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00만 도시 인천, 언론중재부 신설이 시급하다

  • 입력 2026-08-30 20:34:03
수원 경기중재부까지 왕복 서너시간 걸려
단순 행정 편의 문제가 아닌 권리 직결 문제
설치 공감대 ‘KBS 인천총국 설립’ 첫걸음

조용주 변호사·인천지방변호사회 국제분쟁법원유치특별위원장 얼마 전 한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들었다. 한 인천시민이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려 했더니, 수원에 있는 경기중재부로 가야 해서 왕복 서너 시간을 들여 다녀오느라 힘들었다는 것이다. 300만 인천시민이 자신의 명예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지금 인천의 언론피해 구제시스템이 처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전국 18개 지역에 중재부를 두고 있지만,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전국 3위권인 인천에는 독립된 중재부가 없다. 인천 시민과 취재현장에서 뛰는 기자들 모두 경기중재부의 관할이라 수원까지 가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청구권 및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권리와 직결된 문제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그 취지는 실질적으로 접근가능한 구제 절차를 전제로 한다. 관할 중재부가 멀어 지리적 장벽 때문에 구제를 포기하거나 미루게 된다면, 이는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 평등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최근 인천경기기자협회와 언론중재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인천중재부 설치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헌법적 가치의 측면으로, 지역 간 사법 접근성 격차는 곧 기본권 실현의 격차라는 점이다. 둘째는 실질적 평등의 실현으로, 서울과 광역시 시민이 누리는 신속한 구제 절차를 인천시민도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언론피해 구제의 실효성 측면으로, 보도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회복의 실익이 줄어드는 언론분쟁의 특성상 관할의 지리적 근접성은 구제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이것이 현실화하기 위해 언론중재법 제7조 제3항의 개정 방향과 각계의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누구보다 먼저 공감하고 힘을 보태 온 것이 인천경기기자협회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야말로 불편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당사자들이며, 인천경기기자협회는 세미나 개최는 물론 관련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 애써왔다. 언론과 법조가 뜻을 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안이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인천시민 전체의 권익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논의를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갈 힘이다. 인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여론 형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언론중재법과 방송·미디어 정책을 다루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인천지역 노종면 의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마침 민선 9기 인천시정을 이끌게 된 박찬대 시장은 오랜 기간 인천을 지역구로 다져온 정치인으로서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다. 박찬대 시장과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에 앞장서 주기를, 그리고 인천시민 사회가 그 등을 밀어주기를 기대한다.

인천중재부의 설치는 그 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인천은 인구 300만이 넘는 광역시이면서도 정작 지역 방송국 하나 없는 도시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지역 공영방송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중재 기능마저 다른 지역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천의 언론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천중재부 설치를 위한 이번 논의와 공감대는 나아가 KBS 인천총국 설립이라는 더 큰 과제를 이끌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지역의 목소리를 지역이 직접 취재하고 보도하며, 그 보도로 인한 분쟁까지 지역에서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언론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인천이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를 온전히 실현하는 길이다.

인천고등법원의 설립 경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도시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불편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인천에 인천중재부가 설치되는 날은 인천의 언론 자유와 시민 권익이 한 단계 도약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더 시급히 설치되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인천지방변호사회 국제분쟁법원유치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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