읍내로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대교를 통해야 하는데 주말이면 1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김 씨는 "다리가 생기면 결혼식과 같은 행사도 당일 날 편히 갔다 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제(29일)도 차가 너무 막혀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겼다"며 "주말엔 거의 못 움직이고, 마트 배달도 시키기 어려울 정도라 동네 노인들은 불편이 막심하다"고 말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석모도 주민 원모(31)씨는 최근 밤중 오토바이 소리에 놀라 잠을 깬 적이 많다. 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볼 수 없던 '바이크족'(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오가면서다.

원 씨는 "집 앞에 주차하는 사람들은 물론 밤늦게까지 소리를 내고 달리는 오토바이나 차량이 많아져 여름에 잠을 이루기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차량 혼잡이 심해지면서 강화읍에서 오는 간선버스가 보문사 앞을 피해 노선을 일시적으로 변경하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트랙터 등 중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등 주민 불편이 극심해지고 있다.

김윤태 삼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대교가 뚫린 것은 모두 환영하고 있지만, 관광지화로 인해 수혜를 보는 것은 일부 상인이며 농사를 짓는 평범한 사람들은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 독려, 교통 단속 등 주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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