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서 불거진 철근 누락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쓰인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를 전수 조사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다양한 점이 지목된 가운데, 이번 일을 건설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전수 조사…촉각 곤두세우는 건설업계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를 조사한 정부는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 이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민간 아파트로 전수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무량판 공법은 보를 넣지 않고 기둥이 직접 콘크리트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다. 공동주택의 지하주차장을 해당 공법으로 시공하면 다른 공법보다 땅을 덜 파도 돼, 비용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공법이다. 보강근을 갖춘 설계에 튼튼한 시공이 어우러지면 굉장히 유용한 공법이지만, 철근이 필요한 만큼 쓰이지 않은 곳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둥이 콘크리트 천장 지탱 구조저비용 장점… '철근 부족' 드러나업계 "책임감 결여·안전 불감증"전문가 "건축사 설계·감리" 지적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시 철근 누락 아파트가 더 많이 발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각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 사고와 인천 검단자이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모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점검 결과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데, 입주가 완료된 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를 거쳐야 하는 점도 변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가 선제적으로 검토를 마쳤을 것이라고 보지만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잇단 부실시공 논란 원인은… "건설 안전 정착 계기로 삼아야"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전문가들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은 다양했다. 종사자들의 책임감 결여와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인력 부족과 치솟는 건설 비용 속 저가 입찰 경쟁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익명을 요구한 경기도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단계에서 시공, 감리 등 건설관련 종사자 고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 결여와 안전 불감증이 합쳐진 결과"라며 "건설공사의 안전은 공사과정에 참여하는 종사자의 철저한 직업의식과 작업환경 전체를 총괄·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될 때 담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생명과 직결… 제도 보완을"안태상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설계와 감리를 건축사가 도맡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안 부회장은 "현대 건축은 건축사들이 디자인하면 구조, 설비, 전기, 소방 등 각계의 엔지니어들이 구현하는 것이다. 마치 건축사가 엔지니어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구조"라며 "다른 나라처럼 독립적인 엔지니어 분리 발주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영식 대한건축사협회 경기도건축사회 법제위원장은 "건설현장에 고급기능자들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해 그들의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며 "단순히 인력 부족뿐 아니라 저단가 경쟁, 발주자들의 짧은 공기 등 복합적인 문제로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업계에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비슷했다. 안 부회장은 "무량판 공법은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큰 사고를 전수 조사로 대비한다는 것으로,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도 "건축물의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잘못이 있다면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 공사 발주자부터 설계·감리·시공사 및 현장 근로자까지 생산환경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역설했다. /강기정·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국토교통부가 지하주차장 기둥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명단 15곳을 공개한 가운데 1일 오산시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2023.8.1 /이지훈기자 jhlee@biz-m.kr
2023-08-02 강기정·윤혜경
