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열차표 예매전쟁 '30%가 노쇼'

수수료 낮아 암표상들 기승
취소·반환표 460만장 달해
코레일 "별도의 대책 검토"
  • 황준성 기자
  • 발행일 2017-02-01
안양에 사는 주부 강모(39·여)씨는 지난 설 명절 고향인 목포를 가기 위해 자녀 3명과 함께 KTX를 탔다가 듬성듬성 비어있는 자리를 보고 놀랐다.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치열한 명절 열차표 예매경쟁으로 열차표를 왕복 4매밖에 구하지 못해 남편은 버스를 타고 뒤따라 오는 상황인데, 빈자리는 평소 주말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중간에 탑승객이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종점인 목포까지 빈자리는 그대로였다.

신혼부부 진모(32)씨는 예매 시작 당일 먹통이 된 SRT 홈페이지 탓에 현장에서 아내와 따로 떨어져 가야 하는 다른 시간대의 좌석표 2매를 간신히 예매했다. 하지만 귀성·귀경 당일 내내 진씨의 옆자리는 모두 비어 있었다.

이처럼 매년 명절마다 예매한 열차표를 취소하는 '허수 예매(NO SHOW)'가 30%에 달해 실제 이용객들의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

31일 코레일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설·추석 등 명절 연휴에 발권된 열차표 1천526만9천장 가운데 취소·반환된 표는 460만7천장으로 30.2%에 달했다. 이중 4.5%인 69만1천장은 아예 불용 처리돼 빈 좌석으로 열차가 운행됐다.

올해 설 연휴도 27% 이상이 취소 또는 반환된 것으로 추산되는 등 KTX와 새마을호의 명절 취소·반환율은 주말보다 최소 7%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취소 수수료가 낮아 일단 예약부터 하고 보자는 허수 예매자들과 암표상들이 명절 때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반 승차권을 출발 당일 1시간 전까지 인터넷 또는 웹으로 취소할 경우 400원의 수수료만 내면 나머지 금액을 모두 반환받을 수 있다.

열차 출발 20분 후까지 취소 또는 반환할 경우에도 수수료는 15%에 불과하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출발 24시간 이내엔 취소 자체가 불가하도록 하고 취소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돼 있어 국내도 예약 남발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1인당 최대 6매(왕복 12매)로 예약을 한정하고 있지만 매년 취소·반환율이 높게 나타나 명절 예매 취소건의 경우 별도의 수수료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