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소비’ 앱이 인기다. 결제는 하되 실제 소비는 하지 않는, 얼핏 모순 같은 소비법이 유행이다. 가상 배달앱 ‘배달안와요’라는 이름부터 반전이다.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부문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꿰찼다. 가짜 배달 주문으로 진짜 절약을 추구한다. 마라탕이든 치킨이든 장바구니에 담고 맵기 단계까지 정해 결제 버튼을 누르면, 진짜 배달앱처럼 조리·배달 알림이 뜬다. 물론 집 문 앞에는 배달 라이더가 오지 않는다. 대신 앱은 아낀 돈과 칼로리를 계산해주고, 먹지도 않은 음식에 리뷰까지 남기게 해준다. 이달의 절약 랭킹을 보니 1위 이용자는 무려 5천873조 원을 아꼈단다. 숫자의 진위보다 숫자가 주는 통쾌함이 핵심이다. 결제한 돈은 가짜지만, 통장을 지켰다는 뿌듯함은 진짜로 적립된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패러디한 ‘마음자로’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속 가상 주사기를 배에 대고 5초간 버튼을 누르면 ‘마음충전 완료’ 알림이 뜬다. 수분·식사·수면 같은 생활 목표를 기록하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함께 체크할 수 있다. 진짜 주사의 부담스러운 비용과 부작용 우려는 쏙 빼고, 관리한다는 기분만 취하는 방식이다. 플라시보가 원래 ‘진짜 약 없이도 낫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이 앱은 가짜 시술로 마음의 체중을 줄이는 디지털 실험인 셈이다. 밥도 안 먹고 주사도 안 맞았는데, 잠시나마 정신적 진통제 노릇을 한다.
앱테크(앱+재테크)는 이미 낯설지 않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시작된다. 기상 인증과 영양제 챙겨 먹기부터 퀴즈, 랜덤 용돈, 검색, 게임까지 종류도 방식도 무궁무진하다. 출석 체크로 몇십 원을 줍고, 걸음 수를 채워 커피 한 잔으로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는 돈을 버는 앱에서 돈을 안 쓰는 앱으로 진화 중이다. 극가성비 식당을 모아놓은 ‘거지맵’에 이어, 아예 지출 욕구를 차단하는 경지에 올랐다. 실제 지출은 ‘0원’이지만 시각적·심리적 만족감은 그대로다. 구매 직전까지 끌어올린 도파민과 잔고를 사수했다는 통제감이 결합한 ‘통장 지키기’ 전략이다.
갖고 싶은 것을 사지 않고 ‘가짜로 소유’하는 시대다. 장바구니는 결제 대기소가 아니라, 결핍을 달래는 대피소가 됐다. 지갑은 얇아져도 취향과 감성만큼은 빈곤해지고 싶지 않은 이들의 스마트한 놀이문화다. 가짜로 채우고 진짜로 버티는, 웃프지만 영리한 불황 생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