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평화수역 추진"… 열악한 교통 전환점 맞나

  • 박경호 기자
  • 발행일 2018-09-28
백령도 여객선
남북의 서해 평화수역 추진으로 항로 단축, 여객선 증편 등 인천 서해5도 해상교통문제가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사진은 인천과 백령도를 운항하는 하모니 플라워호가 백령도에서 출발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안보상 이유 여객선 야간운항 제한
명절운임 무료화 귀성객 배표 대란

지정땐 항로 개편 거리·시간 단축

인천 서해5도 해상교통문제가 남북의 서해 평화수역 추진으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섬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해5도는 안보상 이유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객선 야간 운항을 제한한 지역이다. 기상문제로 인천에서 오후에 출발한 여객선은 야간 운항 제한 때문에 당일 인천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서해5도 주민들은 올 추석에도 '배표 대란'을 겪으면서 육지에 사는 주민들보다 짧고 고된 명절을 보내야 했다.

추석 전날인 지난 23일, 백령도 주민 A(55)씨는 4년 만에 추석에 맞춰 고향을 찾은 아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육지로 보냈다.

20대 직장인인 A씨의 아들은 연휴가 시작된 22일 백령도행 배표를 어렵사리 구했지만, 연휴의 끝 무렵인 25~26일 인천행 배표는 이미 매진돼 '1박 2일짜리' 명절을 쇨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배 시간을 맞추다 보니 아들을 본 시간은 한나절밖에 되지 않았다"며 "명절 분위기를 다 망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올해 추석 명절(9월 22~26일)은 인천시가 모든 국민에게 연안여객선 운임을 무료화하면서 백령도 등 서해5도 귀성객이 여객선 승선권을 구하지 못하는 배표 대란이 일어났다.

백령도를 중심으로 섬 주민들이 반발하자 여객선사가 인천~백령도 배편을 하루에 1회씩 임시로 늘렸지만, 배표 부족사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서해5도 주민들에게 해상교통 불편문제는 명절뿐 아니라 이제 일상이 됐다. 지난달에는 인천~백령도 여객선이 31일 중 11일 동안 기상악화 등으로 통제되거나 휴항했는데, 19~24일은 연속으로 여객선이 일부 또는 전부 결항하기도 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최근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서해 평화수역(완충수역) 지정이 '항로 단축', '여객선 증편' 등 해상교통문제를 해결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인천~백령도 여객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때문에 최단거리 항로가 아닌 군에서 지정한 항로로 돌아서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백령도를 잇는 항로는 약 220㎞로 3시간40분이 걸린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최단거리 항로로 개편될 경우, 인천~백령도 간 거리를 편도 15~30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로 단축은 서해5도 접근성 개선과 함께 여객선을 증편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현재는 여객선이 인천항에서 백령도 방향으로 곧장 운항하지 않고, 군이 지정한 항로를 따라 꺾어서 가고 있다"며 "서북도서에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하면 장기적으로 항로 단축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정부에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는 서해5도 야간 운항 허용을 비롯한 해상교통 관련 각종 난제가 평화수역을 통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임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28~29일 백령도와 대청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박 시장에게 해상교통문제를 집중적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