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없어… ‘입법 부작위’ 위헌 판단
외국인 밀집지 인천, 14만여명 거주중
추방·단속 우려 없는 등록 활성화 과제
“제도권 편입시 사회안전망 강화 순기능”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에게도 출생등록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면서 외국인이 밀집한 인천에서는 향후 심각해질 수 있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국적·체류 자격 상관없이 출생등록권 부여
헌법재판소는 27일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출생신고에 관해 정하지 않은 입법 부작위(할 일을 하지 않음) 행위가 위헌이라며 베트남 국적 A씨와 자녀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국적이나 부모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은 태어난 즉시 국가에 출생 사실을 등록받을 기본권을 가진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외국인 아동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기존에 서류상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출생등록으로 신분을 부여받게 되면 최소한의 의료와 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
■ 외국인 집중된 인천… 그림자 아동 제도권 편입 시 사회안전망 강화
그동안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던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실태를 확인하게 되면, 인천과 같이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관련 정책을 마련하거나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인천은 공항, 산업단지, 무역항 등이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증가율도 가파르다.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 규정이 마련됐을 때 사회·행정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인천 거주 외국인은 14만513명으로 전년(13만2천766명)보다 5.83% 증가했다. 전국 8개 특별·광역시 중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다. 비슷한 도시 규모의 부산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많은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제도권 내에 편입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 순기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류상 존재가 확인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외국인 아동들은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이미 각종 범죄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내전이나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국가가 늘면서 비자가 만료된 상태로 한국에 남아 자녀를 낳아 기르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게 현장 전문가의 설명이다.
인천에서 외국인 정착을 지원하는 디아스포라연구소 박봉수 소장은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교육, 의료 공백 탓에 방치되거나 위험에 노출될 때가 많다”며 “기존에 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던 외국인 아동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공동체의 안전성을 높이고 사회통합 비용을 줄이는 등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단속 우려 없는 출생등록 활성화 방안 마련 ‘과제’
다만 이들의 자녀를 제도권에 수용했을 때 지원 범위 등을 어디까지로 정하느냐를 두고는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관련 근거를 만들더라도 부모가 단속이나 강제 추방 등을 우려해 자녀의 출생등록을 포기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규정을 마련할 때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결정문에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 제도의 공백은 장기간 지속돼 온 사회적 문제이자 제도적 사각지대”라며 “나아가 체류 자격의 결여 등이 출입국관리법 등 위반 관련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게 보장 장치를 마련해 현실적 여건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