"눅눅한 집 안에서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옵니다."지난 5일 오후 7시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빌라. 세입자인 손모(31)씨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거실 천장을 바라봤다. 전날 내린 비가 그친 지 반나절 이상 지났지만, 거실 천장에선 여전히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다.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눅눅하고 습한 공기가 느껴졌다. 온종일 천장에서 떨어진 빗물로 거실 바닥에 놓인 바가지 두 개엔 녹물이 가득 차 찰랑거렸다. 바닥 장판에선 걸을 때마다 물기가 느껴지고 양말은 금방 축축해졌다.지난해 여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손씨의 집 천장 곳곳에선 비가 샜다고 한다. 다른 방으로 가보자 베란다 천장 벽지가 뜯겨 나가 나무 골조가 그대로 보였다. 방 베란다 천장의 벽지는 빗물에 젖어 너덜거리면서 떨어져 나갔다.37가구 빌라 작년 8월 통째 경매로청년 3명 숨지자 정부 경매연기 조치
손씨는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제야 실제 집주인이자 건축주인 남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약 당시 집주인으로 알고 있던 사람은 남씨에게 명의를 빌려 준 가짜 임대인이었고, 계약을 도운 공인중개사까지 사기 행각에 얽혀 있었다. 37가구가 사는 이 빌라는 작년에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손씨는 7천500만원의 전세보증금 중 최우선변제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다. 손씨가 전세보증금을 한차례 증액하면서, 2013년 빌라의 근저당이 설정될 당시 소액임차인 기준인 6천500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올해 2월과 4월에 미추홀구에서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떼인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지자 정부는 뒤늦게 금융위원회를 통해 경매가 연기되도록 조치했다. 하루아침에 내쫓길 처지였던 손씨는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집주인(남씨), 가짜 임대인, 부동산중개업자가 모두 구속된 상황이라 집 보수 등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또 비가 온다는데 건물의 철골이 다 삭아서 천장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보수 못해 '철골 무너질라' 한숨만당장 먹고살기도 힘든판 도움 호소
손씨의 빌라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에도 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살고 있다. 이곳도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다.오피스텔 주민 김모(43)씨는 "작년 여름에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화장실, 거실, 안방 할 것 없이 비가 새서 바닥이 다 젖었다. 올해 큰비가 내리기 전에 옥상 바닥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했다.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 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집 안에 누수가 심해 방수 공사 등을 해야 하는데,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피해자들이 어떻게 공사비를 마련하겠느냐"며 "시청과 구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백효은기자 100@biz-m.kr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biz-m.kr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biz-m.kr집안에도 장맛비 지난 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손모(31)씨의 전셋집 거실 바닥에 놓인 반려견 배변 패드와 바가지 등에 천장에서 샌 누런 빗물이 고여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모씨 소유로, 집 내부의 각종 하자로 인해 세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7.5 /백효은기자 100@biz-m.kr
2023-07-07 백효은
'꼼수분양' 논란에 휩싸였던 호반산업 민간임대아파트 '위례호반써밋(옛 호반가든하임)'이 이번엔 입주 9개월 만에 임대보증금의 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조기 매각에 나서 임차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임차인들은 호반산업측이 제시한 분양전환 가격에 "살인적인 분양가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101㎡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각각 5억8천만~6억2천만원, 25만원으로 보증금이 인근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조기매각에 나선 호반산업은 매각금액으로 11억4천900만~12억9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7일 오전 10시 30분께 찾은 하남시 학암동 위례호반써밋.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해당 단지에는 '악덕호반', '입찰비리', '따블장사', '기습분양', '밀실합의' 등 사업주체이자 시공사인 호반산업을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호반산업은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로, 호반그룹은 지난 11월 19일자로 송종민 호반프라퍼티(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대표이사가 호반산업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고 지난달 30일에 공시한 바 있다.위례호반써밋 각 동 게시판에는 지난 2일자로 조기 매각을 진행한다는 공고문이 걸렸다. 공고문에는 오는 10일과 11일, 13일과 14일 두 차례에 나눠 양일간 조기매각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계약금은 임대보증금으로 대체하며, 잔금은 계약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납부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택형별 매매금액은 기준층 기준 △101㎡A 12억900만원 △101㎡B 12억원 △101㎡C 12억1천만원 △109㎡A 13억700만원 △109㎡B 13억700만원 △147T㎡ 19억2천900만원(4·5층) 등이다. 1가구가 유일한 전용 149㎡ 타입에 대해서는 매매금액을 고지하지 않았다. 2018년 위례호반써밋 분양 당시 책정된 주택형별 임대보증금은 기준층 기준 △101㎡A 6억2천만원(월 임대료 25만원) △101㎡B 6억2천만원(월 임대료 25만원) △101㎡C 6억2천만원(월 임대료 25만원) △109㎡A 6억6천만원(월 임대료 27만원) △109㎡B 6억6천만원(월 임대료 27만원) △147T㎡ 9억8천만원(월 임대료 40만원) △149㎡ 9억9천만원(월 임대료 45만원) 등이다. 