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본질과 충돌하는 신천지 신앙 영역 넘어 정치권까지 영향 교단 지시 따른다면 과연 옳을까 권력 탐하는 순간 타락 명심해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SCJ)은 요한계시록 7장 4~8절에 나오는 ‘인(印) 맞은’ 14만4천명을 상징적 숫자가 아니라 실제 숫자로 이해한다. 이들에게 ‘인 맞음’은 구원받을 공동체에 속하는 자격이자 증표이다. 그래서 신천지는 시험을 통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심사하고 그 출입증을 발급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구원이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다고 고백하는 기존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신천지가 거대한 종교 권력으로 성장하여 신앙의 영역을 넘어 정치권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교유착 비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021~2024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당 대표 경선, 총선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최소 5만6천472명의 신천지 신도가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송영길 후보는 ‘소나무당’ 대표 시절, 신천지 측 인사가 이만희 총회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신도들의 대거 입당과 당의 부채 해결, 당비 지원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이를 거절하면서 “대한민국 정당 중 신천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 위원장의 증언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고양시의 신천지 시설 용도변경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주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신천지와 싸우면 당선될 수 없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증언이 사실이라면, 신천지의 조직력이 이미 정치인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별 정치인들에게 “우리와 맞서면 살아남기 어렵다”라는 무언의 경고로 작용하는 동시에 정치권에 자신들과의 공생을 요구하는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종교 권력이 조직을 동원해 정치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교(政敎) 유착의 위험을 결코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종교 조직이 정치권의 약점을 이용해 여론과 당내 의사결정을 왜곡한다면, 그 대가로 각종 정치적·행정적 편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민의(民意)마저 크게 왜곡될 수 있다.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이 거래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음성적인 담합과 부패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정 종파의 신도가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문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가 아니라 교단의 지시나 강요에 따른 집단 입당, 당비 대납, 명의도용, 이중 당적,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지시 등을 통해 여론을 왜곡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조직적 정치 개입이다. 만약 정당이 조직표가 가져다줄 이익에 현혹되어 이를 묵인하거나 이용했다면, 종교 집단의 ‘침투’만을 탓할 수는 없다. 조직표의 유혹에 흔들린 정당과 정치인들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신천지 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했다. 이제 이 문제를 선거용 의혹 제기로 끝내서는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조직적 입당과 ‘가짜 당원’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신천지 신도들에게도 묻고 싶다. 교단의 지시에 따라 정당에 가입하고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는 일이 있었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신앙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예수는 마귀로부터 ‘이 모든 권위(엑수시아)와 그 영광’(눅 4:6)을 주겠다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했다. 이것은 ‘천하만국’에 대한 지배와 통치의 권한을 주겠다는 유혹이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고, 결국 십자가형을 당하면서도 로마라는 거대한 정치권력과 거래하지 않았다. 권력을 이용해 세운 천국은 이미 천국이 아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정치권력을 탐하는 순간, 신앙은 타락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은 흔들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31

발단은 대법관 인선 5개월 지연 대통령 제청 반려 ‘헌정사 최초’ 민주, 조 대법원장 사법농단 규정 여론은 기대보다 우려에 기울어 더불어민주당의 강도 높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에 정치권이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충돌에 빠져들고 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썸트렌드(SomeTrend)가 지난 8월24일부터 29일까지 집계한 ‘조희대’ 감성 연관어 빅데이터를 보면 ‘논란’과 ‘갈등’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그 주변을 ‘우려’, ‘일방적’, ‘비판’, ‘거부하다’, ‘반발’, ‘심려’, ‘의혹’, ‘불만’, ‘불안’, ‘범죄’, ‘최악’, ‘체포’ 같은 부정적 단어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고, ‘신뢰’나 ‘존중’, ‘기대’ 같은 단어는 상대적으로 작게 자리한다. 지난 열흘 새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가 여론 데이터에 고스란히 찍힌 셈이다. 발단은 대법관 인선 지연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임기를 마쳤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5개월이 지나도록 후임 제청을 미뤘다. 그 배경에는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인선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여권이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민기 판사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 8월18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두 사람을 ‘서면’으로 제청했다. 통상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 대면 협의를 거쳐 온 관례와 다른 방식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8월28일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청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헌법 104조 2항을 근거로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며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돌려보낸 것은 1987년 현행 헌법 체제 이후 처음이다. 빅데이터 속 ‘일방적’이라는 단어가 크게 표시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런 재제청 요구에 명시적 헌법·법률 근거는 없어, 대통령실도 상당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사를 나서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재제청 수용 여부는 “다음 주 중”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8월19일 이 사안을 “관습법적으로 대통령과 협의해 대법관을 제청해 온 역사적 관례를 깬 무법 사법 행위이자 사법 농단”으로 규정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 칭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도록 지시했고, 국회 법사위는 여권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8월31일 현안질의에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불출석 의견서를 냈고, 서영교 법사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압박의 배경에는 단순한 절차 문제를 넘어서는 정치적 맥락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어 여권 내에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해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대장동 사건 등 나머지 재판은 헌법 84조 불소추특권에 따라 정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이번 재제청 논란이 결국 향후 대법원 구성, 나아가 대통령 본인 관련 사건의 최종 향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 하락 국면까지 겹치면서 탄핵 카드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함께 감지된다. 빅데이터에서 ‘반발’, ‘불만’, ‘역풍’ 계열의 단어가 함께 확인되는 배경이다. 빅데이터 워드클라우드가 보여주듯, 현재 여론은 ‘신뢰’나 ‘기대’보다는 ‘갈등’, ‘논란’, ‘우려’, ‘불안’ 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어 있다. 이번 사태를 어느 한쪽의 승리로 규정하기 이전에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삼권분립 뿌리가 흔들리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31

아리랑과 평양타치, 진달래부터 푸른하늘, 삼태성을 거쳐 마두산, 해양701까지. 북한 스마트폰의 계보다. 이름이 예스러우면서도 묘한 이질감을 풍긴다. 북한은 2013년 첫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아리랑’을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20여 종을 출시했다. 한때 평양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스마트폰이 이제 젊은이들 손에도 들려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 대비 보급률은 30%에 육박한다. 2024 파리올림픽 다이빙 관중석에서 북한 관계자가 능숙하게 스마트폰으로 경기 장면을 촬영하던 모습도 낯설지 않았던 이유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2023년형 ‘해양701’의 실체가 흥미롭다. 슬림한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은 웬만한 신형 스마트폰과 구별이 안 갈 정도다. 통화와 문자는 물론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QR결제 앱으로 물건값을 치르고 달러까지 송금한다. 사무처리 앱에서 문서를 확인하고, 축구 게임 ‘국제축구 연맹전’을 즐길 수 있다. 북한 스마트폰은 겉보기에 나름의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럴듯한 디스플레이 아래 숨은 소프트웨어는 철저한 통제 도구다. 외부 와이파이나 인터넷 접속은 원천 차단되고, 닿는 곳은 오직 당국이 깔아둔 내부 인트라넷뿐이다. 문자를 입력하면 단어 하나하나가 검열대에 오른다. 대한민국을 치면 금지어로 바뀐다. ‘오빠’, ‘남친’ 등 연인 사이 흔한 호칭조차 당의 언어로 고쳐 쓰인다. 경악할 기능은 ‘열람리력’이라는 앱이다. 5분, 10분 간격으로 화면을 몰래 캡처해 저장한다. 정작 폰 주인인 이용자는 그 기능을 끄지도, 저장된 파일을 지우지도 못한다. 5호담당제보다 독한 디지털 감시망이 손바닥 위에서 작동하는 셈이다. 디지털의 가장 큰 쓸모는 담을 허무는 데 있다. 전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혔고, 인터넷이 국경 너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것도 기술 덕분이다. 북한은 같은 도구를 정반대 방향으로 개조했다. 초고속 연결 도구를 감시 회로로 바꿔치기했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한 감시 회로도 사람의 마음과 상상력까지 가둘 수는 없다. 화면 속 금지어를 마주하는 순간, 사용자는 단어가 지워진 이유를 묻게 된다. 통제는 역설적으로 통제를 증명한다. 기술로 쌓은 담이 높아질수록, 담 너머를 향한 갈증도 함께 자란다. 북한이 쌓아온 고립의 성벽도, 손바닥 위에서 번지는 균열까지는 막지 못한다.

