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인천공항, 중동 변수 딛고 세계 하늘길 ‘첫 1위’

  • 입력 2026-08-20 20:54:09
대체허브로 경쟁력 입증… 이젠 시설확충 속도
국제선 여객, 2018년 5위서 올 상반기 1위로
정세 불안 두바이·도하 등 운항차질 수요 흡수
유럽 환승 63.2% 늘고 외국인 입국 5.1%p↑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객들로 붐비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25년 만에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국제선 여객 수 세계 1위 자리를 양분해 온 영국 런던 히드로국제공항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국제공항을 인천공항이 마침내 넘어섰다. 국제선 여객 증가에는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외부 변수가 영향을 미쳤지만, 세계 항공시장의 혼란 속에서 인천공항이 대체 허브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이번 세계 1위의 배경으로 꼽힌다. 인천공항이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국제선 여객 세계 1위에 오르면서 앞으로 늘어날 항공 수요에 대비해 중장기 시설 확충 계획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항 인프라는 계획 수립부터 실제 운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여객 수요가 시설 처리능력을 넘어가기 전에 추가 인프라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중동발 변수에도 드러난 인천공항 ‘대체 허브’ 경쟁력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한 3천839만명으로, 런던 히드로공항(3천779만명)과 싱가포르 창이공항(3천453만명)을 제치고 국제공항협의회(ACI) 잠정 통계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인천공항이 국제선 여객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2002년 10위였던 인천공항은 2018년 5위, 2024년과 지난해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올해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증가에는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허브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과 카타르 도하국제공항 등 중동지역 공항의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 공항들을 이용하던 일부 환승 수요를 인천공항이 흡수한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의 유럽 노선 환승객은 21만3천5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2% 증가했다.

인천공항은 중국과 일본 소도시까지 연결하는 촘촘한 단거리 노선망과 유럽 주요 도시로 향하는 직항 노선을 함께 갖추고 있어 중동 공항에서 이탈한 환승 수요를 끌어올 수 있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기존 인천공항의 주요 환승축인 동남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노선에서도 여객 증가세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미주 노선 환승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동남아시아 노선 환승객은 10.1% 각각 늘었다.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외국인 방한객 증가도 국제선 여객 확대를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 전체 여객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9.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p 올랐다.

인천공항의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세계 1위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이동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을 통해 인천공항이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확인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 항공시장에서 특정 허브공항의 운항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다른 공항이 해당 수요를 곧바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노선망과 공항 시설, 항공사의 운항 공급 능력이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승객뿐 아니라 외국인 방한객이 늘면서 인천공항을 출발지나 도착지로 이용하는 수요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요소로 꼽힌다.

인천시 항공산업팀 이상욱 팀장은 “이번 세계 1위가 중동 정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보면 국제 항공시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인천공항이 대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진 것”이라며 “인천공항이 현재 여객 수에서 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발·도착지 이용 확대 향후 성장 잠재력
2033년 여객 1억1100만명, 수용 4.7% 초과
5단계 확장 사업 시기·범위 구체화 필요
자동화로 물리적 공간 한계 해소 역부족

■ “공항 시설 하루아침에 못 만들어”…다음 단계 준비해야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25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선 여객 세계 1위에 오르면서 중장기 시설 확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세계 1위 달성을 계기로 향후 인천공항의 시설 확충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진행한 ‘포스트 코로나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인천공항 중장기 개발전략 재정비 용역’ 결과를 보면, 2033년 인천공항 연간 여객 수는 1억1천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인 1억600만명을 약 4.7% 웃도는 규모다.

대외 변수 등에 따라 국제선 여객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인천공항 5단계 사업의 추진 시기와 범위를 미리 구체화해야 한다는 게 항공업계의 주장이다.

인천공항 5단계 사업은 현 화물터미널 부지에 제3여객터미널을 건설하고, 클럽72 골프장이 운영 중인 부지에 제5활주로를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계속 늘어나면 항공사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운항편을 배정받기 어려워져 신규 노선 개설이나 증편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여객이 늘수록 체크인 카운터와 탑승구 등 출입국 수속에 필요한 터미널 시설의 혼잡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화 시설을 확대해 여객 처리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연간 약 2천만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제3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면 기존 터미널의 혼잡을 낮추는 동시에 추가 여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터미널 처리 능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늘어난 항공편을 받아들일 활주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제3여객터미널과 함께 제5활주로 확충도 검토해야 한다는 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항공편 운항 횟수가 활주로 처리 능력에 가까워질수록 한 항공편의 출·도착 지연이 뒤따르는 항공편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항공업계에서는 추가 활주로가 확보되면 시간당 항공편 처리 여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운항 지연이나 비상상황에 대응할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천공항공사는 5단계 사업에 필요한 공사 기간을 8~1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획 수립과 행정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설을 운영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항공 수요가 시설 처리능력을 넘어선 뒤 사업에 착수할 경우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공항공사가 5단계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토교통부가 수립 중인 ‘제7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관련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이 계획에 포함돼야 5단계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제7차 공항개발종합계획은 올해 9월 공개될 예정이다.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 등 신규 공항 개발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천공항의 추가 시설 확충 필요성을 이번 계획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관심사다.

인천공항에 취항 중인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이 생긴다고 인천을 이용하는 수요가 그대로 옮겨가는 게 아니다”며 “계속 커지는 인천공항 자체 수요를 기준으로 시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인천공항 5단계 사업에 대한 여러 의견을 수렴하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