분양 전환을 하려면 공고문에 게재된 매매금액에서 현 임대보증금을 제한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 즉, 101㎡A는 5억8천900만원, 101㎡B는 5억8천만원, 101㎡C는 5억9천만원, 109㎡A·B는 6억4천700만원, 147T㎡는 9억4천900만원이 잔금이다. 조기 분양전환을 희망한다면 내년 2월 말까지 해당 금액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 만큼 임차인들의 부담은 상당하다.이날 단지 내부에서 만난 입주자 김모(73)씨는 "분양전환을 하더라도 매매가격이 9억~11억원 수준이 될 거라고들 생각했었다"며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도 문제다. 임대보증금이 적은 수준이 아니다. 대출을 안 끼고 보증금을 낸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한탄했다. 최근 금융당국 총량규제에 따른 대출 한파가 계속되고 있어 임차인들이 빠른 시일 내로 매매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업계에서는 이같은 호반산업의 조기매각이 '폭리'라고 진단한다. 위례호반써밋이 들어선 위례신도시 A3-5블록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소유하던 땅으로, 호반산업은 해당 택지를 3.3㎡당 740만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곳은 공공택지로 분양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해야 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였다. 그러나 호반산업은 공공택지를 공급받고도 분양주택이 아닌 민간임대를 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3.3㎡당 평균분양가가 2천2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이 무색하게 호반산업은 2018년 민간임대주택으로 임차인을 모집했다. 조건은 '4년 임대 후 분양전환'이었다. 호반산업이 임대 후 분양 카드를 쓰게 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게 됐다. '꼼수분양'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학암동에 소재한 한 대표 공인중개사 A씨는 "임대보증금 수준의 금액을 더해 매매대금을 받는 것은 폭리에 가깝다"며 "임대보증금 자체도 말이 많았다. 바로 앞 단지인 '힐스테이트 센트럴위례' 분양가가 7억5천만원으로 위례호반써밋 보증금 수준이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조기 분양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기존 임대보증금도 5억원까지 대출받은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대출이 있어 분양전환금을 당장 마련하기는 힘들다. 원래 계획대로 4년 후에 분양 전환을 하려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회사(호반산업)에서는 분양전환 할 사람만 하라고 할텐데, 분양가는 가면 갈수록 비싸질 수밖에 없어 주민들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호반산업의 폭압적 조기매각을 무효화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본인을 입주자라고 밝힌 청원인 B씨는 "입주민들의 입주 완료일인 2021년 5월로, 입주를 마친지 반년 남짓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조기분양 통지를 받게 됐다"며 "살인적인 분양가격이다. 사채업체도 아니고 정당한 기업이라는 자들이 초단기간 내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폭리를 획책하고 있다. 성남 대장동 사건보다 악질적"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이어 "입주민들은 아파트 건설 공사 원가와 기업의 적정이윤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양전환 가격을 희망하고 재정적 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방법을 원한다"고 간곡히 청했다. 호반산업의 조기매각과 관련해 입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들으려 입주자 대표회의 등 연락처를 얻기 위해 방문한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자 대표가 아닌 호반산업 관계자가 상주하고 있었다.관리사무실에서 만난 호반산업 관계자는 "원활한 임대업무, 생활여건 지원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상주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임차인들에게 조기매각 관련 설명을 해주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안면 있는 분들에게는 이런 저런 얘기를 드린다"며 "대부분 본사로, 본사에서 조기매각 관련해 안내문도 나갔고 그걸 가지고 본사에서 응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사에 연락처를 보냈으니, 본사에서 연락이 올 거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호반산업 본사 관계자는 난처하다고 설명한다. 입주민의 40% 가량이 지속해서 조기 매각을 원했었고, 이에 따라 조기매각을 추진했는데 당초 의도와 달리 입주민 내부에서 상반된 주장과 민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호반산업 관계자는 "7·10 대책에 따라 4년 단기임대주택과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되면서 종합부동산세가 대폭 인상됐다. 