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지역과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도선)을 운영하는 선사들이 항로 운영권을 두고 수면 아래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승객이 많이 타는 황금 노선과 시간대를 선점하고 상대 선사를 견제하기 위한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인천 북도면 신·시·모도, 장봉도와 중구 삼목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 선사 한림해운은 2년 전부터 인천해경을 상대로 경쟁 선사 세종해운의 북도면 차도선 면허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여객선은 일정 규모를 갖추고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배를 뜻하고 차도선은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배다.
세종해운은 1999년 3월부터 북도~삼목 항로를 오가는 차도선 4척을 운항하다가 2003년부터는 여객선 1척(세종5호)을 추가해 운항했다. 하지만 세종5호가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신규 사업자에게 여객 면허를 내주기로 했고 한림해운이 2015년 5월부터 이 항로에서 여객선 운항을 시작했다.
세종해운은 이후 세종5호 여객선 면허를 폐업하고 이를 차도선으로 바꿔 운항을 재개했다. 이에 한림해운은 "동일항로에서 영업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면허권자인 해경에 차도선 면허 취소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해경의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으나 최근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세종해운이 여객선 폐업 신고를 한 뒤 차도선으로 바꿔 운항하는 것은 안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면 세종해운은 차도선 5척 중 1척을 철수해야 한다.
옹진군 관계자는 "세종5호가 노선에서 빼라는 대법 판결이 나와 이후 주민 불편 사항 우려는 없는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덕적항로의 차도선 운항 시간을 두고서도 고려고속훼리와 대부해운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승객이 가장 많은 오전 시간대 출발을 선점하기 위해 양 선사가 협상을 벌이다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차도선 운항이 잠시 중단돼 섬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는 경쟁 선사가 동일 항로를 운항하는 곳이면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사들이 오전, 오후로 시간대와 출항지를 각각 분담해 운항하면 주민들은 하루 만에 섬과 육지를 오갈 수 있지만, 선사들은 수익을 위해 승객이 많이 타는 인천항 출발 오전 시간대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강제로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섬 주민. 옹진군 자월면의 한 주민은 "30분 간격으로 아침에 배 2척이 인천항에서 나란히 출발하는데 둘이 협의를 해서 한 척은 인천항에서 한 척은 섬에서 교차 출발하면 주민들이 편하지 않겠냐"며 "선사들의 이기심에 주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