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월세 절반 '감액·동결'… 역전세난 피하려 서둘러 계약

  • 입력 2023-04-25 19:59:46

올해 1분기 인천지역 전·월세 갱신 계약 주택 2가구 중 1가구는 이전과 같은 조건이거나 낮은 금액에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빠르게 하락하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갱신계약 조건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25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1~3월) 인천지역 전·월세 갱신계약 4천339건 가운데 30%(1천298건)가 이전보다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춰서 계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갱신 계약 관련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며,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비율인 25%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갱신 계약 시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춰서 계약한 비율은 13%에 머물렀는데, 불과 1분기 만에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갱신 계약한 비율도 23.1%(1천7건)로 나타났다. 반면 이전보다 금액을 높여 재계약한 비율은 46.9%(2천34건)로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다. 


올 1분기 4339건중 30% '다운'
아파트 38.9%, 비율 가장 높아
"금리 부담·입주물량 증가 탓"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에서 가격을 낮춰서 갱신 계약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올 1분기 인천 아파트 전·월세 갱신 계약 건수는 3천271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8.9%가 이전보다 감액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으로 재계약한 비율도 28.2%로 나타났으며, 증액 갱신 계약 비율은 32.9%에 머물렀다. 연립·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 다가구 등 다른 유형의 주택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은 10~13%대로, 아파트보다 낮았다.

감액 계약 비율이 많이 높아진 이유는 집주인들의 '역전세난' 우려 때문이다. 역전세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앞지르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기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임대인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춰 세입자에게 재계약을 요청하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인천지역 전셋값은 하강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03.2에서 지난달 88.5를 기록해 1년 만에 14.7% 하락했다.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 당시 전셋값을 100으로 설정하고 변동 폭을 집계한 통계 지표다. 같은 기간 인천보다 큰 낙폭을 보인 지역은 세종(95→75.1)과 경기(104.7→88.5)뿐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전세대출 이자가 여전히 5%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세입자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서울 강남을 비롯해 전국 주요 지역 입주 물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는 만큼, 당분간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은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