당사는 임차인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조기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분양 전환 가격도 주변 시세의 약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매각 반대 민원인은 대다수가 명의변경을 진행한 세대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번 조기 매각은 입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적법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시세 약 80% 수준에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위례호반써밋. 2021.12.7.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위례호반써밋 게시판에 붙어있는 조기매각 관련 공고문. 2021.12.7.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위례호반써밋 단지 내부에 호반산업 조기매각과 관련한 현수막이 다양하게 붙어있다. 2021.12.7.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위례호반써밋 단지 내부에 붙은 현수막. 2021.12.7.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
2021-12-08 윤혜경
이른바 '복비'로도 불리는 중개수수료를 2배로 받는 등 불법행위를 했던 성남시 8개 업소가 경기도·성남시 합동 단속에서 덜미를 붙잡혔다.12일 경기도는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성남 수정·중원구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단속한 결과, 8개 업소에서 중개보수 초과 수수, 중개의뢰인과 직접거래 등 6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경기도와 성남시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를 토대로 성남 수정·중원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10곳을 우선 단속 대상으로 선정했다.단속을 통해 8개 사무소에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미보관 24건, 서명·날인 누락 14건, 중개보수 초과 수수 13건, 직접거래 3건, 고용인 미신고 3건, 기타 3건 등 총 6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주요 사례를 보면 A 공인중개사는 수정구 소재 단독주택 매매 중개를 하면서 수수료로 0.5%인 357만5천원 이내에서 의뢰인과 협의를 해야 했으나 2배인 700만원을 수취했다. 수정구의 B 중개사무소는 중개보조원인 부인 소유의 물건을 매매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서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일방의 거래당사자가 돼 중개의뢰인과 거래계약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경기도는 중개보수 초과 수수, 직접거래, 명칭 사용 위반 등 18건에 대해 6개 업소를 고발할 예정이다. 나머지 42건(8개 업소)도 성남시를 통해 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할 계획이다.아울러 의도적으로 계약서의 계약일을 수정하는 등 부동산 거래 거짓신고가 의심된 135건은 부동산 거래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인터넷 표시 광고 위반 의심 6개 업체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 확립 및 불법 중개행위 근절을 위해 공인중개사사무소 지도·점검을 실시했다"며 "앞으로도 투기과열지역 및 시장교란행위 지역 등을 중점적으로 불법 중개행위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재개발이 진행 중인 성남시 수정구 신흥2구역(빨간색 점 안) 과거 모습. /성남시 제공
2021-07-12 윤혜경
'부동산 배우면서 돈 버세요. 초보, 주부 누구나 가능. 고소득 및 투잡 원하시는 분'회사 근처 전봇대에 붙어있던 부동산 직원모집 전단지 내용 중 일부다. 누군가가 방금 붙인 것인지 빛이 바랜 전단지들 사이에서 유독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다.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다. 직무 관련 경험 등 채용시장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취업 스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배우면서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전부였다.근무조건은 몹시 파격적이었다. 오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에 4시간만 일하지만 급여는 150만원에 플러스 알파. 주말을 제외하고 한 달에 20일 출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4시간 일하고 최소 7만5천원을 벌어가는 셈이다.이 같은 채용이 많은지 궁금해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에 '부동산'을 검색해봤다. 무려 945건이 나왔다. 검색옵션을 이용해 지역을 수원시로 좁혀보니 총 32건으로 추려졌다.채용 게시물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배우면서 일하고 근무시간은 짧았다. 월급은 150만~700만원으로 편차가 컸고, 대부분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표기하고 있었다.월급을 많이 준다는 업체 몇 곳에 전화를 해봤다. 이들은 기자에게 이름과 나이, 사는 곳을 물어본 뒤 자신들은 주로 '토지'를 거래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1천만원 넘게 벌 수도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얼굴을 보고 말하자고 회사 방문을 유도했다. 그렇게 부동산 몇 곳과 약속을 잡았다.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간판이 없었다. 건물의 상층부에 영업장이 있었는데, 통화한 A팀장의 설명이 없었다면 찾지 못했을 정도였다.어렵게 방문한 부동산 내부는 흔히 접했던 1층 부동산과 느낌이 달랐다. 언뜻 보이는 이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안내가 주 업무로 보이는 직원에게 이름을 말하자 그는 "면접 보러 오셨다"고 누군가에게 전달했고, 통화한 적 없는 임원이 "방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방에 들어가니 수원시가 아닌 검단신도시, 세종시 등 특정 지역 지도가 걸려있었다. 지도 옆에는 교통 호재 등 뉴스 보도 캡처본이 붙어있었다. 