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단지 버스노선 두달만에 없앤 인천시

  • 홍현기 기자
  • 발행일 2018-02-05
공항내 자유무역지역 경유
고용창출 등 경제효과 막대
"지원 못할망정" 기업 반발
市, 준공영제 예산부담 입장

대규모 고용창출 등으로 대중교통 수요가 늘고 있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물류단지)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이 운영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갑자기 사라지게 돼 입주기업과 근로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인천시와 입주기업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이 지난 3일부터 사라졌다. 지난해 11월11일부터 자유무역지역을 지나갔던 203번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지 2개월도 채 안 돼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영종선착장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연결하는 203번 버스는 경유지에서 '물류단지F블록' 등 자유무역지역 정류장이 사라지고, 종점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로 변경됐다.

이에 물류단지 입주기업들은 "막대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내고 있는 물류단지에 지원은 못할망정 버스 운영까지 중단하는 인천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물류단지에는 반도체 패키징·검사 전문기업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와 국내외 유수의 물류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들은 신규 고용 창출 9천700명(2017년 8월 기준), 외자 유치 3천800억원(〃), 화물 처리 43만8천t(2016년 기준) 등 경제효과를 내고 있다.

물류단지 입주업체들은 근로자들이 출퇴근할 때마다 철도와 공항 셔틀버스 등을 갈아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인력 수급까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특히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의 경우 임직원 수가 3천 명에 달하고, 이 중 1천800여 명은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버스 노선이 사라지는 데 따른 피해가 막심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1년에 인천시에 각종 세금을 70억~80억원 내고, 지난 2~3년간 신규 채용을 700여명 진행했다"면서 "그런데 인천시로부터 버스 행정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어느 기업이 인천지역으로 들어올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했다.

인천시는 자유무역지역의 경제효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버스 준공영제 운용에 따른 예산 부담이 커 무작정 버스 노선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203번 버스 경유지에 물류단지가 추가된 이후 배차 간격이 길어지면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 발생했고, 지난달 1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항하면서 어쩔 수 없이 노선을 변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인천시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203번 버스가 두 번씩 물류단지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입주기업들은 "(출퇴근 시간대에) 어떤 버스가 물류단지를 경유하는지 알기 어려워 직원들이 잘못된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