2026-08-31

첫 출범한 서해구, 석남·가좌 등 변화 요구 활력 불어넣어줄 ‘원스톱 행정 체계’ 준비 청라·루원엔 더 큰 성장 발판 놓는 것 ‘목표’ ‘○세권’이란 이름을 가진 신조어가 참 많다. 숲세권과 슬세권은 이미 고전이고,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가 가까운 ‘스세권’, 달리기 좋은 공원과 하천이 있는 ‘런세권’, 인기 주거지역과 맞닿아있는 뜻의 ‘옆세권’까지. 미처 따라가기 벅찰 정도이다. 누군가는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고 더 편리한 교통을 선택한다. 일자리와 아이의 교육을 쫓기도 하고, 집 가까운 곳에 마트와 병원, 공원이 있길 바란다. 한쪽에선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얼마 전까지 밤낮으로 북적이던 거리는 어느 순간 한산해지고, 아이들이 뛰놀던 주택가의 풍경도 달라져 있다. 발길이 줄어든 자리에는 빈 점포가 늘어나고, 익숙했던 상권도 예전의 활기를 잃어간다. 이 또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변한 결과이지만, 이제는 달라진 삶의 기준에 맞춰 도시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출범한 인천광역시 서해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산업과 주거의 중심이었던 가정동·신현동·석남동·가좌동에는 새로운 주거환경과 생활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청라국제도시와 루원시티는 지금의 성장을 넘어 교육·의료·문화 기능을 갖춘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특히 원도심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서해구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사업만 6곳으로, 전체 면적은 53만4천㎡에 이른다. 재건축사업까지 더하면 수천 세대 규모의 새로운 주거 공간이 예상된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은 주민들의 의지만으론 속도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정비계획 수립부터 구역 지정, 각종 심의와 인허가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사업마다 이해관계와 여건도 달라 시간이 걸린다. 사업 장기화로 피로감을 겪는 주민들을 많이 만났고, 행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여러 차례 들었다. 주민들의 요구는 복잡한 행정절차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민선 9기 서해구는 복잡하고 분산된 행정 수요를 한곳에서 살피고 지원하는 원스톱 행정 체계 구축을 준비 중이다. 기존 석남·가좌 등 원도심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지원하는 팀과 청라·루원 등 신도시 개발사업 현안 사항을 지원하는 팀을 모아 지역 현안 행정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사업의 시작부터 단계마다 주민들이 필요한 행정절차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사업 단계마다 거쳐야 할 행정절차와 관련 법령을 안내하고,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살펴 사업이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여러 부서에 걸친 사안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민들이 부서마다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도 줄인다. 원스톱 행정의 또 다른 축은 신도심이다. 이미 성장하고 있는 신도심은 그에 걸맞은 기능과 품격을 더해야 한다. 원스톱 행정 지원으로 신도심의 다양한 현안은 물론 주민들의 생활민원을 보다 가까이에서 살피고, 여러 부서에 걸친 사안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청라국제도시는 주거 중심의 신도시를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국제 금융·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하나금융그룹 본사 이전과 스타필드 청라 및 청라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차질 없이 뒷받침하고, 국제학교 유치 등을 통해 교육·의료·문화가 어우러지는 도시로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다. 루원시티 역시 주거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상업과 행정, 업무 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도시 중심으로 완성해야 한다. 주거와 일자리, 행정과 생활이 가까운 곳에서 연결되는 입체적인 행정타운을 조성해 서해구의 행정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중심축으로 키워갈 것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서해구는 기대만큼이나 과제도 산적하다. 행정의 틀을 갖추면서도 당장의 요구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룰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그렇다. 원도심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신도심에는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놓을 것이다. 새로운 서해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걸어가야 할 길이다. /구재용 인천 서해구청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31

수원 경기중재부까지 왕복 서너시간 걸려 단순 행정 편의 문제가 아닌 권리 직결 문제 설치 공감대 ‘KBS 인천총국 설립’ 첫걸음 얼마 전 한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들었다. 한 인천시민이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려 했더니, 수원에 있는 경기중재부로 가야 해서 왕복 서너 시간을 들여 다녀오느라 힘들었다는 것이다. 300만 인천시민이 자신의 명예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지금 인천의 언론피해 구제시스템이 처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전국 18개 지역에 중재부를 두고 있지만,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전국 3위권인 인천에는 독립된 중재부가 없다. 인천 시민과 취재현장에서 뛰는 기자들 모두 경기중재부의 관할이라 수원까지 가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청구권 및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권리와 직결된 문제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그 취지는 실질적으로 접근가능한 구제 절차를 전제로 한다. 관할 중재부가 멀어 지리적 장벽 때문에 구제를 포기하거나 미루게 된다면, 이는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 평등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최근 인천경기기자협회와 언론중재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인천중재부 설치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헌법적 가치의 측면으로, 지역 간 사법 접근성 격차는 곧 기본권 실현의 격차라는 점이다. 둘째는 실질적 평등의 실현으로, 서울과 광역시 시민이 누리는 신속한 구제 절차를 인천시민도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언론피해 구제의 실효성 측면으로, 보도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회복의 실익이 줄어드는 언론분쟁의 특성상 관할의 지리적 근접성은 구제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이것이 현실화하기 위해 언론중재법 제7조 제3항의 개정 방향과 각계의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누구보다 먼저 공감하고 힘을 보태 온 것이 인천경기기자협회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야말로 불편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당사자들이며, 인천경기기자협회는 세미나 개최는 물론 관련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 애써왔다. 언론과 법조가 뜻을 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안이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인천시민 전체의 권익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논의를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갈 힘이다. 인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여론 형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언론중재법과 방송·미디어 정책을 다루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인천지역 노종면 의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마침 민선 9기 인천시정을 이끌게 된 박찬대 시장은 오랜 기간 인천을 지역구로 다져온 정치인으로서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다. 박찬대 시장과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앞장서 주기를, 그리고 인천시민 사회가 그 등을 밀어주기를 기대한다. 인천중재부의 설치는 그 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인천은 인구 300만이 넘는 광역시이면서도 정작 지역 방송국 하나 없는 도시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지역 공영방송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중재 기능마저 다른 지역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천의 언론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천중재부 설치를 위한 이번 논의와 공감대는 나아가 KBS 인천총국 설립이라는 더 큰 과제를 이끌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지역의 목소리를 지역이 직접 취재하고 보도하며, 그 보도로 인한 분쟁까지 지역에서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언론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인천이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를 온전히 실현하는 길이다. 인천고등법원의 설립 경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도시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불편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인천에 인천중재부가 설치되는 날은 인천의 언론 자유와 시민 권익이 한 단계 도약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시급히 설치되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인천지방변호사회 국제분쟁법원유치특별위원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30

