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인천역~송도역' 수인선 인천구간 오늘 개통식… 43년만에 돌아온 꼬마열차

'교통·구도심·관광' 철로 위 다시 달린다
  • 김명호 기자
  • 발행일 2016-02-26
인천 개통 앞둔 수인선 송도 인천구간 시승식13
개통 앞둔 수인선 송도 인천구간 시승식.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협궤선로서 복선 전동차 '변신' 승강장 안전문 '안심탑승'
신설 4개역 인천 역사·발전상 담은 벽화·콘텐츠 '볼거리'
차이나타운 신포동·소래포구 '명소 테마코스' 개발·홍보
'구도심' 숭의 목공예마을·인하대 물텀벙거리 접근성 높여
단순교통수단 넘어 '지역 경제·문화 되살리는 계기' 기대


인천 사람들의 애환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수인선 인천구간(인천역~송도역)이 26일 개통식을 갖고 27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인천 중구와 남구 등 대표적인 구도심을 관통하는 수인선 인천 구간 개통으로 이 일대 교통 편의성은 물론 낙후된 구도심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인선이 지나는 인천역 주변의 개항장 일대와 차이나타운, 남동구 소래포구 등 대표적인 관광지의 교통 편의성이 더해져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 할 것으로 보인다.

1988 송도역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온 수인선 열차. /인천시 제공·경인일보DB

#수인선 인천 구간 개통

수인선은 일제가 우리나라의 곡물과 소금 등을 수탈하기 위해 건설됐다. 일제는 1937년 9월 경기 이천, 여주 지역의 쌀과 인천 소래 지역의 소금을 실어 와 인천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수인선(약 52km)을 개통했다.

광복 이후에도 1960년대까지 증기기관차가 객차 6량과 화물차 7량을 달고 15개 역을 하루 7차례 운행했다. 1970년대에는 디젤기관차와 번갈아 편성돼 옛 정취를 느껴 보려는 주말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5년 12월 사람들이 버스로 몰리고 매년 적자가 20억원을 넘으면서 운행을 멈췄다.

27일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수인선 인천 구간은 인천역에서 송도역까지 7.3km 구간으로 전 구간 지하에 건설됐다. 시공은 대우, 한라건설이 맡았다. 수인선은 과거에는 폭 1.2m의 협궤선로 위를 달렸지만, 이제는 복선전철로 바뀌어 일반 전동차 선로로 운행한다.

인천역과 송도역 사이에는 신포역·숭의역·인하대역이 새로 건설됐다. 각 역사에는 교통약자 편의 제공을 위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고 추락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 역에 승강장 안전문을 설치했다.

수인선은 지난 2012년 6월 1단계로 오이도~송도역(13.2㎞) 구간이 완공됐고 내년에는 나머지 한양대역~수원역(19.9㎞) 구간이 마무리된다. 내년까지 수인선 모든 구간이 이어지면 인천역과 수원역을 잇는 수인선의 옛 영화가 되살아나게 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수인선이 27일부터 운행에 들어가지만, 오는 5월까지는 역사 주변 정리 등 개통 초기에 나타나는 불편함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철도 운행이 안정화 시기에 접어들 때까지 다소 불편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994년8월21일 수인선 협궤열차 안 승객들
1994년 8월21일 수인선 협궤열차 안 승객들.

#수인선,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더하다

개통되는 수인선 인천∼송도 구간 신설 전철역에는 인천 역사와 현재의 발전상을 담은 벽화가 제작됐다. 인하대역에는 근대기 인천항 랜드마크였던 존스턴별장과 첨단 미래도시인 송도국제도시 전경을 담은 장식벽이 설치됐다.

신포역에는 1923년 준공된 인천우체국과 인천항 갑문을, 숭의역에는 과거 화물 운송 기능을 담당했던 남부역과 국내 최장 사장교인 인천대교를, 인천역은 근대기 인천항 전경과 차이나타운의 모습을 담아 벽을 장식했다. 가로 7m, 세로 3.5m 크기의 장식벽은 강화유리 또는 석기질 패널로 제작됐다.

이와 함께 신포역 출입구는 인천항의 세관 창고 건물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신포역의 출입구 위치는 1911년 만들어진 인천세관 부속창고가 있던 곳이다. 신포역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항 제1부두 앞에 설치되는 정거장이다. 인천 개항장과 함께 근대 인천의 역사가 중첩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포역 주변의 역사, 문화적 장소성을 고려해 역을 꾸몄다는 게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의 얘기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이현정 수도권본부장은 "이번 개통되는 수인선 인천구간에는 각종 역사 콘텐츠를 곳곳에 배치했다"며 "수인선이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인천의 명물로 자리 매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개통 앞둔 수인선 송도 인천구간 시승식7
2016년 2월27일 개통을 앞둔 수인선 송도~인천구간 시승식을 위해 역에서 전철에 오르는 승객들.

#인천 관광 활성화의 견인차 될 수인선

수인선 구간에는 개항장 근대 건축물과 차이나타운 등이 몰려 있는 신포동을 비롯해 수도권 최대 명소로 꼽히는 소래포구가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수인선 개통과 맞물려 '수인선 테마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등 관광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인선 인천구간에 들어선 인천, 신포, 숭의, 인하대역 구간은 역마다 인천 구도심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수인선 인천 구간 첫 출발지인 인천역은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경인 철도가 출발했던 경인선의 종착역이다.

인천역 인근에는 120년 넘게 이어온 차이나타운이 위치해 있고, 짜장면 탄생지인 공화춘과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국제시장, 개항기 상선회사 건물이었다가 현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인천아트플랫폼도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첫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이 위치해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1971년 조성된 숭의평화시장과 수인곡물시장이 있는 숭의역 주변에서는 정감 넘치는 방앗간과 곡물가게 등을 볼 수 있다. 인천 유일의 목공예 거리인 숭의목공예마을도 근처다. 30∼40년 이상 경력을 지닌 목공예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을 둘러보고, 지난해 12월 개관한 목공예센터에서 각양각색 목공예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수인선을 타고 인하대역에 내리면 용현동 물텀벙거리에 갈 수 있다. 인천 어부가 아귀를 잡으면 "볼품이 없다"며 다시 물에 텀벙 던져 아귀에 '물텀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아귀가 1970년대부터 인천의 별미로 떠오르고 전문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물텀벙이거리가 만들어졌다. 물텀벙거리 내 성진물텀벙은 1972년 문을 열어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아귀찜집으로 유명하다.

#추억의 수인선 사진 전시회

수인선 개통에 맞춰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인천의 사진작가 김용수(79) 씨는 수인선 개통에 맞춰 1960~70년대 수인선 풍경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다음 달 6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연다. '사람이 있었다 - 수인선 1960'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 김용수 작가는 흑백 사진 25점을 전시한다.

전시 사진 중 13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김 작가는 1938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60년부터 인천에서 사진 작업을 벌여 왔다. 지난 2012년에도 수인선과 관련된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