잠시 후 A팀장이 들어오자 타 지역 지도가 가득한 방에서 예기치 못한 면접이 시작됐다. 직책이 본부장이라 밝힌 B씨는 이름과 나이, 거주지, 졸업 대학, 공인중개사 자격증 여부를 물었다. 자격증이 꼭 필요하냐고 묻자 "자격증 없어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돈만 있으면 자격증 있는 사람을 사면 된다"고도 했다.이들은 땅에 대해 일장연설을 했다. "LH 사태로 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있는 사람들은 땅에다 투자한다"며 "상가나 아파트는 노후되지만 땅은 그렇지 않다. 땅은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업무는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미리 매입한 토지를 지인 등 고객에게 분양홍보한 뒤 회사로 데려오면 된다. 이후 계약 등 자세한 설명은 팀장 또는 임원이 맡는다. A팀장은 "내가 이렇게 좋은 물건이 있다고 지인들한테 소개를 하면 된다"며 "아침마다 회사에서 토지에 대해 교육을 해준다. 땅은 서류상 문제가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땅을 사고 잔금을 치르면 돈을 지급한다. 하루에 1천만원 이상 받는 사람도 있다"고 강조했다.두 번째로 방문한 곳도 비슷했다. 안내 직원이 있었고, 모두 복장이 단정했다. 이름을 말하니 직원의 안내에 따라 특정 지역의 지도가 가득한 곳에서 또다시 예기치 못한 면접이 진행됐다.이곳에서 만난 B팀장은 "회사에서 교육한 내용을 바탕으로 회사 소유의 쪼갠 토지를 분양하면 되며, 한 달에 기본급으로만 700만원 이상 가져가는 직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은 회사 땅을 고객보다 저렴하게 살 기회가 제공된다"며 "회사 땅은 맹지가 아니며 본인들은 '기획부동산'이 아닌 법인부동산"이라고 설명했다.방문한 부동산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회사에서 교육받은 대로 주변 지인에게 '알짜배기'인 회사 땅을 소개, 분양하는 게 주 업무다. 자격증이 없어도 회사에서 아침마다 분양하는 토지에 대한 교육을 하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땅을 소개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영업으로, 땅을 판만큼 돈을 벌어가는 구조다. 본인들이 땅을 살 때는 고객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기획부동산의 수법으로 알려진 것과 상당 흡사하다.기획부동산은 개발 및 교통호재를 미끼로 개발 가능성이 낮은 땅의 지분을 여러개로 쪼갠 뒤 비싸게 팔아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법인을 변경하거나 폐업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피해자를 양산하며, 이들이 판매한 토지는 자산가치가 낮고 공유자가 많아 매각이 쉽지 않다. 경기도에 따르면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를 싸게 산 뒤 개발 및 교통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싸게 되파는 기획부동산에 의한 경기도민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기획부동산 불법행위(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만 52건에 달한다.기자가 면접에서 들은 업무설명과 비슷한 사례도 있다. 평택시민인 B씨는 자신이 일하던 기획부동산 법인으로부터 영업실적을 강요받아 회사에게 들은 호재를 바탕으로 토지를 취득한 후 지인들에게 좋은 땅이라고 투자를 권유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회사로 얻은 정보는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고, 설상가상으로 일하던 기획부동산이 폐업하면서 재산과 지인들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기획부동산에서 일했다가 자격증을 딴 후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다는 한 중개사는 "진짜 좋은 땅은 일반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며 "좋은 땅이면 본인들이 가지고 있지 주변에 왜 팔겠느냐"고 말했다.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기획부동산이 사원을 모집하는 특징은 '한 건만 해도 큰 돈을 벌 수 있다', '본인이 투자하는 게 우선이다', '친인척 등 주변 인프라를 이용하면 된다'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투자를 권유하며, 투자하면 큰 수익을 얻는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기획부동산으로 보면 된다. 취업준비생 등 구직자들은 이런 말을 유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전봇대에 붙어있는 부동산 직원모집 전단.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아르바이트 플랫폼에 올라온 부동산 관련 채용 공고. /채용 사이트 캡처농어촌공사가 매각해 논란이 되고 있는 맹지. 2020.11.03.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
2021-04-16 윤혜경
민간 건설사 화성 배양동 공매 낙찰조합, 사실상 사업 부지 확보 실패화성시 배양동지역주택조합(이하 조합) 조합원들과 조합사업부지 내 신탁토지주(이하 토지주)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조합과 관련이 없는 민간 건설사가 공매로 올라온 배양지구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개발사업 부지를 낙찰받았기 때문이다.민간 건설사가 낙찰받게 되면서 조합은 조합원만 모집한 채 토지 확보가 어렵게 됐고, 토지주들은 10년 넘게 땅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땅을 넘겨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배양지구는 화성시 배양동 61 일원(8만8천434㎡)에 공동주택을 세우는 지구단위계획 사업지다. 조합은 2015년 2월 설립 인가를 받아 주택사업을 본격 추진해 왔으나, 사업이 난항에 빠져든 끝에 결국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시민의 주택마련을 방해하는 거대 건설사의 횡포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조합원이라 밝힌 청원인은 조합이 낙찰받으려던 토지를 민간 건설사가 공매에서 낙찰받으면서 사업 진행이 어려워졌다고 피해를 호소했다.