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북한 스마트폰

  • 입력 2026-08-31 20:53:17
아리랑과 평양타치, 진달래부터 푸른하늘, 삼태성을 거쳐 마두산, 해양701까지. 북한 스마트폰의 계보다. 이름이 예스러우면서도 묘한 이질감을 풍긴다. 북한은 2013년 첫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아리랑’을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20여 종을 출시했다. 한때 평양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스마트폰이 이제 젊은이들 손에도 들려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 대비 보급률은 30%에 육박한다. 2024 파리올림픽 다이빙 관중석에서 북한 관계자가 능숙하게 스마트폰으로 경기 장면을 촬영하던 모습도 낯설지 않았던 이유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2023년형 ‘해양701’의 실체가 흥미롭다. 슬림한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은 웬만한 신형 스마트폰과 구별이 안 갈 정도다. 통화와 문자는 물론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QR결제 앱으로 물건값을 치르고 달러까지 송금한다. 사무처리 앱에서 문서를 확인하고, 축구 게임 ‘국제축구 연맹전’을 즐길 수 있다. 북한 스마트폰은 겉보기에 나름의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럴듯한 디스플레이 아래 숨은 소프트웨어는 철저한 통제 도구다. 외부 와이파이나 인터넷 접속은 원천 차단되고, 닿는 곳은 오직 당국이 깔아둔 내부 인트라넷뿐이다. 문자를 입력하면 단어 하나하나가 검열대에 오른다. 대한민국을 치면 금지어로 바뀐다. ‘오빠’, ‘남친’ 등 연인 사이 흔한 호칭조차 당의 언어로 고쳐 쓰인다. 경악할 기능은 ‘열람리력’이라는 앱이다. 5분, 10분 간격으로 화면을 몰래 캡처해 저장한다. 정작 폰 주인인 이용자는 그 기능을 끄지도, 저장된 파일을 지우지도 못한다. 5호담당제보다 독한 디지털 감시망이 손바닥 위에서 작동하는 셈이다.

디지털의 가장 큰 쓸모는 담을 허무는 데 있다. 전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혔고, 인터넷이 국경 너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것도 기술 덕분이다. 북한은 같은 도구를 정반대 방향으로 개조했다. 초고속 연결 도구를 감시 회로로 바꿔치기했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한 감시 회로도 사람의 마음과 상상력까지 가둘 수는 없다. 화면 속 금지어를 마주하는 순간, 사용자는 단어가 지워진 이유를 묻게 된다. 통제는 역설적으로 통제를 증명한다. 기술로 쌓은 담이 높아질수록, 담 너머를 향한 갈증도 함께 자란다. 북한이 쌓아온 고립의 성벽도, 손바닥 위에서 번지는 균열까지는 막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