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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당시 총 3천870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으로 이목을 끌었던 수원 정자동 동신아파트의 모습./이상훈기자 sh2018@biz-m.kr |
열풍 분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성공 가능성 '글쎄'
전국서 리모델링 성공 사례 고작 16건 불과
부동산 전문가들,"내력벽 철거 여부 확정이 관건"
최근 경기지역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그동안 성공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방배동 옛 궁전 아파트 리모델링으로 국내 최초의 단지 전체 리모델링 시대를 연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 중 마지막 단계인 입주까지 이뤄진 곳은 도곡동 옛 동신아파트, 청담동 옛 청담두산아파트, 청담청구아파트 등 총 16개 단지로 조사됐다.
이중 도내에서 입주까지 한 아파트는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상당수가 답보 상태이거나 아예 사업이 취소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2010년 당시 총 3천870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으로 이목을 끌었던 수원 정자동 동신아파트 1~3단지는 리모델링 주택사업 조합 인가를 받아 2012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모델링허가 신청서를 10년 가까이 제출하지 않아 2~3단지는 취소될 예정이며, 1단지의 경우 입주민 동의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취소 처분이 오는 8월까지로 연장됐다.
이처럼 수원에서 유일하게 리모델링 주택사업 조합 인가를 받은 곳이었던 동신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향후 전망이 밝지 않음을 보여줬다.
수원시 관계자는"조합 설립 인가 후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조만간 인가를 취소할 예정"이라며 "CM주관사로서 선정된 쌍용건설이 워크아웃과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리모델링 사업은 굉장히 필요한 정책이나 신축 아파트보다 사업성이 높지 않고 추가부담금이 커 주민 동의도 받기가 쉽지 않다"며"최근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사업 성과가 저조한 이유를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완공까지 한 단지는 서울에 있으며, 경기 지역에선 한 곳도 없다"며"여전히 재건축과 비교 대상이 되다 보니 인식이 좋지 않아 준공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 철거가 허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재개발·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떠오르고 있지만, 대안이 주류가 되기는 쉽지 않다"며 " 가구 간 내력벽 철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사업성 예측이 어려워 건설사의 시공사 입찰도 적극적이지는 않다. 시장 확장성은 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재건축이 어려우니 리모델링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지 않아 평면 설계에 한계가 있어 재건축 만큼 활성화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은 지난 2015년부터 4년 넘게 끌어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애초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올 상반기 중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안정성 관련 용역이 지연돼 하반기로 결정을 연기했다.
/이상훈기자 sh2018@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