청원인은 "건설사가 낙찰받은 사업지는 주택조합이 설립돼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며 "건설사가 낙찰받게 되면 1천명이 넘는 조합원과 그 가족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려야 한다"고 한탄했다.그러면서 "토지주들의 손해도 막심하다. 신탁토지의 토지주 중 매매잔금을 받지 못하고 속아 신탁사에 신탁된 사유도 알게 됐다"며 "조합원과 잔금도 못 받고 신탁사에 자신의 터전을 위탁하게 된 토지주들을 구제해달라"고 간절히 청했다.토지주들, 잔금 못 받고 명도 위기사업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나청원인의 글처럼 토지주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10여년 넘게 토지 잔금을 받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건설사에 땅의 점유를 넘겨줘야 할 상황이 됐다. 몇몇 토지주들은 사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진단한다. 배양동 사업의 첫 단추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지주들에 따르면 당시 공동주택 개발사업 시행사인 이호이앤씨(이하 이호)는 배양동 사업부지 내 토지주들과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유진투자증권으로부터 토지대금 343억여원을 대출받았다. 이호가 토지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토지대금은 651억여원이었는데, 절반만 대출 받고 토지주들에게 땅값의 50%만 지급한 것이다. 토지 잔금은 2008년 중순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호는 약속한 일정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토지주들과 매매계약물건지를 신탁설정 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조건으로 잔금지급 일자를 연기했다. 이호가 토지주와 맺은 신탁은 부동산담보신탁으로, 위탁자인 소유자가 자신의 채무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하면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대출기관 등 채권자인 우선 수익자를 위해 일정 기간 신탁부동산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채무가 불이행되면 신탁부동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갚은 후 남은 것이 있으면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한다.이호와 토지주들이 합의했던 시점에 유진투자증권은 매매대금 100%를 지급했다며 하나자산신탁에 신탁 계약을 의뢰해 신탁처리를 했다고 토지주들은 주장한다. 토지주들 주장대로라면 재산권이 100% 보장된 것처럼 허위로 꾸며진 셈이다. 토지주들의 피해는 여기서부터 이미 예고됐다. 사업부진에 민간개발→지역주택사업 전환토지주 "계약서에 잔금 미지급 근거 있어"민간개발 사업이던 배양지구는 2015년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업부진을 겪던 이호는 2015년 2월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과 사업승계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서를 보면 이호가 토지주에게 패소한 '매매계약해제확인 등의 소(사건번호 수원지방법원 2012가합18536)'의 채무금액을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소송은 토지주들이 이호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것으로, 잔금 100억원과 사업지연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사업의 토지 구매를 위한 토지계약 승계 의무, 유진투자증권 및 아주저축은행의 조정채무액 222억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신탁 계약을 의뢰할 때, 토지값을 모두 지불했다고 했으나 이호와 조합의 사업승계 계약서에는 토지주들이 잔금을 받지 못했다는 근거가 남아있다.당시 사업승계 계약서에 첨부된 토지대 지불 총괄표에는 전체 토지 매입금액 651억3천285만원 중 343억1천523만원이 미지급됐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토지주들은 이호와 계약을 맺고, 민간개발 사업이 지역주택 사업으로 전환되는 10여년 동안 잔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조합과 대부업체에 자산양수도계약대부업체, 사업부지 공매…조합 아닌 건설사 낙찰그로부터 5년여 후인 2020년 8월, 이호에 343억원을 대출해줬던 유진투자증권은 조합과, 조합과 사업협정을 맺은 (주)한성에스엔에스(이하 한성)와 자산양수도계약을 맺고 부실 채권을 매도했다. 자산양수도계약에서 토지주들에 대한 잔금과 조건 등을 어떻게 합의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선수익권자가 된 한성은 하나자산신탁에 배양동 사업부지 공매를 요청했다. 자신들의 땅이 공매된다는 소식을 접한 토지주들은 공매 이전에 잔금부터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2020년 12월 22일 하나자산신탁 홈페이지에 배양동 토지 및 건물 148건이 공매물건으로 게시된다. 공매에는 토지 잔금 미지급에 대한 내용이 없다.사업부지가 공매로 올라오자 조합은 한껏 긴장한 모습이었다. 공매 입찰 일정은 2020년 12월 30일 1차(최저입찰가 286억3천400만원)를 시작으로 10차(2021년 2월1일, 110억9천700만원)까지 예고됐다. 사나흘 간격으로 차수마다 약 10억~30억원씩 입찰가가 떨어지는 방식인데, 합리적인 가격에 낙찰받으려는 게 당초 조합의 목표였다.공매 일정에 대해 묻자 당시 조합 관계자는 "토지주분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과도한 금액이 아닌 금액으로 낙찰 받을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조합의 염원과 달리 1차 공매에서 민간 건설업체 SM동아건설산업이 사업부지를 낙찰 받았다.