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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인 송도국제도시 전경. /조재현기자 jhc@biz-m.kr |
"이곳 일대 아파트가 1만5천가구 정도 되는데 전세 물량은 10개가 채 안 된다. 전세 물건이 싹 실종됐다고 보면 된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골자인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서도 전세 매물이 사라졌으며,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전셋값이 껑충 뛰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송도 5공구에 건설된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다. 지난 2016년 8월 준공한 해당 아파트는 최고 41층·8개 동·1천406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최근 전셋값이 분양가를 따라잡는 등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 전용 84.852㎡ 26층 매물이 3억8천만원에 전세 임대차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동일층·동면적의 전세 계약이 지난 1월 3억2천만원에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전세가가 6천만원 뛰었다.
소형 면적의 전세가도 오름세다. 지난해 11월 2억8천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전용 59.94㎡(17층)은 올해 8월 3억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분양 당시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 전용 59.941㎡ 최고가는 3억1천110만원이었다. 현재 전세가가 분양가를 따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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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글로벌파크 베르디움 전경.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
인접한 '송도 글로벌파크 베르디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전세가가 3억5천만원(10층)이었던 전용 84.89㎥는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 3일 4억1천만원(18층)으로 6천만원 올랐다. 전용 63.94㎡도 전세보증금이 6월 2억9천만원(11층)에서 9월 3억원(10층)으로 상승했다.
올해 입주한 송도 8공구 '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 전세가도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전용 84.99㎡(21층) 전세보증금은 7월 평균 2억6천750만원, 8월 평균 2억9천500만원, 9월 3억원, 10월 3억8천만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해당 단지의 당시 전용 84.99㎡ 분양가는 3억9천940만~4억4천720만원이었다.
이처럼 전셋값이 오른 이유는 임대차법 영향으로 인한 매물 품귀 때문이라고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은다. 19일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서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를 검색하면 총 626개의 매물이 뜬다. 이중 전세 매물은 17개(2.71%)에 그친다. 송도글로벌파크베르디움도 올라온 매물 263개 중 전세는 5개(1.90%)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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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글로벌파크 베르디움과 인접한 '글로벌 캠퍼스 푸르지오' 입구. 19일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272개 중 전세 물건은 10개에 그친다.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
송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문의는 있는데 매물이 없다"면서 "임대차법 시행 전에는 꽤 많았는데, 지금은 전세 매물이 없어 전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입주한 단지가 있으면 (전세)매물이 2억원 정도에 나왔으나 최근에는 3억8천~4억원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임대차계약 후 임대인이 4년간 전세금을 최대 5%밖에 올리지 못하므로 4년 후의 예상 시세를 현재 반영한 여파라는 것이 그의 부연이다.
전세를 탈피해 매매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매물일수록 특히 그렇다.
그는 "노후를 송도에서 보내고자 하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찾아봤는데, 볼 수 있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매도인이 아닌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이 있는데 왜 집을 보여줘야 하냐는 이유였다"며 "매물을 사더라도 임차인이 갱신권을 요구하면 임차인이 우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 대출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 전입을 해야 하는데, 임차인이 늦게 나가 전입이 늦어지면 받은 대출을 그대로 토해내야 한다. 전셋집을 빼고 매매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임차인이 늦게 나가 전입을 제때 못한다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지는 셈이다.
이 중개사는 "국토부에서는 갭투자를 방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를 끼고 2년 내지는 4년 있다가 들어올 사람들만 매매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임대인이나 이사를 하는 사람도 국민인데, 너무 임차인에만 집중된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