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빈 소프라노, 인천 무대에 서다… 조수미의 40주년 [인천문화산책]

  • 입력 2026-08-22 13:36:16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 오페라 명곡부터 신보 ‘컨티뉴엄’까지

조수미, 인천서 부른 프리마돈나의 인생
이탈리아 유학길 스무 살부터 인생 고백까지
“화장 지우면 쓸쓸했지만, 인생은 살아볼 가치”
‘아베 마리아’·‘라데츠키 행진곡’ 앙코르 환호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인천문화예술회관. 2026. 8.21/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1983년 스무살의 나이로 작은 가방을 들고 저는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어요. 새벽 3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처음 도착한 그곳에서 언어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인터넷도 없었죠. 국제전화를 하려면 버스를 타고 1시간을 가야 했어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우리 시대 최고의 성악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21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시민과 만났습니다. 조수미는 이날 40여년 전 타국 땅을 밟던 그날에 대한 기억을 꺼내는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조수미는 3년의 시간을 배움에 몰두했습니다. 이탈리아어, 오페라 수업 등은 물론 음악에 관한 모든 궁금증들을 조수미는 하나하나 풀어 나갔습니다. 다른 이들이 5년을 쏟아부어야 통과하는 교육 과정을 조수미는 불과 3년 만에 끝냈습니다. 그리고 1986년 조수미는 드디어 이탈리아 주세페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프리마돈나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어느덧 40년이 흘렀습니다. 맞습니다. 이날 공연은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인천시가 마련한 무대였습니다.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인천문화예술회관. 2026. 8.21/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날 조수미는 중간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자신의 프리마돈나 인생 40년 이야기를 음악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조수미는 1부를 ‘그리운 이름이여’ ‘울게 하소서’ ‘꿈 속에 살고 싶어라’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베 마리아’ 등 귀에 익숙한 오페라 명곡으로 구성한 ‘오페라 메들리’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우리 가곡 ‘아름다워라’(김진환 작곡, 오은비 작사), ‘로망스’(박종훈 작곡, 대니구·정근엽 작사), 라인홀드 글리에르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위한 협주곡 Op.82’ 1악장 안단테, ‘부온조르노(Buongiorno)’(박종훈 작곡·작사), ‘가면’(최진 작곡·작사) 등을 연주했습니다.

2부에서는 번스타인의 오페라 ‘캔디드’ 중 ‘난 어디서나 쉽게 적응한다네’, ‘시간의 선물’(고영환·류영민 등 작곡, 하정호, 고일환 작사), 지아조토의 ‘아다지오 g단조’, 영원한 평화(무라마츠 타카츠구 작곡, 박수진 작사) 등을 들려줬습니다. 지난 5월 발표한 데뷔 40주년 기념앨범 ‘컨티뉴엄(continum)’ 수록곡을 위주로 선보였습니다. 연주는 최영선이 지휘하는 밀레니엄오케스트라가 맡았습니다. 곡이 끝날 때 마다 객석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인천문화예술회관. 2026. 8.21/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조수미는 프리마돈나로서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 일본, 독일, 미국, 우리나라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했습니다. 지금도 1년 중 2~3달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해외에 머문다고 합니다. 화려한 프리마돈나의 삶 뒤에 숨겨진 외로움에 대한 고백도 이날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 화장을 지우고 나면 몹시 쓸쓸해요. 그럴 때마다 우리 한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했어요. 또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 그리운 추억을 떠올렸어요. 어려움과 외로움을 겪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인생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분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앙코르 곡은 카치니(Giulio Caccini)의 ‘아베 마리아’였습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는데, 음악에 맞춰 조수미와 관객이 함께 박수를 치며 공연은 마무리됐습니다.

이날 조수미는 40주년 기념 공연에 대한 소회를 직접 밝혔습니다.

“조국 위해 노래할 수 있어 영광… 인천 세계로 나아가길”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 인천문화예술회관. 2026. 8.21/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소프라노가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노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40년 여정을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인천이 더욱더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하여 마음을 모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