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천국도 독점하고, 권력도 탐하고

  • 입력 2026-08-31 20:56:46
기독교 본질과 충돌하는 신천지
신앙 영역 넘어 정치권까지 영향
교단 지시 따른다면 과연 옳을까
권력 탐하는 순간 타락 명심해야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SCJ)은 요한계시록 7장 4~8절에 나오는 ‘인(印) 맞은’ 14만4천명을 상징적 숫자가 아니라 실제 숫자로 이해한다. 이들에게 ‘인 맞음’은 구원받을 공동체에 속하는 자격이자 증표이다. 그래서 신천지는 시험을 통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을 심사하고 그 출입증을 발급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구원이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다고 고백하는 기존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신천지가 거대한 종교 권력으로 성장하여 신앙의 영역을 넘어 정치권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교유착 비리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021~2024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당 대표 경선, 총선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최소 5만6천472명의 신천지 신도가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송영길 후보는 ‘소나무당’ 대표 시절, 신천지 측 인사가 이만희 총회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신도들의 대거 입당과 당의 부채 해결, 당비 지원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이를 거절하면서 “대한민국 정당 중 신천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 위원장의 증언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고양시의 신천지 시설 용도변경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주변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신천지와 싸우면 당선될 수 없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증언이 사실이라면, 신천지의 조직력이 이미 정치인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별 정치인들에게 “우리와 맞서면 살아남기 어렵다”라는 무언의 경고로 작용하는 동시에 정치권에 자신들과의 공생을 요구하는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종교 권력이 조직을 동원해 정치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교(政敎) 유착의 위험을 결코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종교 조직이 정치권의 약점을 이용해 여론과 당내 의사결정을 왜곡한다면, 그 대가로 각종 정치적·행정적 편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민의(民意)마저 크게 왜곡될 수 있다. 종교 권력과 정치권력이 거래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음성적인 담합과 부패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정 종파의 신도가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문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 참여가 아니라 교단의 지시나 강요에 따른 집단 입당, 당비 대납, 명의도용, 이중 당적,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지시 등을 통해 여론을 왜곡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조직적 정치 개입이다.

만약 정당이 조직표가 가져다줄 이익에 현혹되어 이를 묵인하거나 이용했다면, 종교 집단의 ‘침투’만을 탓할 수는 없다. 조직표의 유혹에 흔들린 정당과 정치인들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신천지 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했다. 이제 이 문제를 선거용 의혹 제기로 끝내서는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조직적 입당과 ‘가짜 당원’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신천지 신도들에게도 묻고 싶다. 교단의 지시에 따라 정당에 가입하고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는 일이 있었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신앙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예수는 마귀로부터 ‘이 모든 권위(엑수시아)와 그 영광’(눅 4:6)을 주겠다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했다. 이것은 ‘천하만국’에 대한 지배와 통치의 권한을 주겠다는 유혹이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고, 결국 십자가형을 당하면서도 로마라는 거대한 정치권력과 거래하지 않았다.

권력을 이용해 세운 천국은 이미 천국이 아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정치권력을 탐하는 순간, 신앙은 타락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은 흔들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호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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