무슬림 상원의원 도전 엘-사예드 美 좌파 진영 ‘새로운 흐름’ 제시 韓 김민석 대표도 외연확장 도모 ‘세대 초월 정책’ 고민 담겼나 의문 “앵커는 포경수술을 했습니까?” 이것은 의료방송이 아니라 지지율 선두 후보의 생방 인터뷰에서 터진 발언이다. 미시간 민주당 상원후보로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좌파 성향의 압둘 엘-사예드는 악명 높은 FOX뉴스에서 도발을 감행했다. 이는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좌파 대 중도파의 내전이 새로운 시대의 도입부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가 역대 꼴찌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공화당이나 FOX뉴스는 이란전쟁과 물가 대신 트랜스젠더 같은 사안에 혈안이다. 공중보건의 출신 엘-사예드는 앵커가 그 이슈를 끌고오자 의료적 선택은 의사와 환자, 보호자 간의 일이지 정부가 정하는 게 아니라고 일축했다. 계속 물고늘어지는 앵커에게 그는 묘한 미소를 띠며 포경수술 여부를 물었고 당황한 앵커는 그건 개인적인 일이라고 대꾸했다. 엘-사예드는 (사생활이라 불편하다면) 넘어가도 좋다고 답했고 앵커도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엘-사예드는 다른 좌파 후보들처럼 살림살이 문제와 노동권, 불평등, 부유층과 정치의 유착 등에 집중하고 있고, FOX뉴스에 나가서는 자신의 메시지를 거침없이, 한 언론인에 따르면 ‘알파남’의 에너지를 전파했다. 아마추어 보디빌더 수준의 운동광인 엘-사예드는 토론을 피하는 공화당 후보를 ‘베타’로 부르며 앵커의 ‘찐’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는데, 앵커는 후기에서 좋아해선 안 되는 그가 좋아졌고 끔찍한 후보지만 국민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엘-사예드의 사례는 민주당의 좌파 진영이 정책, 태도, 경쟁력, 이미지메이킹 등 다방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흐름에 올라탔음을 보여준다. 미시간은 대표적 경합주로 온건한 중도후보만이 해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엘-사예드는 보통의 민주당 후보라면 하지 않을 약간은 트럼프같은 태도를 보이고, 보편적 건강보험, 부유층의 정치자금 근절, ICE(이민세관단속국) 폐지처럼 중도파가 꺼리는 공약을 내세운다. 여론조사대로 근소한 승리를 거둔다면 경합지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게 될 것이다. 미시간 상원 경선에는 무려 800억원이 투입되었는데 이는 친이스라엘 중도후보를 위해 관련 단체가 기록적인 광고비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엘-사예드는 뉴욕시장 맘다니를 비롯한 좌파 인사들과 더불어 가자지구 제노사이드를 강력 비판하며 이스라엘 지원도 반대한다. 그는 ‘Money VS Many’, ‘Money Out of Politics’라는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현격한 자금의 열세를 극복했다. 한편 경선 통과가 곧 당선인 민주당 텃밭에서는 반이스라엘을 내건 신예 좌파들이 이변을 연출해왔다. 이스라엘 관련 단체의 자금 지원을 받는 유력 후보를 연거푸 꺾은 것이다. 이 중엔 무명의 2030 출마자도 여럿이다. 그동안 좌파 진영의 인재풀이 부족했기에 여전히 중도파의 우위가 확고하다. 그러나 중도파를 압박하는 파도가 거세다. 민주사회주의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민생과 노동 사안에서 효능감을 높이고 있는 맘다니는 민주당 인사 가운데 독보적인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그가 속한 조직인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의 이상주의적 면모가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지만 청년층에선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한결 높다. 우파 인플루언서들의 유튜브 조회수는 트럼프 임기 초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X 조회수는 5분의 1까지 떨어졌는데 이 하락세를 민주당 좌파 진영에서, 딱히 청년정책을 쏟아내지 않고도, 빨아들이는 중이다. 미국 내 좌파 대 중도파의 내전은 민생과 불평등이 핵심 전장이다. 중도파에서 민생과 무관한 DSA의 약점을 파고들 때 좌파는 차별화된 민생정책을 무기로 민심에 부응하고 있다. 청년층의 몰표를 받는 좌파에 어디까지 동조해야 할지 중도파의 고심이 깊다. 권력 지형상 좌파의 공약이 당장 실현되긴 쉽지 않지만 진보의 물결은 막을 수 없다. 한국의 민주당도 내전이 한창이다. 신임 당대표는 중도보수화를 통해 청년층을 비롯한 외연확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중도화의 지지층 확대 효과를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 미국의 신진 좌파 세력은 세대를 초월한 정책과 메시지로 청년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한국 민주당의 내전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있는지 의문이다. /장제우 작가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30

‘소득 0원, 재산 0원.’ 서류상 무일푼인 65세 이상 노인이 117만 명을 넘어섰다. 기초연금 수급자 675만 8천 명 중 17.42%, 여섯 명 중 한 명꼴이다. 반대편엔 월 소득인정액 200만원을 웃도는 수급자가 96만 명, 300만원을 넘기는 노인도 15만 명이나 된다. 같은 그래프 안에서 극빈과 여유가 나란히 공존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기초연금 수급자 소득인정액 분포’가 그린 그림이다. OECD 38개국 중 노인빈곤율 1위 한국, 익숙한 오명이 숫자로 재확인됐다. ‘소득인정액 0원’ 노인은 시골이 아닌 대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경기 25만5천명, 서울 18만3천명, 부산 9만5천340명. 수급자 대비 비율로는 인천이 7만5천412명 19.85%로 가장 높다. 논밭 딸린 시골 노인보다, 월세방에 몸을 누인 대도시 노인이 더 참담한 빈곤에 몰려 있음을 뜻한다. 문제는 빈곤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복지 제도의 단단한 장벽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수급권자와 그 배우자는 소득과 재산이 없어도 기초연금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짧게 근무하고 쥐꼬리 연금을 받거나, 이혼·별거로 연금줄마저 끊긴 이들도 예외는 없다. ‘한때 연금을 받았다’는 이력 하나가 평생 기초연금 문턱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다. 더 얄궂은 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 액수만큼 생계급여가 깎인다. 국가가 한 손으로 준 돈을 다른 손으로 도로 거둬가는 구조다. 정작 가장 절박한 노인들이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생계급여만 받고 기초연금은 아예 신청하지 않은 노인이 수만 명에 달하는 이유다. 국가 재정은 아꼈다 쳐도, 어르신의 주머니는 비어 있다. 기초연금의 모순을 고칠 기회가 예고돼 있었다. 정부의 ‘하후상박’ 개편안이다. 그런데 사전 브리핑은 시작 한 시간 전 취소됐고, 정식 발표도 기약 없이 밀렸다. 알려진 내용을 보면 이유가 짐작된다. 수급 기준을 소득 하위 70%에서 단계적으로 기준중위소득 80%까지 좁히는 사이, 정작 최극빈층에게 돌아갈 인상액은 민망한 수준이다. ‘줬다 뺏는’ 구조의 손질은 이번에도 빠졌다. 문턱을 높여 대상을 솎아내는 일보다 급한 건, 이미 그 안에 있는 117만 개의 텅 빈 주머니를 채우는 일이다. 가난을 증명하라는 복지는 이미 한발 늦은 복지다.

