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 초대전 ‘제4의 벽’
지난 9일부터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는 박신양 작가 초대전 ‘제4의 벽’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박신양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기사에 담지 못한 질문과 답변을 소개합니다.
- 인천 관객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어떤 기분인가.
“초대전을 통해 인천 관객과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준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인천과 인연이 깊지 않다. 월미도 ‘디스코팡팡’을 탔었고…(웃음), 1996년 드라마 ‘사과꽃 향기’ 촬영 시 가끔 오고는 했다.”
- 전시 제목이 ‘제4의 벽’이다. 연극적 개념일 텐데, 화가 박신양이 말하는 ‘제4의 벽’은 무엇인가
“‘제4의 벽’은 원래 약 200년 전 연극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관객이 준비된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장치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연극, 영화, 드라마 대부분이 이 원리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나 역시 배우로서 그 안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는 어떤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의심하지 않은 채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결국 제4의 벽은 하나의 연극적 장치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과 시선을 고정하는 하나의 사회적 구조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제4의 벽’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시선과 감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보고,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질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술은 그 질문을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계기다.
-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로 사는 것이 행복한가, 즐거운가
“행복은 안정이나 만족이 아니라,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아주 쉬운 단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오래 생각해야 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감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행복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행복은 즐거움이나 안정된 상태라기보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끝까지 질문하고 실천하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나에게 행복은 ‘표현할 수 있는 상태’다. 행복은 표현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니라, ‘표현을 계속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화가의 길은 분명 고독하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바로 그 질문과 불안, 그리고 떨림이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같다. 창작의 기쁨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행복이란, 왜 표현하는지를 끝까지 잃지 않은 채, 표현을 계속 만들어 가는 삶인 것 같다. 표현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배우를 했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배우로 느끼는 ‘표현’과 화가의 ‘표현’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운동성이 곧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연극도, 영화도, 그림도, 전시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나와 관람객들 모두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다. 나는 그 운동성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와 화가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서 생기는 것 같다. 배우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화가는 ‘왜 표현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림에는 대본도 없고 맡겨진 인물도 없다. 결국 화가는 자신의 존재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왜 표현하려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는 일이다. 화가에게 표현은 곧 자기 자신을 해석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수없이 혼자인 시간과 마주하는 일이며,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감당하는 일이다. 나는 이것이 배우보다 화가에게 훨씬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관객이 화가에게 기대하는 것도 결국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화가는 자신의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것을 어떤 표현으로 살아내고 있는가. 그 답변에 해당하는 ‘표현’에 대해 관객들은 그것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림을 그리면서 배우 시절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나
“배우로 살아오면서 가장 오래 연구한 것은 감정이었다. 어떤 감정은 연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어떤 감정은 절제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결론은 배우의 고유한 감정과 개별성이 작품 안에 적극적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연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도 같은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연기와 그림은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표현’이다. 그리고 표현은 표현하는 사람의 고유성과 개별성이 담길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 생겼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의 표현을 보고 싶어 하는가, 표현은 무엇을 전달하는가, 고유성과 개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나는 왜 표현하는가. 결국 제가 계속 붙들고 있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감정은 나를 어디로 이끄는가’ ‘표현이란 무엇인가’이다.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 지난 14년동안 작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이번 초대전 ‘제4의벽’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내 표현의)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지난 14년 동안 그림을 판매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본능의 표현이 무엇이며, 어떤 모습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내렸던 결론이며,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또한 그림을 소유의 대상으로 만들기보다, 전시를 통해 표현이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은 시장을 거부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림을 통한 소통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4의 벽’ ‘에곤 실레, 예술가의 표현과 떨림’ ‘감정의 발견’등 3권의 책을 쓰고 수많은 ‘아트토크’를 이어오며 스스로 저의 그림과 그림행위에 대해 설명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것을 제가 직접 말해야 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가려고 한다. 제가 아니라 그림이 스스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 작품과 예술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함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동반자들을 찾아, 표현이 더 넓게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림을 말하다가 쓰러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 화가에 이어 3권의 책을 펴낸 글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심지어 ‘민음사’에서 세 권의 책이 나왔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쓴 글이지 책을 쓰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한 생각들을 다 쏟아놓은 것이다. 사실 책을 쓸 생각이 없었다. 작업실에서 그림 그리면서 별 생각을 하게 된다. 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결국 그림이 요구받는 질문들, 아주 단순한 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을 안 쓸 수 없었다. 그런데 책을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