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노송지대서 뽑힌 공적비… 문화재 심의 '사전작업' 의혹

  • 김영래·배재흥 기자
  • 발행일 2018-05-11

2000년 노송지대
'수원 역사의 根幹' 낙동강 오리알 신세-수원시가 노송지대 도시계획도로 신설계획 당시 경기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통과를 위해 노송지대에 설치됐던 공적비 27기를 모두 철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00년 옛 노송로에 세워졌던 공적비(사진 왼쪽). 2008년 도로신설로 철거된 공적비(사진 가운데), 2009년 수원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된 공적비.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창고등 방치되다 수원박물관 둥지
새 도로 위한 '고의 이전' 주장나와
道 현상변경기준도 무시하고 공사
市 "훼손우려 민원 이유있어" 해명

수원시가 경기도 문화재인 '노송지대'에 적용한 문화재보호규제 완화 조치로 문화재 훼손과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지적(5월 10일자 1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설치된 공적비(불망비, 선정비) 27기가 심의 전에 모두 뽑힌 것으로 밝혀져 "경기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노송지대에 있던 공적비(27기)는 역대 경기도관찰사(현 경기도지사에 해당)와 수원유수(시장) 등의 재임 중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수원 역사를 대표하는 '근간(根幹)'이라는 게 수원 향토사학계의 평가다.

10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월께 노송지대 공적비를 모두 뽑아냈다. 공적비 훼손이 우려된다는 민원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공적비 철거 당시 시가 인적이 뜸한 새벽시간대에 기습적으로 뽑아냈고, 1년 후(2009년 3월) 옛 노송로를 폐쇄한 후 도시계획도로를 신설하기 위해 '문화재보호규제'를 완화해 준 경기도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열렸다.

더욱이 시는 공적비 27기를 수원 화성 창룡문 앞 나대지에 야적해 놓다가 주민들의 비난이 일자, 황급히 구 수원문화원(현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지하 창고로 옮겨 방치하다 2009년에야 수원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비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들과 향토사학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도로 신설을 근거로 한 '경기도 현상변경 허용기준안'의 심의결과를 무시한 채 공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심의결과는 문화재 좌측 편 12m까지 원형보존하도록 규정했다.

결국, 시가 지금의 위치(파장동 797의 11 일원)에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고의로 공적비를 뽑아 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 A씨는 "시가 새벽 어스름을 틈다 공적비를 모두 뽑아 버렸다. 이는 명백한 문화재 도굴 범죄"라며 "공적비를 노송지대로 옮기고, 제대로 된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적비 훼손 우려 민원에 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수원박물관 관계자는 "왜 이곳에 전시됐는지 자세히 모른다. 문화재로서 보호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영래·배재흥기자 yr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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