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우의 ‘아웃사이드’] 한미 양국의 민주당 내전 관전기

  • 입력 2026-08-30 20:31:39
무슬림 상원의원 도전 엘-사예드
美 좌파 진영 ‘새로운 흐름’ 제시
韓 김민석 대표도 외연확장 도모
‘세대 초월 정책’ 고민 담겼나 의문

장제우 작가 “앵커는 포경수술을 했습니까?” 이것은 의료방송이 아니라 지지율 선두 후보의 생방 인터뷰에서 터진 발언이다. 미시간 민주당 상원후보로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좌파 성향의 압둘 엘-사예드는 악명 높은 FOX뉴스에서 도발을 감행했다. 이는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좌파 대 중도파의 내전이 새로운 시대의 도입부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가 역대 꼴찌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공화당이나 FOX뉴스는 이란전쟁과 물가 대신 트랜스젠더 같은 사안에 혈안이다. 공중보건의 출신 엘-사예드는 앵커가 그 이슈를 끌고오자 의료적 선택은 의사와 환자, 보호자 간의 일이지 정부가 정하는 게 아니라고 일축했다. 계속 물고늘어지는 앵커에게 그는 묘한 미소를 띠며 포경수술 여부를 물었고 당황한 앵커는 그건 개인적인 일이라고 대꾸했다. 엘-사예드는 (사생활이라 불편하다면) 넘어가도 좋다고 답했고 앵커도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엘-사예드는 다른 좌파 후보들처럼 살림살이 문제와 노동권, 불평등, 부유층과 정치의 유착 등에 집중하고 있고, FOX뉴스에 나가서는 자신의 메시지를 거침없이, 한 언론인에 따르면 ‘알파남’의 에너지를 전파했다. 아마추어 보디빌더 수준의 운동광인 엘-사예드는 토론을 피하는 공화당 후보를 ‘베타’로 부르며 앵커의 ‘찐’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는데, 앵커는 후기에서 좋아해선 안 되는 그가 좋아졌고 끔찍한 후보지만 국민을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엘-사예드의 사례는 민주당의 좌파 진영이 정책, 태도, 경쟁력, 이미지메이킹 등 다방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흐름에 올라탔음을 보여준다. 미시간은 대표적 경합주로 온건한 중도후보만이 해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엘-사예드는 보통의 민주당 후보라면 하지 않을 약간은 트럼프같은 태도를 보이고, 보편적 건강보험, 부유층의 정치자금 근절, ICE(이민세관단속국) 폐지처럼 중도파가 꺼리는 공약을 내세운다. 여론조사대로 근소한 승리를 거둔다면 경합지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게 될 것이다. 미시간 상원 경선에는 무려 800억원이 투입되었는데 이는 친이스라엘 중도후보를 위해 관련 단체가 기록적인 광고비를 지출했기 때문이다. 엘-사예드는 뉴욕시장 맘다니를 비롯한 좌파 인사들과 더불어 가자지구 제노사이드를 강력 비판하며 이스라엘 지원도 반대한다. 그는 ‘Money VS Many’, ‘Money Out of Politics’라는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현격한 자금의 열세를 극복했다.

한편 경선 통과가 곧 당선인 민주당 텃밭에서는 반이스라엘을 내건 신예 좌파들이 이변을 연출해왔다. 이스라엘 관련 단체의 자금 지원을 받는 유력 후보를 연거푸 꺾은 것이다. 이 중엔 무명의 2030 출마자도 여럿이다. 그동안 좌파 진영의 인재풀이 부족했기에 여전히 중도파의 우위가 확고하다. 그러나 중도파를 압박하는 파도가 거세다. 민주사회주의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민생과 노동 사안에서 효능감을 높이고 있는 맘다니는 민주당 인사 가운데 독보적인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그가 속한 조직인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의 이상주의적 면모가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지만 청년층에선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한결 높다. 우파 인플루언서들의 유튜브 조회수는 트럼프 임기 초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X 조회수는 5분의 1까지 떨어졌는데 이 하락세를 민주당 좌파 진영에서, 딱히 청년정책을 쏟아내지 않고도, 빨아들이는 중이다.

미국 내 좌파 대 중도파의 내전은 민생과 불평등이 핵심 전장이다. 중도파에서 민생과 무관한 DSA의 약점을 파고들 때 좌파는 차별화된 민생정책을 무기로 민심에 부응하고 있다. 청년층의 몰표를 받는 좌파에 어디까지 동조해야 할지 중도파의 고심이 깊다. 권력 지형상 좌파의 공약이 당장 실현되긴 쉽지 않지만 진보의 물결은 막을 수 없다. 한국의 민주당도 내전이 한창이다. 신임 당대표는 중도보수화를 통해 청년층을 비롯한 외연확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중도화의 지지층 확대 효과를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 미국의 신진 좌파 세력은 세대를 초월한 정책과 메시지로 청년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한국 민주당의 내전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있는지 의문이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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