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카드는 끊겨도 출근은 계속된다

  • 입력 2026-08-25 20:29:52
주소지 바뀌자 적용 제도도 달라져
행정은 셋, 교통은 하나인 수도권
경계를 넘어 주민·예산에 영향
기술적 통합 광역 행정 완성 과제

송일찬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말이되는연구소 대표 서울에서 과천으로 이사한 32세 직장인이 있다. 직장도, 매일 타는 지하철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거주지와 관계없이 기후동행카드를 썼지만, 새 기후동행패스의 서울형 혜택은 서울시민에게만 적용된다. 기존 카드가 종료되면 그는 더 경기패스로 갈아타야 한다. 출근길은 같은데 주소가 달라지자 적용되는 제도가 바뀌었다.

서울시는 오는 9월1일부터 정부의 모두의카드를 기반으로 기후동행패스를 운영한다. 기존 카드는 9월 말까지 쓸 수 있어 이용 공백은 피했다.

그러나 고양·성남·남양주·김포·의정부·하남·구리·과천 등 경기도 8개 시가 참여했던 사업은 종료된다. 일부 지자체는 발표 전날에야 통보받았고, 의정부시는 서비스를 시작해보기도 전에 사업이 끝났다.

이를 경기도민의 혜택 축소로만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정부가 도입한 모두의카드는 K-패스를 기반으로 정률 환급과 정액 환급 중 이용자에게 더 유리한 방식을 자동으로 적용한다. 더 경기패스와 인천 아이패스도 같은 기반에서 지역별 혜택을 더한다. 서울까지 합류하면 시민의 선택 부담과 지방정부의 중복 비용을 함께 줄일 수 있다. 정부가 흩어진 교통복지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하지만 기술적 통합만으로 광역행정까지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환 과정은 수도권의 오래된 약점을 드러냈다. 도시계획은 실제 도시를 지도 위 경계만으로 보지 않는다. 집과 직장, 학교와 병원을 오가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해 하나의 기능적 생활권으로 파악한다. 서울·경기·인천은 행정적으로는 셋이지만 교통으로는 하나의 도시권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한 지방정부의 결정이 경계 밖 주민과 다른 지방정부의 예산에 영향을 준다. 광역교통에서 말하는 ‘경계 외부효과’다. 서울시가 패스를 바꾸면 경기도 시·군의 예산과 주민의 이용 방식도 달라진다. 결정은 한 곳에서 했지만 전환 비용은 여러 지역과 시민이 나눠 부담한다.

여기서 재정과 서비스는 구분해야 한다. 지방세로 지역 특화 혜택을 제공한다면 주민등록지를 지원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누가 돈을 부담하느냐와 시민이 어떤 카드와 절차를 이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재정의 기준이 주소지라고 해서 이용체계까지 행정구역별로 쪼갤 이유는 없다.

수도권은 이미 비슷한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있다. 2004년 서울에서 시작해 경기·인천으로 확대된 통합환승할인제다. 시민은 서울버스에서 경기버스로 갈아타면서 운영기관별 요금을 계산하지 않는다. 통합요금을 내면 운송기관들이 교통카드 자료를 바탕으로 수입과 할인 부담을 뒤에서 나눈다. 시민에게는 하나의 서비스, 행정에는 정교한 정산이라는 원칙이다.

이 원리를 교통복지에도 적용해야 한다. 국가는 모두의카드라는 공통 플랫폼과 기본 혜택을 맡고, 서울·경기·인천은 지역별 추가 혜택을 얹으면 된다. 혜택은 이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동 적용하고, 비용은 합의된 기준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 주민등록지는 행정의 정산 화면에만 남기고 시민의 이용 화면에서는 지우자는 것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이번 일을 서울시와 경기도의 갈등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안에 서울·경기·인천과 코레일, 교통 운영기관이 참여하는 운임·교통복지 조정체계를 상설화해야 한다. 다른 지역의 예산과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 변경에는 사전협의와 공동영향평가를 거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모두의카드의 기술적 통합을 수도권 광역행정의 통합으로 완성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것은 시간이다. 출퇴근뿐 아니라 카드를 비교하고 제도가 바뀔 때마다 다시 가입하는 시간도 시민이 치르는 비용이다.

카드는 바뀌어도 출근은 계속된다. 시민은 카드 한 장만 들고 집을 나서면 된다. 어느 정부가 얼마를 부담할지는 행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풀어야 한다. 도시의 실제 경계는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오가는 길 위에 있다. 출근에는 행정구역이 없다.

/송일찬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말이되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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