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규모 증가만 문제시해 불편
경제 발전 불구 금융억압 비정상
영끌과 빚투는 철저한 감독 필요
생계형 채무엔 맞춤형 대처 요구

지난주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계부채 총액이 2천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가계부채 규모가 역사상 최고 수준인 2천20조원에 달했으니 큰 문제라는 것이다.
생각건대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 부문도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면 가계의 자산과 부채가 함께 늘어날 테니, 가계부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계속해서 경신하는 것은 당연할 듯 보인다. 하지만 가계 자산에 대한 언급 없이 부채 규모의 증가만 문제시하는 천편일률적인 기사에는 의아함과 함께 불편함마저 따르기도 한다.
가계부채가 정말 큰 문제인지를 살펴보려면 가계부채가 왜 증가하는지 그 요인부터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첫째,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주택금융이다. 국민의 40% 이상이 ‘남의 집 살이’를 하면서 매년 국민의 12%가 이사 다니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주택구입·건설자금이 증가하게 되고,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전·월세임차자금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증가한 가계의 주택 관련 대출이 지난 6월 말 현재 1천191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59%를 차지한다.
둘째, 가계부채 증가요인은 요즘 들어 못마땅해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영끌·빚투다. 저금리 하의 과잉 유동성 상황을 이용하여 상당한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쉽게 빚을 내는 현상이다. 주택자금에 포함되는 영끌을 차치하더라도 빚투가 대부분인 증권사 등 소위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만도 올해 들어 11조9천만원이 증가하였다.
셋째, 비중은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판매자 신용이다. 스마트폰 약정에서 승용차 할부금융에 이르기까지 각종 서비스나 제품 소비를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금융부채가 따라붙는다. 거래 단위가 커지고 경제 규모가 증가하면서, 금융 심화(financial deepening) 현상으로 과거에는 현금으로 결제하던 거래에까지 금융중개가 개입하여 자연스럽게 가계부채가 증가한다.
넷째, 소상공인·자영업 금융이다. 1996년의 유통시장 전면 개방과 1998년의 외환위기로 동네 자영업 상점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소상공인 자생력 확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의 자영업 금융이 시작되었다. 2017~2018년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다시 한번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또다시 금융지원에 기대어 목숨을 이어왔다. 돌이켜보면 상당 부분 보조금이나 재정투융자 지원으로 대응했어야 할 사태를 상업 금융으로 막으려 했던 연속적인 정책 패착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채가 가계부채로 남게 되었다.
마지막은 생계형 소비금융이다. 소득이 소비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거나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저소득·취약계층의 주거·교육·의료비 등 가계 고정비용 부담은 일상적인 차입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결국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신용대출 등으로 다중채무 형태의 가계부채가 남는다.
가계의 자산 증가와 맞물려 늘어난 가계부채를 무조건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금융억압이 일어나는 경우가 오히려 비정상이다. 따라서 주택 관련 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와 소득 수준을 고려한 대출이라는 점에서 주택가격 안정이 뒷받침된다면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걱정해야 할 것은 우선,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끌과 빚투다. 철저한 금융감독과 함께 금융기관의 선별기능 강화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진정한 걱정거리인 소상공인·자영업 금융과 생계형 소비금융에는 재정과 금융의 정책 조합(policy mix)에 의한 해결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가계금융복지조사(2025년 3월 말) 결과, 인천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 21.8%이나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 27.9% 등 자산건전성 비율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가구당 소득과 순자산 역시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기에 소상공인·자영업, 생계형 소비금융에 대한 맞춤형 대처가 더욱 긴절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김하운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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