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대한·아시아나항공 정비고 등 인프라 불구 원천배제
정비불량 결항률 9.4→23.5%… 市, 독자적 MRO산단 조성 계획국토교통부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항공기 정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부지원 항공정비(MRO)사업 대상자로 KAI(한국항공우주산업㈜·경남 사천)를 19일 선정했다.
정부는 KAI가 있는 경남 사천을 중심으로 인근 진주까지 경남 서남부 지역을 미국 오클라호마나 싱가포르 창이공항 주변과 같은 국제적인 MRO 산업단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3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MRO 관련 연구 개발 비용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방공항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정부 지원 MRO 사업 대상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원천적으로 배제시켰다.
MRO 산업단지는 항공기의 안전성 확보는 물론 공항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분야로 인천국제공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등은 모두 공항 주변에 MRO 산업단지를 두고 있다.
유럽의 항공교통 거점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도 마찬가지다. 이들 공항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원칙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항공기와 관련한 물류, 정비 시설 등을 공항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
인천공항 주변에는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비고가 각각 1곳씩 위치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LCC(저가항공) 공용정비고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인천시는 이런 항공기 정비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년 전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와 MRO 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MRO 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비롯한 각종 행정 지원이 병행돼야 하지만 정부의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 기조 때문에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항공기 정비 수요는 1조9천억원(2016년 기준) 규모로 이 중 48.6%(9천400억원)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술력으론 이륙 직전의 기본적인 정비 외에 항공기 중요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중정비 기술이 없어 인근 싱가포르 등으로 비행기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정비 분야의 취약한 기술력은 항공기 결항률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13년만 해도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이 9.4%(항공기 출발 기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3.5%까지 증가했다.
더 이상 MRO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정부의 결정과 별개로 독자적인 MRO 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항공사와 인천공항 제4활주로 인근 114만㎡에 항공기 17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는 규모의 MRO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정부도 경남 사천 지역과 별개로 인천공항 주변의 MRO 단지 조성 계획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