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높은 참여율 보인 경인지역 '택시 파업' 여파

'예상 못한 기다림' 학교 시험까지 지각
  • 배재흥·공승배 기자
  • 발행일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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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없는 곳'  카카오 카풀 서비스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24시간 파업에 돌입한 18일 오전 화성시 동탄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 79.5%·인천 90% 운행 중단
대비 못한 시민들 출근길 큰불편
상황 모르는 외국인노동자 '당황'
기사들은 "카풀 서비스 단속하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전면 금지를 촉구하며 택시업계가 일일 '운행중단'에 나선 18일 전국적인 '택시 대란'은 없었다. 그러나 경인지역 택시들이 전국 대비 높은 참여율을 보이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경인지역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이날 법인 1만5천495명, 개인 2만6천608명 등 전체 택시기사 4만2천103명 가운데 3만3천472명(79.5%)이 운행 중단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인천시의 경우 전체 1만4천371대 중 약 90%인 1만3천대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평소보다 경인지역 택시 운행이 급격히 줄자 발이 묶인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잇따랐다.

출근 시간이 임박한 오전 8시 45분께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30만 명에 달하는 수원역 앞 택시 승차장에는 10여명의 시민들이 오지 않는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듯 아리송한 표정을 한 채 주위만 연신 살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던 한 외국인노동자는 택시 파업 소식을 알게 되자 서둘러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에 사는 대학생 김혜련(26·여)씨는 시험 시간인 오전 9시에 맞춰 동구에 위치한 학교를 가기 위해 오전 8시 30분께 집에서 나왔다.

학교가 택시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어 평소와 같이 집을 나섰지만 거리에 택시가 없는 탓에 10분이 넘도록 길 위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택시파업
'택시 멈춘 곳'수원시 오목천동 한 택시 차고지에는 운행을 멈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결국 10분이 넘어서야 개인택시 한 대를 잡을 수 있었고, 시험이 시작된 후에야 강의실에 도착했다.

김씨는 "일부 택시가 파업을 해도, 운행을 하는 택시가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에도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적잖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카카오택시로 사세를 확장해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해 카풀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면서 택시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객운송질서를 무력화하는 자가용 불법 유상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재흥·공승배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