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의 귀재가 내민 ‘검은 손’

  • 입력 2026-06-17 20:43:58
광주 송정지구 사기 사건 전말

각종 책 저자·유명 강사로 활동
34억 자금 유치후 대화방 폭파
기망 소송… 法 “이자 붙여 변제”
전국적 점조직, 유사 사례 다수

광주 송정지구 ‘부비독 부동산 사기 사건’을 벌인 유명 부동산 강사 A씨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강연 사진. A씨는 강사로 얻은 유명세와 1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1천명 가량을 모아 카톡방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A씨 블로그 캡처 부동산 투자서 저자이자 유명 부동산 강사로부터 대규모 투자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송정지구 개발을 둘러싼 수십억원대 피해가 확인됐는데 전국적으로 추가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 강사로 활동하며 ‘나는 부동산 투자로 인생을 아웃소싱했다’, ‘내 인생을 바꾼 부동산 공부’, ‘나는 쇼핑보다 부동산 투자가 좋다’ 등의 책을 쓴 A씨는 SNS를 통해 광주 송정지구 다세대 주택사업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한다.

A씨는 1만원만 내면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부동산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며 일종의 회원들을 모집했다. 강사로 얻은 유명세와 1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1천명 가량이 모인 대화방(카톡방)을 운영하던 중 유망한 투자처가 있다는 식으로 별도의 대화방을 새로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했다.

1천명 중 선별해 투자기회를 부여했다는 특별함과 평소 여러 사업을 통해 증명한 투자 능력으로 유인한 A씨는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며 피해자들을 꾀어내기 시작했다.

수강생인 동시에 투자자인 피해자들은 A씨의 안내에 따라 A씨가 대표로 있는 B법인에 개인당 적게는 4천만원, 많게는 1억원을 투자했다. A씨가 말한 ‘프로젝트’는 광주 송정지구였다. 12필지를 피해자 여럿이 나눠낸 투자금으로 낙찰을 받아 다세대 주택을 건축, 분양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투자인원은 37명, 투자금 합계는 34억원으로 추정되는데 A씨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고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건축, 분양을 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A씨가 운영한 대화방의 이름은 ‘부자가 되는 비밀 독서단’, 줄여 부비독. 피해자의 사업 미진행 항의가 이어지자 A씨는 2024년 10월 부비독 대화방을 ‘폭파’(채팅 종료)했다.

이후 기망에 따른 피해로 민사소송이 진행됐고, 지난해 연말 법원은 이자를 붙여 투자금을 돌려주라고 판단했으나 A씨는 아직 피해를 변제하지 않았다. 피해자 중엔 전직 공무원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송정지구를 둘러싼 A씨의 행적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전국적으로 점조직 형태로 투자가 이뤄져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이미 여러군데서 비슷한 수법의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A씨는 광주 뿐 아니라 경기도 남부, 경남 밀양 등에도 투자 대화방을 운영해 실제 투자를 받았으며 이런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송정지구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 연락을 취했으나 A씨는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만남을 거부했고 이후 통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다만 A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런 전화나 문자를 받을 때마다 공황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은)사업을 하다 실패한 한 국민일 뿐이고 제보 내용에 일일이 답하고 싶지 않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