2026-08-30

“비수도권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수도권에서 소비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지역 갈등이 누적돼 왔습니다.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전력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장은 당국이 내세운 명분으로 가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마련한 이번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개편안’은 송전요금과 지역별 전력자립도, 국가균형발전 지수 등을 기준으로 삼아 지역별 요금을 차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당국자들의 설명대로라면 전력 시장은 전기를 생산하는 비수도권과 이를 소비하는 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명쾌하게 갈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관람석에서 설명을 듣는 내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시지 않았다. 당국이 그토록 강조한 ‘원가’와 ‘자급률’이라는 잣대가 정작 인천이라는 지역에는 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영흥화력발전소를 안고 있는 인천은 발전소 가동에 따른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감내하며 수도권 전력 공급의 든든한 축을 담당해 왔다. 발전소가 인접해 송전 손실과 비용이 적다는 점에서도 당국이 제시한 ‘원가 절감’ 기준에 부합한다. 정직한 수치만 대입한다면 인천은 세밀한 고려를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요금표에서 인천은 단순히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였다. 전력자급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일부 비수도권 지역이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는 사이, 자급률 170%가 넘는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할인 구조에서 소외됐다. 당국이 내세운 산정 기준과 실제 결과물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크고 모순적이었다. 일방적인 공청회 진행 방식 역시 현장의 아쉬움을 키웠다. 공청회 취지는 무색하게 개편안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지자체와 지역 산업계가 목소리를 낼 만한 실질적인 의견 수렴 시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부적인 산출 근거를 확인하고 싶어도 질문조차 던지지 못한 채 조용히 행사장을 떠나는 지역 관계자들의 뒷모습은 씁쓸한 잔상을 남겼다. 원가와 무관한 정책 지표가 얽힌 요금 체계는 또 다른 형평성 논란과 지역 갈등을 낳을 뿐이다. 인천이 바라는 것은 특혜나 시혜가 아니다. 당국이 강조한 그 ‘기준’을 인천에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대입해 달라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다. /유진주 인천 경제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

2026-08-30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기대수명의 연장이라는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노년의 삶을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평생 살아온 집에서 가족과 일상을 이어가며 노후를 보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노화와 질병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가족의 돌봄 부담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 돌봄은 더 이상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과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르신 댁으로 찾아가는 ‘방문요양 서비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방문요양은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전문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 신체활동 지원, 식사와 위생관리, 가사 지원, 병원 동행, 인지활동과 정서 지원 등을 제공하는 재가 돌봄 서비스다. 어르신이 삶의 터전인 집에서 편안한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것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높이고 건강 유지에도 긍정적이다. 또한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건강과 생활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방문요양은 ‘사람을 돌보는 서비스’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신체활동을 돕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외로움을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우울감·무력감을 해소하고 인지기능의 향상을 돕는 따뜻한 동반자다. 이러한 정서적 돌봄은 어르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가족들에게도 큰 안심이 되기도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복지가 아니라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복지기관,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돌봄이 필요한 시기를 맞는다. 오늘 어르신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미래의 우리 자신과 가족을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준비가 된다. 지역사회 곳곳에 돌봄의 손길이 더욱 넓게 퍼져 모든 어르신이 익숙한 삶의 터전에서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영춘 안양시 돌봄재가복지센터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7

국악인 허영·음악애호가 심상용과 맛집 콩국수 먹고 심 선생 댁에 입체음향 듣는 국악 특별한 경험 친구와 다시 찾아 가 또 귀 호강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8월 초, 콩국수를 먹자며 연락을 해온 이는 국악인 허영 선생이었고 처음 콩국수를 제안한 이는 음악 애호가 심상용 선생이었다. 땡볕에 긴 줄이 서 있는 서울 순화동의 유명한 집에서 특별한 콩국수를 먹은 다음 그냥 집으로 돌아가나 했더니 이번엔 심 선생의 집에서 음악을 감상해야 한단다. 사실 봄부터 심 선생 댁에 가자는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으나 여차여차 시간을 흘려버리고 있었다. 이태원에 살다 무악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심 선생은 방 한 칸을 음악 전용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음악실을 꾸밀 때, 돈 걱정을 할 만하면 고향 땅이 팔려 돈이 올라오고 또 올라오고 했다면서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은지 파안대소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빠져 살았던 심 선생은 클래식·팝·재즈를 중심으로 들어왔는데, 10여 년 전 허 선생을 만나 국악에 눈뜨게 됐단다. ‘이게 뭐지?’ 할 정도로 국악에 무지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악만 듣고 있는 데다 진보를 거듭해 국악 음반을 만드는 전문가로 태어났다. 허 선생의 음반도 심 선생이 만들어 세상에 내놨고, 허 선생의 스승인 인간문화재 이동규 선생(가곡 예능보유자)의 음반도 심 선생이 만들었다. 허 선생의 음반을 만들 때 수십번의 편집과정을 거쳤다면서 만져도 만져도 자꾸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 선생은 이동규 선생이 30년 전에 유명 레코드사에서 만든 음반과 자신이 만든 허 선생의 최신 음반을 잇달아 틀어주면서 비교해보라고 했다. 이동규 선생의 음반은 한창 시절의 명창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쉬운 점은 소리가 돋보이지 못하고 잡목에 우거진 수풀처럼 가려져 있는 점이었다. 반면 허 선생의 음반은 잘 정리되어 있었고 소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여자 소리꾼의 소리를 돋보이도록 뒷받침하고 있었다. 허 선생은 심 선생의 노력에 “이런 분을 어디서 만나겠어요? 내가 천운이죠”라고 했다. 심 선생은 심 선생대로 허 선생을 만나 자신이 국악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을 감격스러워 했다. 두 사람 모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풍악에 빠져있는 모습이 몹시 부러웠다. 허 선생은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서 활동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인물로 은행원, 도예가, 사진가, 농사꾼 등을 거쳐 50대 후반에 국악(정악 중 가곡)을 시작했다. 그의 소리를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무형문화재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허 선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악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그가 사용하던 국악 테이프는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축 늘어져 있고 그 안에 들어있던 해설집은 나달나달해져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국악인 옆에서 그의 음반을 입체음향으로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허 선생은 쑥스러운지 별말이 없었다. 그때 옆에서 심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직장생활을 할 때 1천만원짜리 자동차를 타면 카오디오가 1천200만원이었단다. 퇴근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최대한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듣다가 올라오면 부인은 쿵쾅거리는 소리에 벌써 남편이 도착했음을 알고 있었다. 또 한참 동안 KBS FM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 나오는 곡들을 녹음하기 위해 칼퇴근해서 대기하곤 했다며 그때 녹음한 수많은 곡들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귀가 호강하는 경험을 하고는 얼마 뒤 친구와 다시 그곳을 찾았다. 심 선생은 나름대로 여러 곡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첫 번째 곡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였다. 심 선생은 그 안에 나오는 ‘오제의 죽음’을 좋아해서 가족들한테 자신의 장송곡으로 써달라고 이미 부탁해놨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허 선생이 나한테 “김 선생이 죽으면 장송곡은 내가 선곡해 줄게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뜨악하게 쳐다보았다. 나보다 한참 위의 어른이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이내 꼬리를 내렸다. “선생님이 노래하실 때 보니 끝 모를 정도로 호흡이 기시네요. 아마 저보다 수십 년은 더 사실 것 같아요. 좋아요! 저 죽으면 좋은 곡으로 틀어주세요.” 나는 뭔가를 보장해놓은 듯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김예옥 출판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7

