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사 "재정부담… 준공영제"에
노동계 시내버스 확대등 의견 달라
도의회, '도입' 자체엔 이견 없지만
예산 과다책정·특혜 우려 검토 요구경기도와 22개 시·군의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 협약식이 경기도의회와 지자체, 노동계의 반발 속에 26일 전격 취소됐다. 반대 입장을 표명한 도의회 등은 "섣부른 준공영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각각 공영제 도입·확대시행·재검토 등으로 입장이 갈렸다.
■준공영제vs공영제vs확대시행=지난주 업무협약 소식이 알려지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준공영제는 공영제 도입의 걸림돌"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공영제는 노선·면허권을 전적으로 도가 행사하는 방식인 반면 준공영제는 적자 분만 보전해주는 형태다.
이 시장은 준공영제를 실시해 버스회사의 이익을 보전해주면 수익이 발생하는 '알짜 노선'의 가격이 치솟아 추후 노선 매수를 통한 공영제 도입이 힘들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또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지하철은 물론 버스까지 모두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교통은 공공재인 만큼 공영제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버스기사의 과로로 인한 사고와 입석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은 준공영제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심영주 경기도 정책보좌관은 "성남과 고양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준공영제가 해결책이라는데 대부분이 공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광역버스에만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해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광역버스에 한정된 준공영제 시행은 시내버스-광역버스 운전기사 간 차별을 조성한다며 시내버스를 포함한 전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준공영제 전면 시행 시 현재 연간 2천억원(버스운송원가의 13%) 수준인 도·시군의 버스 지원금에 3~5천억 원이 추가로 소요돼 재정 여건 상 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 재검토 의견, 이유는?=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은 도와 도의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연정(聯政) 과제로 도입 자체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만, 도의회 측은 도가 산정한 소요 예산(824억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와 그 이익을 일부 업체가 독식한다는 점 등을 들어 면밀한 검토를 주문하고 있다.
이재준(민·고양2) 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대당 운송원가가 54만원이고 보조금을 6만원 정도 지급하고 있어 (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 65만원을 맞추기 위해) 5만원만 지원하면 된다"면서 9만원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산정한 도의 기준을 문제 삼았다.
또 광역버스 업체 5개사가 준공영제에 따르는 수입의 75%를 가져간다면서 특혜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도가 준공영제 도입의 근거로 내세운 '입석 승객 근절' 역시 버스운행량을 늘리지 않고 준공영제만 도입해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도 측은 표준운송원가와 특혜 논란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2015년 버스요금 인상분을 고려해 소요예산을 잡은 것으로, 준공영제 시행 전 버스회사의 운송 수지가 개선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준공영제 수입금은 업체별 차량 보유 규모에 비례하는 것이라 도 광역버스의 절반 정도를 운행하는 특정 회사들에 수익이 편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간 버스 업체가 입석 승객 근절을 위해 버스운행량을 늘리는 것을 꺼린다는 부분에 대해선, 버스업체와 공동운수협정을 체결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명했다.
/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