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정신건강복지센터 지원사업
‘마음, 눈으로 보다Ⅱ’ 성황리 개최
구리 청년 20인의 따뜻한 연대기

2030 구리시민 20명이 용기를 내 내면의 아픔을 꺼내 놓았다.
구리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건강회복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마음, 눈으로 보다Ⅱ’를 통해서다.
해당 전시는 ‘보이지 않는 무게’를 부제로 달고,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구리아트홀 갤러리에 전시됐다.
윤진웅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은 “이 전시회가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연대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된 작품 70여점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공간마음이음에서 진행된 정신건강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층 20명이 1년간 준비했다.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각각의 능력치에 따라 게시한 작품수가 다르다. 물론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낼 마음의 준비 정도도 달랐다. 어떤 작가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매체에 공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어떤 작가는 자신이 가진 이야기를 전부 꺼내놓기 어려워 했다. 작가의 이름을 모두 비공개한 것은 작가들의 자신감 부족이 아니라 잊혀질 권리를 누구보다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 무게를 먹는 사람

정모 씨는 포도가 꼭지쪽은 달고, 아래쪽은 보다 시다는 것을 깨닫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자신처럼 단발을 하고 아름답게 옷을 갖춰입은 소녀는 우아한 탁자에 놓인 포도의 아랫단을 먹어치우고 있다. 가족들에게 단 것을 먹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맛없는 쪽을 우걱우걱 먹던 소녀는 그 무게감에 족쇄가 채워지고 말았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정씨가 가족 걱정으로 우울증에 묶인 자신에 대한 연민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았다.
정씨는 연작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6개의 연작은 어항을 뒤집어 쓰고 세상을 왜곡해 바라보던 데서 시작해 엄마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딸이 이젠 어린시절의 아픔을 의식의 바다 심연으로 밀어넣는 데까지 이어진다.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반지하 방이 배경이다. 캥거루 옷을 입은 정씨는 반지하 밖으로 나와 비를 맞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이 닫혔다. 창문을 두드리려 했을 때 엄마는 씻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한 채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다. 정씨는 엄마가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이란 바다에 시달리는 지친 섬. 이날 정 씨는 창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엄마의 곤한 잠을 지켜주기로. 고작 유치원생밖에 안되는 정씨는 다음 작품에서 캥거루 옷을 벗는다.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

김모 씨는 3편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아틀라스’ 작품설명에서 “주변의 기대와 시선이 부담스럽고 짊어지기기가 힘들다. 나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고, 살고 싶지 않다”고 했고, ‘창작의 고통’에서는 “가끔은 내 실력이 욕심만큼은 못 해서 창작하는 자체가 괴롭고 능력이 부족한 자신이 혐오스러워지고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고도 했다. 타인의 시선이 유달리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이 얘기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김 씨는 마음을 ‘파도’로 표현했다. 그는 “이 폭풍은 언제쯤이면 잔잔해질까. 나는 언제까지 계속 헤엄쳐야 할까” 되묻는다.
■누구도 해칠수 없는 나

자존감 찾기는 모든 사람의 목표같다. 이모 씨는 타인의 시선을 물리치고, 타인의 놀림마저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어릴 적에 이름 때문에 ‘원숭이’라 놀림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현명한 어머니는 ‘재주많은’ 원숭이라며, 주변의 놀림을 긍정적으로 받았고, 그는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마저 가장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의 얼굴을 원숭이와 묘하게 섞어낸 자화상의 색채가 아름답다.

사람의 몸이다.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고, 성기 쪽에 벌레를 그리는 등 혐오를 표현한 건 이모 씨가 가까운 친족에게 자신의 성을 유린당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 경험을 털어놓고 마주하고 있지만, 20년 이상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이 씨는 노란 심장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 ‘세계의 주인’ 속에 등장하는 피해자가 그 당시의 피해로 인해 ‘내 삶이 파괴됐다’고 한 부분을 언급하며, “파괴됐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내 삶의 파괴를 인정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다시 살아갈 희망을 노란 심장에 담았다”고 말했다.
■회복이란

위모 씨의 작품에는 항상 꽃과 하늘이 있다. 특히 그의 그림 중 눈길을 끄는 건 나비다. 파란 하늘을 날아 꽃을 향하는 나비는, 그러나, 한쪽 날개만 있다. 위 씨는 자신의 그림을 이렇게 설명했다.
“회복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 다시 날아가는 용기를 배우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