관광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수한 관광자원과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관광객의 경험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동, 소비, 체류, 후기 등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가 축적되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관광의 경쟁력이 달라진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여행 추천, 실시간 관광정보 등 AI 기반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의 품질에서 시작된다. 인천관광공사는 데이터를 단순히 관리하는 정보가 아닌, 더 나은 관광서비스 제공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관광객은 하나의 여행을 경험하는 반면, 이들이 남긴 데이터는 여러 기관과 기업에 흩어져 있다. 공항과 항만의 이동 정보, 대중교통, 관광지와 문화시설, 숙박과 음식점, 소비와 후기까지 다양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지만 이를 서로 연결해 활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데이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연결해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천관광공사가 데이터 전략의 핵심을 ‘연결’에 두고 있는 이유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연계하고 활용할 때 AI 관광서비스부터 시설물 관리, 맞춤형 정책 수립까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천관광공사 내부에도 이미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인천 대표 스마트관광 앱인 ‘인천e지’와 인천 섬포털, 송도컨벤시아 운영 데이터 등 공사가 운영하는 각 시스템에서도 관광객의 이용과 시설 운영에 관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공사는 개별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시설물·안전 관리와 기관 운영 데이터까지 활용 범위를 넓혀 서비스 개선과 정책 수립, 의사 결정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관 간 협력도 중요하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인천도시공사, 인천교통공사, 인천시설공단, 인천환경공단과 함께 ‘인천 데이터 기반 행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기관별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협력과제를 발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의 현안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첫 협력 과제는 인천항만공사와 함께 추진하는 크루즈 관광객 데이터 분석이다. 공사가 보유한 인천관광 실태조사 자료와 인천항만공사의 선박 규모, 직전 출항지, 탑승객 국적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분석 과정에서는 선박 규모가 클수록, 기항 시간이 짧을수록 단체투어를 선호하는 등 유의미한 특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분석 범위를 확대해 탑승객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에게는 보다 만족도 높은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인천관광공사와 인천항만공사는 각각 관광객 유치와 크루즈 기항 확대를 위한 전략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항에서 시작한 데이터 협력은 인천공항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환승 관광객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들이 인천을 경험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데이터 협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나아가 AI 기업과 관광기업 등 민간과도 협력을 확대해 데이터 활용의 폭을 넓히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 새로운 관광 서비스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좋은 관광은 좋은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이를 통해 관광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양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광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가 인천 관광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되는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유지상 인천관광공사 사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7

‘가짜 소비’ 앱이 인기다. 결제는 하되 실제 소비는 하지 않는, 얼핏 모순 같은 소비법이 유행이다. 가상 배달앱 ‘배달안와요’라는 이름부터 반전이다.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꿰찼다. 가짜 배달 주문으로 진짜 절약을 추구한다. 마라탕이든 치킨이든 장바구니에 담고 맵기 단계까지 정해 결제 버튼을 누르면, 진짜 배달앱처럼 조리·배달 알림이 뜬다. 물론 집 문 앞에는 배달 라이더가 오지 않는다. 대신 앱은 아낀 돈과 칼로리를 계산해주고, 먹지도 않은 음식에 리뷰까지 남기게 해준다. 이달의 절약 랭킹을 보니 1위 이용자는 무려 5천873조 원을 아꼈단다. 숫자의 진위보다 숫자가 주는 통쾌함이 핵심이다. 결제한 돈은 가짜지만, 통장을 지켰다는 뿌듯함은 진짜로 적립된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패러디한 ‘마음자로’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속 가상 주사기를 배에 대고 5초간 버튼을 누르면 ‘마음충전 완료’ 알림이 뜬다. 수분·식사·수면 같은 생활 목표를 기록하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함께 체크할 수 있다. 진짜 주사의 부담스러운 비용과 부작용 우려는 쏙 빼고, 관리한다는 기분만 취하는 방식이다. 플라시보가 원래 ‘진짜 약 없이도 낫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이 앱은 가짜 시술로 마음의 체중을 줄이는 디지털 실험인 셈이다. 밥도 안 먹고 주사도 안 맞았는데, 잠시나마 정신적 진통제 노릇을 한다. 앱테크(앱+재테크)는 이미 낯설지 않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시작된다. 기상 인증과 영양제 챙겨 먹기부터 퀴즈, 랜덤 용돈, 검색, 게임까지 종류도 방식도 무궁무진하다. 출석 체크로 몇십 원을 줍고, 걸음 수를 채워 커피 한 잔으로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는 돈을 버는 앱에서 돈을 안 쓰는 앱으로 진화 중이다. 극가성비 식당을 모아놓은 ‘거지맵’에 이어, 아예 지출 욕구를 차단하는 경지에 올랐다. 실제 지출은 ‘0원’이지만 시각적·심리적 만족감은 그대로다. 구매 직전까지 끌어올린 도파민과 잔고를 사수했다는 통제감이 결합한 ‘통장 지키기’ 전략이다. 갖고 싶은 것을 사지 않고 ‘가짜로 소유’하는 시대다. 장바구니는 결제 대기소가 아니라, 결핍을 달래는 대피소가 됐다. 지갑은 얇아져도 취향과 감성만큼은 빈곤해지고 싶지 않은 이들의 스마트한 놀이문화다. 가짜로 채우고 진짜로 버티는, 웃프지만 영리한 불황 생존법이다.

2026-08-27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초로 무인 열병식을 거행했다. 35주년 독립기념일인 지난 24일(현지 시각) 수도 키이우의 대로를 육상 전투 드론이 오와 열을 맞춰 질주했고, 공중 드론들이 편대 비행으로 하늘을 수놓을 동안 수상 드론들은 드니프로 강의 물살을 갈랐다. 이미 전투 로봇과 드론으로 현대전의 개념과 양상을 바꾼 우크라이나였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속수무책이던 전황을 무인 전투 시스템으로 호각세로 전환시켰다. 드론으로 병력과 무기의 열세를 메웠다. 2024년엔 아예 드론군을 창설했고, 최근엔 드론 폭격으로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의 군수, 에너지, 물류 인프라를 파괴했다. 수상 드론은 러시아 흑해 함대를 크림 반도에서 철수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러시아는 수도 방어 실패의 치욕을 당하고 원유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물론 ‘자율 살상 AI 드론’을 실전 투입한 러시아의 드론 전투 역량도 만만치 않다.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의 무인 열병식을 미래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예고편으로 주목한다. 지난 4월 독일 다국적 합동훈련 모의 전투에서 미군 기갑여단이 우크라이나 드론군에게 삽시간에 괴멸됐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 드론 요격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고갈돼, 중동 미군기지 방공망이 붕괴되는 망신을 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 불량을 지적하며 망신을 줬던 미국이, 이제 우크라이나에 드론 전술·전략을 구걸해야 할 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인간 병력을 대체할 로봇 군단 출현도 멀지 않았다. 전 세계가 전쟁 패러다임의 대전환 앞에 선 셈이다. 적응국과 부적응국의 운명을 가를 이정표다. 언제나 사람이 문제다. 우크라이나조차 드론 국방의 일등공신인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30대 국방장관의 무인 국방개혁이 군기득권층의 재래식 전쟁관에 무릎 꿇었다. 선거 없이 전시 대통령으로 임기를 연장한 젤렌스키가 무장한 군부의 편에 선 탓이다. 우리도 무인 국방 추세에 열외되면 안 된다. 북한군은 이미 러-우 전쟁에서 드론 전술·전략을 실전으로 체험 중이다. 재래 전력의 열세를 드론 전력으로 만회할 전략을 세웠을 테다. 반면 우리는 2023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기구를 재편하느라 실전용 전력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무인 열병식을 뉴스로 볼 게 아니라 당장 우크라이나로 달려가야 맞지 싶다.

