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대표, 퇴사 후 서점… ‘어느덧 7년’
문학·예술·그림책 등 다채로운 큐레이션
지속적인 운영 숙제… 오래 사랑받길 꿈꿔

‘서성이지 말고 문열고 들어와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책방에 이렇게 들어가는 게 맞을까 서성이고 있던 기자의 눈에 들어온 포스터 문구였다. 묘하게 용기를 주는 글에 얼른 중간 문을 열고 계단을 올랐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향이 가득 퍼지고 있는 책방 입구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한 공간과 책들이 반갑게 자리했다.
시흥시 조남동에 자리한 ‘책방내심’의 김정희 대표는 IT 회사의 마케터로 일하다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퇴사를 하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지에서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됐는데, 그곳에는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도 아니지’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좋아하는 책들을 보물처럼 모아둔 지역의 작은 책방을 열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흥에 생긴 첫 큐레이션 책방은 어느덧 7년이란 시간이 쌓였다.

지역의 책방들은 분명 어떠한 형태로든 저마다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김 대표 역시 엄청난 일을 하겠다는 거창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책방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이러한 곳이 생기길 기다려왔던 지역 사람들을 자연스레 맞이하게 됐다.
문화 기획자, 인형 디자이너, 작가, 가수 등 분야도 다양했다. 이들과 함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책방을 찾는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김 대표에겐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이는 곧 그가 만들어 가고자 했던 책방의 모습과도 궤를 같이했다.
김 대표는 “책을 파는 공간이지만 책 너머의 어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 예술을 즐기며,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지향점이었다”며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책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고 즐기는 공간’을 그리며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방을 채운 책들은 문학, 인물, 예술, 그림책 비중이 높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회의 다양성이나 돌봄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조정하기도 하고, 책이 주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필요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낸 이야기들 등 직관적으로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책방을 운영한 건 정말 후회하지 않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방이 좀 더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길 바랐다.
“사람들이 습관처럼 편안하게 즐겨주시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거기에 지역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책방내심이 추천하는 책]
‘겸사겸사’ 건넨 마음
관계 잇는 작은 도움
■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오가와 사야카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296쪽

책의 저자이자 문화인류학자 오가와 사야카는 탄자니아를 드나들며 그들의 경제활동과 삶의 방식을 관찰하고 이해해왔다. 그런 그가 자칭 타칭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를 만나게 되면서 홍콩의 청킹맨션에 살고 있는 탄자니아인들의 커뮤니티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손익을 계산하는 인간관계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들은 “내가 너를 도우면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거야”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겸사겸사’라는 키워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떠한 기대 없이 겸사겸사 다른 사람을 돕는 것. 느슨하게 연결돼 보이지만 묘하게 계속 작동하는 커뮤니티의 모습 속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