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잠길라" 인천시, 반지하 '악몽 탈출' 돕는다

  • 입력 2023-03-27 20:51:43

"비 소식 있을 때마다 늘 불안하죠…."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한 반지하주택에서 살고 있는 김재진(74)씨는 매년 장마철이 두렵다고 했다. 지난 30년간 한동네에 살면서 이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기는 걸 수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오는 날에 만조시간까지 겹치면 침수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몇 년 전에는 바로 옆 골목 반지하주택에 사는 노인이 물이 찼을 때 빠져나오질 못해 돌아가신 적도 있다"며 "비가 많이 오면 밤새 잠을 못 잔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 안다"고 말했다.

바로 인근에 사는 80대 김모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김씨 역시 늘 불안함을 갖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비가 올 땐 집으로 물이 들어올까 봐 늘 걱정이고 공포스럽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여기가) 저렴해 다른 데로 가기도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천지역 반지하주택에 사는 가구 중 57%는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 한달간 406가구 침수 피해
지역내 가구중 57%, 이사하고 싶다


인천시는 최근 반지하주택 1천1가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다. 지난해 8월 수도권에 발생했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계기였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8월 한 달에만 반지하주택 40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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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1천1가구 중 57%인 572가구가 이주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임차인은 410가구로, 여기서 171가구는 안전취약계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취약계층은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과 장애인, 13세 미만 아동 등이 속한 가구로 분류된다.

인천시는 안전취약계층의 경우 인천시가 이사를 도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우기 대비 반지하주택 침수 피해 대책'을 수립해 이주 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주택 재해대응력 강화 방안'과는 별개 사업으로, 기존 임대주택을 활용하겠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市, 안전취약층 중심 지원사업 추진
5년간 1500가구 '임대주택行' 목표
공공매입은 예산 한계 시간 걸릴듯


인천시는 반지하주택 임차인 중 안전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거상향 지원사업' '공공임대주택 이주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침수 피해·우려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안전취약계층을 인천도시공사(i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는 내용으로, 인천시는 5년간 1천500가구를 목표로 잡았다. 세부적으로는 임대주택 이주 상담, 이사비 지원, 입주 후 정착·생필품 구매 비용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시는 개폐식 방범창과 침수방지시설(역류방지벨브·차수판)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오는 5월 추가경정예산안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장마철을 대비하겠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다만 임차인이 아닌 반지하주택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반지하주택 소유자의 이주를 돕기 위해선 공공이 매입해야 하는데, 인천시가 자체적으로 매입하는 것에는 예산 등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반지하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어려워 국토부 등에 매입 물량을 늘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LH와 iH를 통해 반지하주택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H·iH와도 꾸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