2026-08-26

공공데이터 시민에 개방 지속적으로 확대 새로운 일자리·지역경제 성장 적극 뒷받침 정책 수립·의사 결정에 객관·과학적 실현 동두천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연계한 스마트 행정을 통해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행정 역시 경험과 직관을 넘어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의사결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행정은 더 신속하고, 더 정확하며, 더 효율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은 산업과 경제는 물론 행정의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대응, 민생경제 활성화 등 지방정부가 직면한 과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진정한 경쟁력은 결국 ‘고품질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AI)이라도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올바른 분석과 예측은 불가능하다. 이제 데이터는 행정의 새로운 자원이자 정책을 이끄는 나침반이며,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은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다. 동두천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고 데이터 기반 행정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 신문고에 접수된 불법주정차 민원을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민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취약지역을 파악하고, 이를 효율적인 단속과 예방 중심의 맞춤형 정책 수립에 활용했다. 시민의 불편사항을 단순한 민원 한 건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반복되는 문제와 지역별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연결한 것이다.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을 위한 CCTV 설치 과정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했다. 기존에는 담당자의 경험이나 현장 여건 등을 중심으로 설치 위치를 검토했다면, 이제는 쓰레기 불법투기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CCTV 설치 위치 선정에 반영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한정된 예산과 행정자원을 필요한 곳에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시민 불편이 큰 지역을 데이터로 찾아내 필요한 행정력을 집중함으로써 예산의 효율성과 정책의 실효성을 함께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행정의 판단을 돕고, 그 판단이 다시 시민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데이터의 대시민 개방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민 수요조사를 통해 활용도가 높은 신간도서 현황, 쓰레기 불법투기 관제현황 등의 데이터를 개방함으로써 시민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행정의 투명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민간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과 학술 연구, 나아가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창출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행정이 축적한 데이터가 단순히 시청 내부에 머물지 않고, 시민과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공공자산으로 그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동두천시는 앞으로도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행정의 선도도시로 힘차게 나갈 계획이다. 시민의 불편을 사전에 감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 전반에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행정을 실현하겠다. 더불어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공공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구축·개방해 민간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과 디지털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이며, 인공지능(AI) 시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6

350년전 인왕산 기슭서 태어나 어머니 3년상 후 양천현령 부임 양천팔경첩 등 5년간 명작 남겨 술보다 붓 사랑한 그… 그립다 겸재 정선은 알면 알수록 보고 싶다. 그의 그림을 보면 그곳을 걷고 싶다. 그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그림 속 풍경을 찾는다. 겸재 정선은 350년 전 백악과 인왕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한성부 북부 순화방 유란동이 집이다. 현재 서울시 종로구 경복고 교정 안이다. 외가는 인왕산 기슭 청운초 위 백세청풍 바위가 있는 청운동이다. 그곳은 장동 김씨 시작을 알린 공간이다. 삼연 김창흡 문하에서 사천 이병연을 만나 50년 지기가 되었다. 겸재 정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삶을 위해 그렸다. 장동 김씨 도움으로 금강산을 유람하며 그리고 또 그렸다. 늦은 나이 ‘도화서 화원’을 거쳐 첫 벼슬 ‘관상감 천문학 겸교수’도 한다. 이후 하양현감과 청하현감을 할 때 낙동강에서 동해안까지 그렸다. 하지만 어머니 3년 상 후 양천현령으로 온다. 양천·김포·통진·강화까지 가는 유일한 뱃길이 양화나루터였다. 양화진에서 양천 궁산 기슭 현아 터까지 배 타고 온다. 양천은 작지 않은 도시다. 양천향교와 양천 궁산성이 있는 중요한 곳이다. 겸재 정선은 65세에 양천현령으로 5년 간 명작을 남겼다. ‘양천팔경첩(陽川八景帖)’ 그림 속으로 간다. 양화진·선유봉·소악루·개화사·소요정·귀래정·낙건정·이수정을 담았다. 그림 속 풍경이 남아 있는 곳이 아직도 있다. 그는 양천팔경첩을 김창흡 형제에게 선물하였다. 후손인 김충현 서예가가 소장 후 ‘일중문화재단’에 남겼다. 그 작품이 양천의 품으로 와 전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양천팔경첩을 알아야 양천이 보인다. ‘양화진(楊花津)’은 서울의 끝이자, 경기의 시작인 양화나루을 그렸다. 누엣 머리처럼 봉긋한 잠두봉, 만조시 양화진과 행호에 바닷물이 넘실대는 절벽을 표현했다. 병인박해로 수천의 순교자가 나와 천주교에서 ‘절두산 순교성지’로 하였다. ‘절두’라 지금 들어도 무섭다. 겸재 정선은 양화진을 어디서 그렸을까. 양천향교 위 양천 궁산성 ‘소악루’에 잠시 머문다. 한강물길 따라 목멱산에 해 뜨는 찰나 사진 한 컷이 그림이 되었다. 한강물길 따라 행호·양화진·밤섬·노들섬·동작진·압구정·송파진·광진·미호 그리고 두물머리까지 그림 같다. 겸재 정선의 붓에 도성 밖 한강 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이 되었다. 양천현령 때 그린 한강변과 다시 그린 그림을 모았다. 행호관어·양화환도·금성평사·공암층탑·안현석봉·목멱조돈·압구정·송파진·광진·미호·녹운탄·독백탄, 양천 궁산 소악루에 뜨는 달 ‘소악후월’등 모든 그림이 명작이다. 겸재 정선은 도성으로 돌아와 장동을 그렸다. 친구의 죽음을 보며,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었다. 무더위 속 사흘 내내 비가 내린다. 슬프다! 비 그치는 찰나 그는 인왕산 하늘과 구름 그리고 친구 집을 슬픔 속에 담았다. 인생작이 탄생하는 순간,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에 낙관을 찍는다. 겸재 정선은 76세부터 숨이 멈춘 84세까지 그린 그림이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이다. 수성동·자하동·필운대와 청휘각·백운동·창의문이 마지막 삶에 그려진 것이다. ‘청풍계’ 그림 속 백세청풍 바위 옆에 서 있다. “술은 잠깐이요, 그림은 백년 후 영원하리니 나는 이 밤을 붓으로 취할 것이오.” 술 보다 붓을 더 사랑한 겸재 정선이 그립다. /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6

