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소외계층 압박하는 가계부채 억제정책

  • 경인일보
  • 발행일 2019-02-25
가계부채가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534조원이다. 그러나 1년 전보다 5.8% 증가해 2013년(5.7%) 이후 최저이며 분기별 증가율도 2014년 4분기 이래 8분기째 둔화행진 중이다. 정부의 대출억제 드라이브가 먹힌 것 같아 다행이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집단대출 억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시작으로 정부는 가계부채 억제정책을 강화해왔다. 또 작년에 '9·13 부동산안정대책'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원천봉쇄한데다 10월말에는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돈줄을 더 조였다.

은행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골도 깊어졌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320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래 최저치이나 그 내용을 보면 편치 못하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에서 기업과 가계가 빌린 돈은 59조1천572억원으로 2011년 2월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영업정지에 들어갈 당시의 63조8천억원에 육박했다. 최근 2년 동안 여신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실적 사상 최대는 설상가상이다. 7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카드론 이용실적이 30조1천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5%포인트 증가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대출 수요자들이 1금융권에서 대출조건이 느슨한 2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 대출규제 정책의 당위성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를 올해 상반기부터 상호금융사,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금융사 등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 취약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판이다. 최근 3년간 대부업체 대출을 거절 당한 저신용자들 중 15%가 살인적 고금리의 사채시장으로 내몰렸는데 등록대부업체의 급격한 축소는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 이후 상당수 대부업체들이 사업축소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대출난민들의 최후보루인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은 재원고갈로 경고등이 켜졌다. 경기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대출수요는 더 커질 예정이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실효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