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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보호 마지막 정기 운항-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대교 개통을 하루 앞둔 27일 마지막 정기 운항 중인 '삼보호'가 차량과 관광객을 싣고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로 향하고 있다. 뱃길 뒤로 석모대교가 보이고 있다. 폭 12m, 길이 1.54㎞에 왕복 2차로인 이 다리는 올해 8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사업 공정이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돼 두 달가량 앞당겨진 28일 0시 개통했다. 작은 사진은 개통을 앞두고 석모대교 위를 시민이 걷고 있는 모습.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주민 반기는 '육지같은 생활'
함께 잊혀질 포구풍경 씁쓸강화에 새로운 다리가 놓였다. 그리고 뱃길이 하나 끊겼다.
27일 오후 3시 강화군 석모도 석포 선착장에서 강화군 외포리로 향하는 삼보해운 소속 선박의 2층 대합실. 강화도의 외딴 섬 서검도에 사는 라광석(65)·조명순(64) 씨 부부가 앉아 있었다.
이들은 오후 1시 10분, 서검도에서 석모도 하리까지 승용차를 배에 싣고 건너와 내린 뒤 다시 승용차를 운전해 석모도를 가로질러 석포 선착장 부근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서 삼보해운 배에 탔다.
외포리에 있는 수협에 적금을 붓기 위해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외포리에서 20분을 일 보기 위해 이들은 배를 2번 타고, 2시간이나 걸려서 나왔다.
라씨 부부가 배를 타고 외포리로 가던 그 시각, 석모대교 위에서는 석모도 주민들이 모여 28일 0시부터 뚫리는 석모대교 개통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제 석모도는 육지와 곧바로 이어지게 됐다. 강화대교나 초지대교를 타고 강화도로 들어와 석모대교를 지나면 석모도로 직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현수막 글귀가 석모도에 나부꼈다. '석모도 삼산초등학교에서 출발 광화문까지 자전거로 간다.' 삼산초등학교 총동창회에서 마련한 거였다. 배를 타지 않고도 곧장 대도시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라광석씨는 "서검도에서 평균 1주일에 1번씩은 나오는데 불편한 점이 너무나 많다"면서 "다리가 진작 있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놓이게 돼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라씨 부부는 이제 배를 한 번만 타면 외포리까지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석모대교 개통으로 석모도는 그야말로 육지나 진배없어졌지만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도 있다. 뱃길이 그렇고, 석모도를 오가며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선상 풍경도 같이 사라지게 됐다.
외포리나 석포리 포구 상인들도 손님이 뚝 끊길 우려 탓에 걱정이 태산이다. 선장이든 갑판의 차량 유도 요원이든 선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퇴직원을 회사에 제출한 상태다.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석모도 뱃길. 그러나 그 뱃길에서 1986년 11월 26일 빚어진 참사마저 잊어선 안 된다. 강화도 뱃길 사상 최대 참변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리 전복 사고가 이때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삼보해운에 퇴직원을 내놓고 회사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는 직원 중에는 조수배(65) 선장도 있다. 선장 조씨는 카페리 전복 사고 최초 목격자다. 조씨는 사고 상황을 전파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9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했다. 조씨가 당시 사고 순간을 보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
조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31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호·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