주소지 바뀌자 적용 제도도 달라져 행정은 셋, 교통은 하나인 수도권 경계를 넘어 주민·예산에 영향 기술적 통합 광역 행정 완성 과제 서울에서 과천으로 이사한 32세 직장인이 있다. 직장도, 매일 타는 지하철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거주지와 관계없이 기후동행카드를 썼지만, 새 기후동행패스의 서울형 혜택은 서울시민에게만 적용된다. 기존 카드가 종료되면 그는 더 경기패스로 갈아타야 한다. 출근길은 같은데 주소가 달라지자 적용되는 제도가 바뀌었다. 서울시는 오는 9월1일부터 정부의 모두의카드를 기반으로 기후동행패스를 운영한다. 기존 카드는 9월 말까지 쓸 수 있어 이용 공백은 피했다. 그러나 고양·성남·남양주·김포·의정부·하남·구리·과천 등 경기도 8개 시가 참여했던 사업은 종료된다. 일부 지자체는 발표 전날에야 통보받았고, 의정부시는 서비스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사업이 끝났다. 이를 경기도민의 혜택 축소로만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정부가 도입한 모두의카드는 K-패스를 기반으로 정률 환급과 정액 환급 중 이용자에게 더 유리한 방식을 자동으로 적용한다. 더 경기패스와 인천 아이패스도 같은 기반에서 지역별 혜택을 더한다. 서울까지 합류하면 시민의 선택 부담과 지방정부의 중복 비용을 함께 줄일 수 있다. 정부가 흩어진 교통복지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하지만 기술적 통합만으로 광역행정까지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환 과정은 수도권의 오래된 약점을 드러냈다. 도시계획은 실제 도시를 지도 위 경계만으로 보지 않는다. 집과 직장, 학교와 병원을 오가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해 하나의 기능적 생활권으로 파악한다. 서울·경기·인천은 행정적으로는 셋이지만 교통으로는 하나의 도시권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한 지방정부의 결정이 경계 밖 주민과 다른 지방정부의 예산에 영향을 준다. 광역교통에서 말하는 ‘경계 외부효과’다. 서울시가 패스를 바꾸면 경기도 시·군의 예산과 주민의 이용 방식도 달라진다. 결정은 한 곳에서 했지만 전환 비용은 여러 지역과 시민이 나눠 부담한다. 여기서 재정과 서비스는 구분해야 한다. 지방세로 지역 특화 혜택을 제공한다면 주민등록지를 지원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누가 돈을 부담하느냐와 시민이 어떤 카드와 절차를 이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재정의 기준이 주소지라고 해서 이용체계까지 행정구역별로 쪼갤 이유는 없다. 수도권은 이미 비슷한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있다. 2004년 서울에서 시작해 경기·인천으로 확대된 통합환승할인제다. 시민은 서울버스에서 경기버스로 갈아타면서 운영기관별 요금을 계산하지 않는다. 통합요금을 내면 운송기관들이 교통카드 자료를 바탕으로 수입과 할인 부담을 뒤에서 나눈다. 시민에게는 하나의 서비스, 행정에는 정교한 정산이라는 원칙이다. 이 원리를 교통복지에도 적용해야 한다. 국가는 모두의카드라는 공통 플랫폼과 기본 혜택을 맡고, 서울·경기·인천은 지역별 추가 혜택을 얹으면 된다. 혜택은 이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동 적용하고, 비용은 합의된 기준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 주민등록지는 행정의 정산 화면에만 남기고 시민의 이용 화면에서는 지우자는 것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이번 일을 서울시와 경기도의 갈등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안에 서울·경기·인천과 코레일, 교통 운영기관이 참여하는 운임·교통복지 조정체계를 상설화해야 한다. 다른 지역의 예산과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 변경에는 사전협의와 공동영향평가를 거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모두의카드의 기술적 통합을 수도권 광역행정의 통합으로 완성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것은 시간이다. 출퇴근뿐 아니라 카드를 비교하고 제도가 바뀔 때마다 다시 가입하는 시간도 시민이 치르는 비용이다. 카드는 바뀌어도 출근은 계속된다. 시민은 카드 한 장만 들고 집을 나서면 된다. 어느 정부가 얼마를 부담할지는 행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풀어야 한다. 도시의 실제 경계는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오가는 길 위에 있다. 출근에는 행정구역이 없다. /송일찬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말이되는연구소 대표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5

1945년 10월 31일 임홍재 인천시장은 스물일곱 젊은 이경성에게 인천시립박물관장 발령장을 주었다. 그런데 정작 박물관도, 직원도, 예산도 없었다. 당시 미군정관 홈펠 중위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임홍재 시장이 이를 받아들여 관장 발령부터 낸 거였다. 이경성 관장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해야 했다. 유물도 이 관장이 빌리거나, 얻거나, 우연한 기회에 가져와 마련했다. 우연히 가져온 유물이 아직도 박물관 앞의 중국 종 세 구다. 그 종들이 있던 곳이 부평의 조병창이었다. 이경성 관장이 자서전 형식으로 쓴 ‘어느 미술관장의 회상’을 보고서 부평조병창과 박물관의 중국 종 이야기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1945년 10월 어느 날 평양 미림동 군인촌의 병기 제조소에서 일하던 일본인들이 평양치안대로 끌려갔다. 일본인들이 패전 후 돈이 궁해지자 물건을 팔아가며 생활비를 마련했는데 그중에 조미료인 ‘아지노모토(味の素)’가 문제였다. 조선인들이 그 조미료를 사치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학자 이연식의 ‘조선을 떠나며’라는 책에 나오는데, 작가는 당시 인천육군조병창 평양제조소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개했다. 이를 보고 부평의 인천육군조병창 부설 기구가 평양에도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1953년 6월 18일 0시, 전국의 수용소에 흩어져 있던 반공포로들이 일제히 석방됐다. 그런데 인천 부평의 미군 기지 반공포로들은 그대로 갇혀 있었다. 이날 밤 10시 20분 포로들은 담요를 철조망에 얹고 탈출을 감행했다. 미군은 탈출하는 포로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1천500여 명의 포로 중 50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탈출에 성공한 인원은 300여 명.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전쟁 포로 대규모 탈출과 사살이 부평 미군 기지에서 빚어졌다는 얘기를 박종은이라는 이가 쓴 ‘포로수용소 생활 1200일 실화-PW’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일제강점기 인천 부평의 육군조병창은 해방 이후 미군 기지로 전환되었다. 그 두 시설의 세부 사항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아직도 우리 땅으로 온전히 돌아오지도 않았다. 그 공간과 시간 모두에서 빈칸이 너무나 많다. 지난 24일자 경인일보에 ‘인천조병창 아카이브, 빈칸을 채우다’라는 기획 기사 첫 회 분이 실렸다. 처음 듣는 얘기가 많았다. 앞으로 10여 차례의 내용이 기다려진다. /정진오 국장

2026-08-25

최근 청소년 학교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의 신체적·언어적 폭력에서 벗어나 SNS를 통한 사이버불링·딥페이크·성범죄 등 온라인 폭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학교폭력 영상이 미디어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도 번진다. 폭력의 규모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2025년 학교폭력 통계를 보면, 폭행·상해와 금품갈취 등 물리적 폭력이 증가했고 협박·모욕·명예훼손·강요·재물손괴 등 범죄유형도 다양해졌다. 온라인 폭력의 심각성은 그중 두드러진다. 심리적 고립과 불안을 유발하는 사이버불링에서 스토킹, 스파링 빙자 폭행 등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진화한다. 해외에서도 스마트폰과 SNS의 익명성, 악성 콘텐츠의 빠른 확산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SNS 과다 사용이 불안·우울·수면부족·온라인 괴롭힘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호 콘텐츠와 상업적 알고리즘이 이용 시간과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그러나 SNS 이용 제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 입력과 나이 위장, VPN 및 타인 계정 사용 등 규제 우회가 가능하고, SNS가 제공하는 소통·학습·정보획득·사회적 관심과 자기표현의 기회까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이용 차단보다는 실효성 있는 보호장치 마련과 디지털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제도 마련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청소년 보호와 개인의 자유·권리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을 괴롭히고 순간적인 유희를 위해 폭력적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는 제한하되, 청소년이 타인을 배려하고 올바른 디지털 시민의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사이버 문화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지용 남양주남부경찰서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5

