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옷의 이야기를 손으로 만지시오’
330개 케어라벨 ‘연결의 단서’ 조각보 연상
아시아 생산 다수… 노동자의 모습 떠올려
‘패스트 패션’ 쇼핑 연상돼 묘한 기시감
인천 중구 신포동 ‘임시공간’서 전시

인천 중구 신포동 ‘임시공간’에서 전시 중인 배수림 작가의 개인전 ‘케어라벨’은 무겁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입고 버리는 ‘옷’과 그 쓰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작가는 아이 옷 안쪽에 붙은 케어 라벨을 떼어낸 경험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자신과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330개의 케어 라벨을 실로 이어 만든 작품 ‘연결의 단서’는 얼핏 조각보를 연상시킨다.
지난 19일 오후 찾은 전시장에는 ‘만지시오. 손으로 감상해주세요’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관람객은 색실로 이어진 케어 라벨을 손으로 더듬으며, 옷이 만들어진 국가와 재질, 브랜드 등 다양한 정보를 직접 읽어볼 수 있다.
작가는 330개의 케어 라벨을 국가별로 분류해 기록했다. 중국 111개, 베트남 87개, 한국 57개, 방글라데시 19개 등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생산된 옷들이다.

배수림 작가는 “의류는 공정을 많이 거치지만 필수적으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산업”이라며 “내 옷을 만들어줬을 얼굴 모를 사람들, 특히 아시아 국가 노동자들을 떠올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라별로 수를 세어봤다”고 설명했다.
행거에 걸린 어린이 옷에는 각국의 언어로 메시지가 적혀 있다. ‘그저 싸고 예쁘면 되었으니’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까요’ 같은 문장은 천 위에 실로 새겨져 시선을 붙든다.
모든 티셔츠는 뒤집힌 채 전시돼 솔기와 케어 라벨이 붙어 있던 안쪽이 그대로 드러난다. 옷의 ‘안쪽’을 드러내며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한다.
배수림 작가는 “티셔츠는 캔버스이자 스크린,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매체”라며 “케어 라벨이 붙어 있던 면을 드러내 안쪽의 껄끄러움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거에 걸린 메시지를 읽기 위해 옷을 들춰보다 보면 기시감이 든다. 옷이 빽빽하게 걸린 ‘패스트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고르던 과거의 기억과 겹쳐진다.

이 전시가 ‘무겁지 않다’는 것은 메시지가 얕다는 의미가 아니다. 환경과 소비, 노동 문제를 다루면서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형식을 통해 관람객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전시장 한편에는 작업 과정도 함께 전시돼 있다. 작가는 매일 다섯 개의 케어 라벨을 이어 붙이며 떠올린 생각과 기록을 캔버스에 정리해 놓았다.
전시가 진행 중인 건물 외관은 실제 옷가게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전시장을 찾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아기 옷을 사기 위해 들어왔다가 전시임을 알고 당황한 주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평소 전시장에 들어오지 않을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유입되길 바랐다”는 작가의 의도다.
작가는 옷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도 케어 라벨 작업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배수림 작가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계속 옷이 바뀌는 만큼 라벨도 계속 쌓인다”며 “이 작업이 평생 이어지면 하나의 삶의 기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작업을 위해 옷을 더 사기보다는, 옷을 오래 입고 소중히 들여다보는 마음을 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