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세계 최고 서비스 불구
자본금 500억원 이하 '한계'
佛 뱅시, 1조6천억원 제시
'경쟁력 제고' 제도 개선 목청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달성한 인천공항이 해외 공항 운영권 입찰에서 탈락한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내부 규제가 꼽힌다. 한국 정부는 공기업이 500억 원 이상 자기자본을 투자할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내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운영 탄력성이 외국 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이유도 작용했던 것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공사는 2조 원 규모의 이번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니콜라-테슬라 공항' 운영사업자 경쟁 입찰에도 500억 원도 안 되는 자본금을 가지고 뛰어들었다. 터키의 건설사 야티림라(Yatirimlar ve isletme), 러시아 금융사 브이티비(VTB)와 구성한 컨소시엄에도 낮은 지분율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조건으로는 수주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약 수주하더라도 인천공항공사가 유리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세르비아 공항 입찰 때 프랑스 뱅시(Vinci)가 제시한 금액은 추가 투자금까지 합쳐 1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체급이 큰 선수와 같은 링 위에서 싸워야 했던 셈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내세워 경쟁했지만, 프랑스 뱅시 앞에서는 이런 강점도 빛이 바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항으로 12년 연속 이름을 올린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항운영권 입찰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뱅시를 상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뱅시는 전 세계에서 35개 공항을 운영하고, 1억 3천230만 명(2016년 기준)의 여객을 처리하는 공항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이다. 공항 운영권을 점차 늘려가면서 공항 운영분야에서 넘보기 어려운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뱅시는 유럽에서 가장 큰 건설회사인데, 프랑스 건설 시장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항, 도로 등 수익률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의 운영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뱅시 측은 지난해 11월 "공항운영권을 확장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체계적으로(systematically)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공항운영 등 분야는 해외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3개국에서 26건(누적 수주금액 약 9천308만 달러)의 다양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컨설팅 사업이다.
인천공항이 해외공항 운영권을 확보할 경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공항 운영의 경우 건설, 통신, 안전,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각자 역할을 해야 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탈락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니 탈락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