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한 지붕 두 가족’ 경기도 준공영제 이야기

  • 입력 2026-08-13 19:10:53
방향 잃은 버스업체… 이 대로 계속 가도 될까
‘정부 따로, 지자체 따로’ 두 갈래 운영 혼란

고양·파주 지역에서 20개 노선 265대 버스를 운행하는 지역 최대 운수업체 명성이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론 처우 문제지만 구조적으론 준공영제 때문이다.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어떻게 명성운수의 파업에 영향을 미쳤는지, 이 이야기를 발단·전개·갈등·결말 순서로 따라가 본다.

종사자 처우개선·안전 확보 취지 도입
운영 비용 정산 지원해 적자 보전 구조

■ 발단, 준공영제의 시작

버스 운행 비용을 공공이 보조하는 준공영제가 경기도에 도입된 건 남경필 경기도지사 시절의 일(2017년 10월25일자 3면 보도 등)이다. 2017년 8월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에서 오산교통 소속 수도권 광역급행버스와 승용차 8대가 추돌해 18명의 사상자를 낸 일이 계기가 됐다. 사고의 원인은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었는데, 당시 해당 기사는 전날 18시간을 운행해 사고를 키웠다.

경기도 각 지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운행거리가 길고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았고, 버스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남 전 도지사는 자신의 공약이기도 했던 준공영제를 임기 말 본격 추진한다. 광역버스에 한해, 일부 시군이 불참한 가운데 2018년 삐걱거리며 출발한 준공영제는 같은 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취임과 함께 변화를 맞게 된다.

버스회사의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게 맞느냐는 인식에서 출발해 면허권은 공공이 갖고 일정기간마다 입찰을 통해 노선 운행을 허락하는 ‘노선입찰제’가 대두된 것이다. 노선입찰제 없이 오랫동안 영업해 온 버스회사에게 기존 노선 그대로 운행의 전권을 맡기면 사기업의 영업을 공공이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노선입찰제는 기본적으로 1개 기업이 노선을 독점·사유화하는 걸 원천차단하기 위해 입안됐다.

경기도는 이 노선입찰제를 우선 공항버스에 적용했는데, ‘노선입찰제 준공영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꽃을 피웠다. 바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준공영제다

정부, 신설·편입 노선 소유해 직접 관리
회사엔 입찰때 제시한 금액만 지급 방식

■ 전개, 대광위 준공영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줄여 대광위는 지난 2019년 출범한 국토교통부 산하 조직이다. 대광위 출범의 이유는 경기도 교통이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광역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은 하루 20만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도→서울로 향하지만 혼잡한 광역버스 문제는 여전하다. 경기도는 서울시에 매년 광역버스 증차를 요구했으나 도심 교통수요 증가를 우려한 서울시는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오산 사례와 같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다. 경기도는 입석금지·2층 버스 도입 등을 추진하며 정부에 광역버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대광위가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대광위는 출범 이후 100여개의 경기도·서울 광역버스 노선을 신설했다.

기존 노선은 버스회사가 운영하지만 대광위 출범 이후 신설·편입된 노선은 정부가 노선을 소유하며 운영방식과 서비스를 직접 관리한다. 이런 ‘노선입찰제 준공영제’가 지난 2022년 도입됐다. 노선결정, 운송사업자 평가, 면허발급 업무 모두 대광위가 수행하며 2개 이상의 시도를 넘나드는 노선을 두고 발생한 지자체 간 이견도 대광위가 조정한다. 정부가 노선별 재정지원금의 50%를 지원하고 지자체가 50%를 분담하는 구조다. 지자체 분담분은 경기도와 시군이 30%·70%를 나눠 지급한다.

使 “적자난 대광위 운행기사는 임금동결”
勞 “한 회사서 노선 따른 차별 처우 반대”

■ 갈등, ‘한 지붕 두 가족’ 준공영제

이처럼 준공영제는 경기도 광역버스 사고에서 출발해 노선입찰제라는 정책과 대광위 출범을 거쳐 순조로운 운행을 이어갔다. 대광위는 매년 노선을 확충했고 정부가 중재에 나서자 서울시는 예전처럼 전면 반대 입장만을 표명하긴 힘들었다. 문제는 버스회사 내부에서 터졌다. 바로 명성운수의 노사 갈등이다.

고양을 기반으로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운수노동자 650명의 명성운수는 대광위 준공영제 6개 노선 117대, 경기도 준공영제 5개 노선 51대, 자신들이 운영해 온 민영제 노선 9개 97대를 가동하고 있다. 이 중 대광위 준공영제 노선인 M7731번은 고양 일산에서 서울 서북권으로 접근하는 핵심 광역 노선이다. 출근 시간대 킨텍스와 대화역에서 시민을 가득 태우고 서울 홍대와 신촌으로 향한다.

명성운수는 2024년 대광위 입찰에 참여해 노선입찰제 준공영제가 적용되는 M7731번 버스노선 운행권을 획득했다. 공공관리제라고 불리는 경기도 준공영제는 운행 이후 사후 운영 비용을 정산해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이고, 입찰로 노선을 따내는 대광위 준공영제는 입찰 시 제시된 금액만 보전된다. 따라서 회사가 노선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적자가 발생할 수도 흑자가 날 수도 있다.

명성운수 노사는 이 대광위 준공영제 노선에 종사하는 운수종사자의 임금을 두고 올해 임금협상에서 대립해 왔다. 사측은 대광위 준공영제 노선의 적자로 해당 노선 종사자의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측은 한 회사 소속으로 어느 노선에 투입되느냐에 따라 처우가 달라져선 안 된다고 맞섰다.

이 갈등은 경기도의 공공관리제, 대광위의 노선입찰제 준공영제라는 서로 다른 방식의 제도로 촉발된 것이다. 하나는 적자가 발생한 만큼 보전하며 하나는 처음 약속한 만큼 보전하며 회사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92.8% 파업 찬성… 출퇴근길 혼란 우려
2개 준공영제 이어갈 수 있을지 시험대

■ 결말, 파업이냐 해결이냐 그 후 과제

2018년 경기도 광역버스로 운행이 개시된 준공영제는 2019년 대광위 출범, 2022년 대광위 준공영제 시작을 거쳐 현재 명성운수 사태에서 잠시 정차하고 있다. 명성운수의 버스가 다시 출발할지 아니면 파업을 맞아 정차가 길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명성운수 노조는 지난 11~12일 92.8%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으며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고양시는 M7731번 등 출퇴근 시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해결책을 찾고 있다.

경기도나 대광위 나아가 고양시도 명성운수라는 개별 민간기업의 노사협상에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준공영제 노선으로 인한 운수종사자의 개별 처우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고 여파가 시민에게 미칠 영향이 있는 만큼 준공영제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명성운수는 아니 경기도의 2가지 준공영제는 안전하게 계속 운행할 수 있을까. 고양·파주 버스업체의 이번 사례가 특이한 것일까 아니면 ‘한 지붕 두 가족’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시발점일까. 명성운수 파업 스토리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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