부채 규모 증가만 문제시해 불편 경제 발전 불구 금융억압 비정상 영끌과 빚투는 철저한 감독 필요 생계형 채무엔 맞춤형 대처 요구 지난주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계부채 총액이 2천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가계부채 규모가 역사상 최고 수준인 2천20조원에 달했으니 큰 문제라는 것이다. 생각건대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 부문도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면 가계의 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어날 테니, 가계부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계속해서 경신하는 것은 당연할 듯 보인다. 하지만 가계 자산에 대한 언급 없이 부채 규모의 증가만 문제시하는 천편일률적인 기사에는 의아함과 함께 불편함마저 따르기도 한다. 가계부채가 정말 큰 문제인지를 살펴보려면 가계부채가 왜 증가하는지 그 요인부터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첫째,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주택금융이다. 국민의 40% 이상이 ‘남의 집 살이’를 하면서 매년 국민의 12%가 이사 다니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주택구입·건설자금이 증가하게 되고,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전·월세임차자금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증가한 가계의 주택 관련 대출이 지난 6월 말 현재 1천191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59%를 차지한다. 둘째, 가계부채 증가요인은 요즘 들어 못마땅해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영끌·빚투다. 저금리 하의 과잉 유동성 상황을 이용하여 상당한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쉽게 빚을 내는 현상이다. 주택자금에 포함되는 영끌을 차치하더라도 빚투가 대부분인 증권사 등 소위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만도 올해 들어 11조9천만원이 증가하였다. 셋째, 비중은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판매자 신용이다. 스마트폰 약정에서 승용차 할부금융에 이르기까지 각종 서비스나 제품 소비를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금융부채가 따라붙는다. 거래 단위가 커지고 경제 규모가 증가하면서, 금융 심화(financial deepening) 현상으로 과거에는 현금으로 결제하던 거래에까지 금융중개가 개입하여 자연스럽게 가계부채가 증가한다. 넷째, 소상공인·자영업 금융이다. 1996년의 유통시장 전면 개방과 1998년의 외환위기로 동네 자영업 상점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소상공인 자생력 확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의 자영업 금융이 시작되었다. 2017~2018년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다시 한번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또다시 금융지원에 기대어 목숨을 이어왔다. 돌이켜보면 상당 부분 보조금이나 재정투융자 지원으로 대응했어야 할 사태를 상업 금융으로 막으려 했던 연속적인 정책 패착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채가 가계부채로 남게 되었다. 마지막은 생계형 소비금융이다. 소득이 소비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거나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저소득·취약계층의 주거·교육·의료비 등 가계 고정비용 부담은 일상적인 차입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결국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신용대출 등으로 다중채무 형태의 가계부채가 남는다. 가계의 자산 증가와 맞물려 늘어난 가계부채를 무조건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금융억압이 일어나는 경우가 오히려 비정상이다. 따라서 주택 관련 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와 소득 수준을 고려한 대출이라는 점에서 주택가격 안정이 뒷받침된다면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걱정해야 할 것은 우선,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끌과 빚투다. 철저한 금융감독과 함께 금융기관의 선별기능 강화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진정한 걱정거리인 소상공인·자영업 금융과 생계형 소비금융에는 재정과 금융의 정책 조합(policy mix)에 의한 해결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가계금융복지조사(2025년 3월 말) 결과, 인천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 21.8%이나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 27.9% 등 자산건전성 비율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가구당 소득과 순자산 역시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기에 소상공인·자영업, 생계형 소비금융에 대한 맞춤형 대처가 더욱 긴절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김하운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4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이 할 일 제안된 답 평가할 역량 키워야 인재를 지켜낸 사회 번영했듯 육성·유지에 경제 활력 결정돼 얼마 전 대학교수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인공지능이 답을 다 주는데, 굳이 교육이 필요한가요.”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문득 역사 속 몇 장면이 떠올랐다. 인재를 지킨 사회와 상실한 사회의 이야기이다. 16세기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의 은을 채굴하여 도입하면서 유럽 최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반란, 영국과의 전쟁 등 끝없는 전쟁으로 국고가 소진되었고 기독교 단일 신앙을 앞세운 종교 정책은 안에 있던 인재를 밖으로 밀어냈다. 1492년 유대인 추방과 1609년 무슬림에서 개종한 모리스코 추방으로 상인과 장인, 농민이 대거 이탈했다. 은은 계속 유입되었지만, 그 부를 관리할 사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17세기 네덜란드는 금융과 무역에서 유럽을 앞서가던 나라였다. 1688년 명예혁명으로 네덜란드 총독 빌럼3세가 잉글랜드 왕위에 오르면서 네덜란드의 금융 기법과 인재가 함께 건너갔다. 몇 해 뒤 영란은행이 설립되고 국채 시장이 자리를 잡은 배경에는 이 인재의 이동이 있었다. 프랑스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신교를 허용한 낭트칙령이 1685년 폐지되자 견직과 시계, 은세공 기술을 지닌 위그노(프랑스 개신교도) 약 20만명이 국외로 빠져나갔다. 그중 상당수가 영국에 정착해 견직물 산업의 기반을 놓았고, 프랑스가 내어준 기술과 자본은 그대로 영국의 자산이 되었다. 이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같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인재를 상실한 사회는 경제활력을 쉽게 회복하기 어려웠다. 국력의 크기는 그 사회가 품고 있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었다. 다만 받아들이는 쪽에도 조건은 있었다. 위그노의 기술이나 네덜란드의 금융 기법이 자산이 되려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역량이 받아들이는 사회에도 있어야 했다. 이를 알아보는 눈도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역량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역사적 사례처럼 다른 사회로부터 유출된 인재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 인재를 식별하고 자체적으로 양성하는 길은 교육뿐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어떤 사실에 대한 이해는 점점 더 깊어진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제대로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옛말도 같은 이치이다. 다시 처음 교수들에게 던졌던 질문으로 이어가 보자. 학생이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답을 내놓았을 때, 우리는 그 결과물의 어디까지를 실제 실력으로 인정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알려준 답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그 답을 기준에 따라 평가한 뒤 활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위다. 이 기준을 세우는 역량이 교육이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다. 이때 답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힘은 도메인 지식, 즉 그 분야에 대해 이미 갖추고 있는 배경지식에서 나온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이 그럴듯한지 어색한지조차 판별할 수 없다. 이 지식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확산되든 상관없이 암기하고 반복하는 예전 방식으로라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원리는 첨단 기술이 도입된 산업 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확인되는 사실이다. 경기 지역의 제조업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설비는 최신이었지만, 예상 밖의 문제가 생겼을 때 판단하고 해결하는 역량은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 인력에게서 나왔다. 이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일이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을 그곳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역량을 갖춘 인력의 유무가 지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좌우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이 할 일은 제안된 답을 평가할 기준을 세우고 판단력을 기르는 데 있다. 그 판단력을 필요한 곳에 활용하도록 하는 일도 교육의 몫이다. 인재를 지켜낸 사회가 번영했던 것처럼, 이 기준을 갖춘 사람을 얼마나 육성하고 유지하느냐가 경제의 활력을 결정할 것이다. /장정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자문위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