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건설경기 악화로 사업 지연
입주 완료된 A-1·3블록은 학생 10명 불과
교육청, 초교 신설 요건 충족 못해 ‘난감’
‘대안책’ 양지초 통행로 안전하지 않아
LH 인천본부, 스쿨버스 등 방안 모색

‘초품아’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의 부동산 신조어 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위치해있으면 아이들이 차량 통행 없이 도보로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죠. 30~40대 학부모 수요층을 중심으로 ‘초품아’는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천 서구 가정2 공공주택지구 역시 ‘초품아’ 단지를 꿈꾸며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인천 가정2지구 토지이용계획에는 단지 한 가운데에 초등학교 용지가 반영돼 있습니다. 인천 가정2지구는 2023년 10월 입주가 시작된 A-1·3블록(행복주택·756가구)을 비롯해 A-2블록(신혼희망타운·801가구), B1블록(민간분양·429가구), B2블록(민간분양·308가구) 등 총 2천294가구 규모의 입주가 예정됐기 때문입니다. 2천가구가 넘는 신규 입주자가 가정2지구에 들어오면 그만큼 초등학생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배경이 된 거죠.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건설경기 악화는 ‘초품아’ 꿈의 변수가 됐습니다. 분양 경기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B1블록의 건설사업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입주 시기 역시 늦춰졌습니다. B2블록은 민간사업자가 부동산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취소했습니다. B2블록은 LH가 다시 총대를 잡아 공공분양으로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는데, B2블록의 맨 처음 입주 예정 시기는 올해 10월이었지만 현재는 2028년 이후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가정2지구 내 초등학교 신설을 염두에뒀던 LH와 인천시교육청은 난감하다는 반응입니다. 당초 가정2지구 내 모든 아파트 입주 수요를 전제로 초등학교 신설이 논의된 건데, B1·B2블록이 지연되면서 초등학생 수요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입주가 완료된 A-1·3블록(행복주택)은 초등학생 수가 10명 이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내년 5월 입주할 A-2블록(신혼희망타운)의 초등학생 수요만으로는 초등학교 신설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인천시교육청의 설명입니다.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없는 A-2블록의 초등학생들은 인근 양지초등학교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양지초등학교가 A-2블록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였다면 모르겠지만, 양지초등학교의 여유 교실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A-2블록 학생들을 해당 초등학교로 분산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인천시교육청 입장입니다.
문제는 A-2블록에서 양지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통학로입니다. 초등학생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노심초사하죠.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 확보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요.
A-2블록에서 양지초등학교를 가는 통행로에는 왕복 7~8차(우회전 차로 포함 10차로)로 도로가 있는 데다, 4차로 이상의 차도를 2번 이상 건너야 하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A-2블록 입주예정자들의 걱정과 불만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죠. 가정2지구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단지 내 초등학교가 신설된다는 홍보를 믿고 분양을 받았다”며 “초등학생들이 등굣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하루 빨리 단지 내 초등학교가 신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LH 인천지역본부와 인천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신설의 대안으로 통행로를 신규로 설치하고,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선 올해 하반기 중 통학로 안전 확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인데요. 당장 내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A-2블록 초등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꼼꼼하게 마련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