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경비료 거부·회피 악순환

중고차 10대 중 6대 돈 안내
수출업체 "화주도 아닌데…"
항만공사 대책 마련에 미온적
  • 김주엽 기자
  • 발행일 2017-10-10 제6면

인천항보안공사의 경비료 미수액 규모가 크다는 감사 결과(9월20일자 23면 보도)와 관련해, 인천지역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인천항 부두 경비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의 위탁을 받아 인천 내항 경비와 보안 등을 담당하는 인천항보안공사는 인천항만시설운영규정에 따라 중고차 1대당 3천973원의 경비료를 중고차 수출업체에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 수출업체는 지난 2004년부터 올 7월까지 12억 7천여만 원의 경비료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최근 해양수산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는 해당 기간 경비료 미납액(20억 9천여만 원)의 60%에 달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인천항보안공사는 중고차 수출업체에 2억 4천여만 원의 경비료를 부과했지만, 납부된 돈은 9천100여만 원에 불과하다. 10대 중 6대는 부두 경비료를 내지 않고 인천항을 이용한 셈이다.

상당수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화주가 아닌데도 경비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며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인천항만시설운영규정에서는 화주와 하역사에 부두 경비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바이어가 중고차를 수출단지에서 구매하면 중고차의 주인은 바이어가 된다. 이 때문에 화주인 바이어에게 경비료를 물려야 한다는 게 수출업체들 주장이다.

그러나 인천항보안공사는 "다른 화물의 경우 수출업체가 화주에게 경비료가 포함한 비용을 받아 대신 납부한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자동차 수출업체 일부는 화주에 해당하기도 해 경비료 부과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항만업계 안팎에선 제대로 단속을 안 하는 인천항만공사와 인천항보안공사의 미온적인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경비료를 낸 수출업체들의 제보가 묵살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비료를 냈던 업체들도 납부를 하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경비료를 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경비료 단속을 회피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지만, 항만공사와 보안공사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경비료를 체납한 업체가 받는 불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업체만 경비료를 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천항보안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중고차는 다른 화물과 달리 한 차량(차량운송차)에 여러 업체 소유의 화물(중고차)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인천항 부두로 들어올 때마다 경비료를 안 낸 업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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