토지주들 "유진투자증권이 문제"유진투자증권, 별다른 입장 없어SM동아건설사업이 공매 낙찰을 받게 되면서 토지주들은 재산권이, 조합은 사업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이에 토지주들은 유진투자증권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한 토지주는 "이호와 유진투자증권 신탁 자체가 잘못돼 발생한 문제"라면서 "하자가 있는 신탁처리에 대한 철회로 공매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진투자증권이 토지주들의 피해를 외면한 채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발생한 것"이라며 "유진투자증권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토지 확보가 어렵게 된 조합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목적사업을 코앞에 놔두고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쳐 법률적인 검토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토지주들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비즈엠은 유진투자증권쪽에 배양동 사업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했으나, 유진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화성시 기안동에 위치한 전 배양동지역주택조합 홍보관이 방치돼 있다. 2020.10.26 /김금보기자 artomate@biz-m.kr배양동 사건 일람표.배양동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 내 신탁토지주들이 화성 배양동 일대에 건 현수막으로, 토지주들은 2015년 사업승계 이후 현재까지 토지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배양지역주택조합에 책임을 묻고 있다.하나자산신탁에 공매물건 리스트로 올라온 화성 배양동 토지 및 건물 위치. /하나자산신탁 캡처
2021-01-10 윤혜경
"큰 돈이 들어가는 추가 선택품목을 한번만 보고 결정하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최근 높은 청약 경쟁률을 뚫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수분양자 A씨는 "과연 많게는 한가지에 천만원 이상 하는 유상옵션을 하루 만에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1순위 청약에 1만명이 넘는 수요자가 몰렸던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의 수분양자들이 추가 선택품목 일정과 관련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유상옵션을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확인한 뒤 단 하루 만에 결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의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올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1천509가구에 대한 정당계약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이달 4일부터 22일까지 19일간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추가선택품목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본 계약은 이달 11일~23일까지 13일 동안 진행한다. 추가 선택품목의 경우 계약기간 이후에는 추가 신청을 할 수 없으며, 계약 이후 변경 및 해약 또한 불가하다. 추가 선택품목을 보면 천장형 시스템에어컨을 비롯해 빌트인 가전, 현관 중문 및 간접조명, 주방 상판 및 벽 마감재, 거실·주방 바닥 마감재, 주방·침실4 평면 옵션, 드레스룸 선반 고급화, 현관 클린존 등이다.전용면적 84㎡ 기준(고급형·유상옵션)으로 선택하면 천장형 시스템에어컨은 최대 1천만원, 빌트인 가전 1천139만원, 현관 중문 및 간접조명 200만원, 주방 상판 및 벽 마감재 171만2천원, 거실·주방 바닥 마감재 46만원, 주방·침실4 평면 옵션 318만6천원, 드레스룸선반 고급화 185만2천원 등 총 3천만원이 넘는다.수분양자들은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홈페이지에서 추가 선택품목을 확인한 뒤 견본주택 방문 예약을 신청해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우건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추가 선택품목 계약 시 방문시간을 전면 예약제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은 총 2~3천만원에 달하는 추가 선택품목을 실제 모습이 아닌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최종 선택 또한 견본주택 예약일에 맞춰 하루 만에 결정해야 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따라 수분양자들로 구성된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입주예정자협의회'는 대우건설 측에 이달 1일 추가 선택품목 계약일과 견본주택 관람일정을 연기·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협조공문까지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와 관련해 아직까지 협의나 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는 "100만원 짜리 가전제품을 사도 직접 만져보고 다른 제품과 비교도 한 후 고민 끝에 결정하는데 1천만원이 넘는 옵션을 단 하루 만에 결정해야 한다는 건 수분양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현재 다른 단지보다 비싼 발코니 확장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 계약을 서두르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입주예정자협의회 한 관계자도 "현재까지 '연기 불가'라는 통보만 받았을 뿐 전혀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이나 '용인역북지역주택조합' 등 다른 아파트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중도금 대출에 옵션계약을 진행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분양자들은 코로나19가 좀 진정된 후 충분히 옵션을 보고 검토한 후 결정하길 원한다"면서 "앞으로 일정 연기 등 수분양자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협의회 차원에서 '옵션 선택 보이콧' 등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대우건설은 추가 선택품목 계약일정 연기에 대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우건설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을 위해 현장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거리두기 2.5 단계에 준하는 준엄한 상황이라 방역을 위해서 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한편 전국 최초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된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은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일원에 지하 2층, 지상 최고 25층, 13개 동, 총 1천509가구(전용면적 77㎡·84㎡·117㎡) 규모로 지어진다. 