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대법관 인선 5개월 지연
대통령 제청 반려 ‘헌정사 최초’
민주, 조 대법원장 사법농단 규정
여론은 기대보다 우려에 기울어

더불어민주당의 강도 높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에 정치권이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충돌에 빠져들고 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썸트렌드(SomeTrend)가 지난 8월24일부터 29일까지 집계한 ‘조희대’ 감성 연관어 빅데이터를 보면 ‘논란’과 ‘갈등’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그 주변을 ‘우려’, ‘일방적’, ‘비판’, ‘거부하다’, ‘반발’, ‘심려’, ‘의혹’, ‘불만’, ‘불안’, ‘범죄’, ‘최악’, ‘체포’ 같은 부정적 단어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고, ‘신뢰’나 ‘존중’, ‘기대’ 같은 단어는 상대적으로 작게 자리한다. 지난 열흘 새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가 여론 데이터에 고스란히 찍힌 셈이다.
발단은 대법관 인선 지연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임기를 마쳤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5개월이 지나도록 후임 제청을 미뤘다. 그 배경에는 정부 출범 이후 첫 대법관 인선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여권이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민기 판사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 8월18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두 사람을 ‘서면’으로 제청했다. 통상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 대면 협의를 거쳐 온 관례와 다른 방식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8월28일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청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헌법 104조 2항을 근거로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며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돌려보낸 것은 1987년 현행 헌법 체제 이후 처음이다. 빅데이터 속 ‘일방적’이라는 단어가 크게 표시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런 재제청 요구에 명시적 헌법·법률 근거는 없어, 대통령실도 상당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사를 나서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재제청 수용 여부는 “다음 주 중”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8월19일 이 사안을 “관습법적으로 대통령과 협의해 대법관을 제청해 온 역사적 관례를 깬 무법 사법 행위이자 사법 농단”으로 규정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 칭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도록 지시했고, 국회 법사위는 여권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8월31일 현안질의에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불출석 의견서를 냈고, 서영교 법사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압박의 배경에는 단순한 절차 문제를 넘어서는 정치적 맥락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어 여권 내에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해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대장동 사건 등 나머지 재판은 헌법 84조 불소추특권에 따라 정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이번 재제청 논란이 결국 향후 대법원 구성, 나아가 대통령 본인 관련 사건의 최종 향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 하락 국면까지 겹치면서 탄핵 카드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함께 감지된다. 빅데이터에서 ‘반발’, ‘불만’, ‘역풍’ 계열의 단어가 함께 확인되는 배경이다. 빅데이터 워드클라우드가 보여주듯, 현재 여론은 ‘신뢰’나 ‘기대’보다는 ‘갈등’, ‘논란’, ‘우려’, ‘불안’ 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어 있다.
이번 사태를 어느 한쪽의 승리로 규정하기 이전에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삼권분립 뿌리가 흔들리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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