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너머로’… 개미가 띄운 작은 나뭇잎배

  • 입력 2026-08-27 18:53:54
볼로냐 아동도서전 파이널리스트 이이삼
‘울타리밖’ 호기심… 생생한 여정 그려내

■ 호수 너머에는┃이이삼 지음. 어떤우주 펴냄. 72쪽. 1만9천원

작고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개미는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같은 길을 걷는 많고 많은 일개미 중 한 마리였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할 뿐, 왜 걷는지도 어디로 향하는지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개미에게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꽃이다. 일을 하다가도 꽃을 보면 한눈을 팔게 되고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개미는 거대한 호수를 마주하게 된다. 개미의 인생에서 마주하게 된 높은 벽.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누가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개미는 궁금증을 품게 된다.

2026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이삼 작가의 신작 ‘호수 너머에는’ 작가가 이러한 작은 개미를 통해 던지는 질문들로 채워진다.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욱 컸던 개미는 주변 이웃들에게 묻는다. “혹시 호수 너머에 가본 적 있으세요?”라고.

꿀을 모으느라 바쁜 꿀벌은 꿀을 더 많이 모으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호수 너머까지 갈 수 없다고 했고, 높이 나는 고추잠자리는 멀리서 보면 여기나 저기나 다 비슷해 보인다고 말한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는 세상이 보이지 않는 줄투성이라고 했고, 거미는 집만큼 아늑하고 안전한 울타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미의 마음 속에는 답이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 힘을 보태는 한 마디가 어쩐지 용기를 북돋는다. 훗날 펼칠 날개는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애벌레와, 길이란 건 돌아보면 모두 이어져 있다고 말한 달팽이의 조언처럼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질문들이 있다. 이때 종종 누군가의 의견을 구하곤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과연 내가 가는 길과 방향이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나의 경험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작고 작은 일개미의 생활은 어딘가 공허해보였지만, 개미의 눈에 담긴 호수는 어느덧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보인다. 어두운 흑백과 무채색의 그림들은 개미가 나뭇잎 배를 호수에 띄우면서 다채로운 색들로 입혀지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개미의 세상은 처음 보게 된 많은 꽃들로 채워졌다.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한 발 내디딘 결과에 대한 아름다움을 우리는 작고 작은 개미의 여정으로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