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신생 업체가 설립 1년 만에 3천억원대 경기도 임대주택사업을 수주해 논란(8월 2일자 1면 보도)인 가운데, 실제 공사 현장에서도 역할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 수준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컨소시엄 구성 전반에 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6일 경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대형 건설업체 삼호와 성남 소재 더블유엠건설은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 5월부터 경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A4블록 공공주택 공사를 맡아 진행 중이다. 두 업체의 참여 지분율은 삼호가 60%, 더블유엠 40%다.
공사를 수주했을 당시 더블유엠의 실적은 2억원 남짓밖에 되지 않아, 삼호가 왜 3천억원대 대규모 사업 파트너로 이 업체를 택했는지 의문이 제기됐었다. 업계에서는 더블유엠이 이번 사업으로 수백억원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공사에는 더블유엠이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삼호 측이 밝힌 더블유엠의 역할은 "시공 분야에서의 협조"지만, 지난 3일 다산 진건 A4블록 공사 현장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건축·토목·전기·통신 등을 담당하는 직원 22명 중 더블유엠 직원은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삼호 소속이었다. 현장사무소 인력만 놓고 본다면 삼호가 단독 수주한 공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대한건설협회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더블유엠이 보유한 기술자 수는 5명이다. 이러한 신생 업체와 지분 40%를 나누면서도 사실상 현장 업무를 도맡다시피하는 삼호 측 행보에 의문만 커지고 있다.
삼호 관계자는 "지분에 따라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블유엠과 맺은 협약에 의해 공사를 진행하는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조한다'는 단순한 내용으로 협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더블유엠 측이 협조를 잘해준 덕분에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신도시 조성을 담당하는 경기도시공사 측도 "협약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들 간 역할 분담에 대한 내용까진 명시돼있지 않다"며 "법적으로도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간 어떻게 현장 인력을 배분해야 하는지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 실제 업무는 업체들이 논의해서 진행하는데, 이 사업 외에도 대부분의 컨소시엄 공사가 대형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왜곡된 컨소시엄 구성이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한 건설직 공무원은 "가점을 부여하는 등 지역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독려하는 것은 대형사의 현장 관리·감독 능력을 학습하는 기회를 부여해 지역 업체를 육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현장 조직 자체를 대형사가 거의 주도한다. 지역 업체는 수주를 위해 명의만 빌려주고 이익만 취하는 구조가 돼버렸다. '페이퍼컴퍼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