입주는 2023년 6월 예정이다./이상훈기자 sh2018@biz-m.kr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조감도./대우건설 제공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사이버 견본주택 캡처.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이달 1일 대우건설 측에 보낸 협조공문.
2020-12-03 이상훈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한 수원 아이파크시티 1~9단지 입주민들이 수원시에서 추진 중인 권선지구 생활체육시설 조성사업 문제로 들끓고 있다. 이들은 "수원시가 주민 요청으로 축구장을 건립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진행한 적이 없으며, 지난 20일에는 기습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막으려던 입주민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사 담당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공군 제10전투비행여단 앞에서 축구장 건립 기반 공사 중지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입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공군 제10전투 비행단에서 발주한 '생활체육시설 기반조성 공사'를 막는 주민과 공사를 하려 들어오던 인부가 충돌해 주민 1명이 병원으로 호송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주민은 허리 아래쪽을 다쳐 현재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시위에 나선 이유는 수원시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다.발단은 수원시가 권선지구 생활체육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업은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는 수원공군비행장 내 1만7천여㎡ 부지에 축구장과 족구장,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은 올해 안에 기반 공사를 마무리하고, 수원시는 내년께 실시설계용역을 완료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지는 아이파크시티 1~9단지와 인접하다. 특히 아이파크시티 5단지는 단지에서 40~70m 거리에 체육시설이 조성된다. 때문에 입주민들은 축구장과 족구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서면 소음은 물론 야간 조명으로 빛 공해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수원시에서는 입주민들이 원해 생활체육시설을 짓는다고 하는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면서 "수원시에 주민들이 (생활체육시설 건립에) 찬성했다는 데이터를 달라고 하면 근거가 없는 자료를 준다"며 "현재 입주민 97%가 반대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강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정윤 아이파크시티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수원시 의장을 만나고 현재까지 50일째 510동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공사가 언제 들어올지 몰라 주민들끼리 돌아가며 아침부터 밤까지 지키고 있는데, 벌써 세 번이나 기습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그러다 20일에 사고가 발생했다. 입주민들이 사고가 났으니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공군10전투비행단) 민원실에서 공사 담당자를 연결해 준 뒤로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 연결해준 책임자는 4일째 전화는 물론 문자, 카톡 모두 연락을 회피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이와 관련해 수원시 측은 모든 사업이 주민설명회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최근 부대 측에서 기반조성공사를 위해 펜스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이 저지해 공사는 잠정중단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시가 공식적으로 주민 설명회를 하지는 않았으나 2018년부터 입주자대표회나 발전위원회, 입주자카페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공지를 해왔던 것 부분을 확인했다"며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모든 사업이 주민설명회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윤혜경기자 hyegyung@biz-m.kr24일 오전 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이 공군 제10전투비행여단 앞에서 추구장 건립 기반 공사 중지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파크시티 비상대책위원회 제공아이파크시티 5단지 전경. /윤혜경기자hyegyung@biz-m.kr아이파크시티 510동 앞에 세워진 천막. /아이파크시티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2020-11-25 윤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